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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찾는남자 / Coffee Explorer
미래를 잃어버린 것 같다고 느낄지 모를 고3에게- 내 인생 세번의 수능, 그리고 한 명의 죽음 내 인생의 20살은 초록 잔디가 펼쳐진 낭만적인 대학 캠퍼스가 아니라, 기계 소음이 가득한 공장에서 시작되었단다. 충청도의 어느 안경 렌즈 공장, 내가 맡았던 업무는 안경 렌즈를 제조하기 위한 화학 약품을 주형 안에 주입하는 일이었지. 중국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 세 명과 함께 나는 반 년의 시간을 공장에서 보내야 했어. 가장 친했던 친구들과 모든 연락을 끊고 잠적을 했어. 수능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은 내 잘못이었겠지 하며 모든 현실을 받아 들였지만, 공장에서 시작한 20살의 인생은 썩 즐겁지는 않았거든. 비참하다 여겼던 내 삶을 친구들에게도 알리기가 싫었던 거지. 그렇게 내 인생의 첫번째 수능은 나를 깊은 나..
안녕하세요. 커피찾는남자입니다. 어느새 가을을 지나 겨울로 들어가는 길목에 서있네요. 계절은 변해가고, 나이는 먹어가는데 이대로 살아도 괜찮은 건지 이 맘 때 쯤엔 고민을 하게 됩니다. 가을 타는 걸까요? 가을엔 따뜻한 아메리카노가 필요해요. 한껏 분위기 잡으며 거리를 걸어도 손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따뜻하게 데워줄 그런 가을의 동반자가 아메리카노 아닐까요. 어느 가을 날 아메리카노 한 잔을 손에 들고 거리를 걷다가 발견한 카페가 있습니다. 바로 압구정 로데오 거리에 있는 OFF 라는 곳입니다. 찾아가는 길부터 먼저 살펴볼까요? 학동 사거리 인근의 CGV 골목으로 조금 들어가다가 오른쪽으로 꺽어야 찾을 수 있습니다. 작은 골목에 있다보니 조금 찾기 어려우실 지도 몰라요. 보물 찾기하는 마음으로 찾아가보..
커피찾는남자는 사직동을 잘 아는 편입니다.20살 때 부터 인근 지역을 수없이 돌아다니며 많은 추억을 쌓았죠. 과거에는 사직동에 살았던 적이 있기도 하고, 또 인근 서촌에서도 친구네 집을 제 집 삼아 지낸 적도 있죠. 이 곳에는15년 전에 가던 분식집이 지금도 여전히 남아 있어서 커피찾는남자는 일주일에 적어도 한 번은 이 곳을 들르는데요. 사직동은 서울 한 복판에 있지만 잘 변하지 않는, 그래서 왠지 마음이 푸근해지는 그런 동네죠. 왼편으로 사직공원을 끼고 종로도서관을 향해 길을 오르다 보면 만나게 되는 독특한 상호가 있습니다.'사직동 그가게' 어쩌면 2014년에 만나 보기에는 너무 어려운 외관을 건물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과거에는 수 백번도 넘게 이 곳을 지나쳤을텐데 오히려 그 때는 들어와보기 어려운 마..
커피찾는남자가 항상 커피만 마시는 건 아니에요. 술과 관련해서 아직 경험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와인도 조금씩 마시고, 요즘 싱글몰트 위스키의 세계에도 새롭게 눈을 뜨고 있는 중이죠. 그러던 중 지인을 통해 칵테일과 관련한 재미있는 자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압구정로데오 거리에 위치한 곳으로 달려 갔습니다. '믹솔로지스트(Mixologist)'는 Mix(혼합하다)와 Ologist(학자)라는 두 단어의 합성어로 새로운 칵테일을 만드는 칵테일 분야의 예술가를 일컫는 말이라고 하는데요. '믹솔로지'라고 하면 칵테일을 만드는 기술 자체를 뜻한다고 하죠? 리쿼스토어 (LIQUOR STORE)는 말 그대로 '술 집'이라는 뜻인데요. 이 곳은 앉아서 술을 마시는 공간이라기 보다는 술과 관련한 다양한 제품들을 전시하고..
JTBC에서 상영 중인 라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유나의 거리는 참 특이합니다. 전설적인 소매치기였던 아버지의 뒤를 이어 유나도 소매치기를 합니다. 룸메이트는 꽃뱀, 집 주인은 조폭생활을 은퇴하고 콜라텍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너무나 특이한 유나의 거리에 너무나 평범한 사내인 창만이 등장합니다. 창만의 등장으로 인해 유나의 거리는 서서히 변해갑니다. 창만은 많은 돈을 가진 것도, 대단한 사업을 가지고 거리를 구조적으로 바꾸는 사람도 아닙니다. 사실 사회적으로는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졸업장을 딴 창만이는 내세울 거라고는 딱히 없는 그런 인물입니다. 그러나 창만은 그 존재 자체로 이 거리를 바꾸어 갑니다. 창만이 하는 일은 참 별다른 것들이 없습니다. 그저 조폭 출신인 사장님이 운영하는, 동네 어르신들이 춤을 추..
한국 사회에서커피숍, 카페 창업이라는 붐이 만들어 진것은 아마도 특정 경제적 시기와 상황이 창업 희망자들을 만들어냈고, 때마침 카페형 커피산업이 한국에서적절히 초기의 열매들을 맺기 시작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1. 카페 가맹 붐의 시작 IMF 시기를 지나오면서 각박하고 치열한 회사 생활에서 살아남기는 했지만, '더 이상 이런 모습으로 살기는 싫다'는 생각을 하며 회사를 떠나기를 희망하는 한국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를 떠나는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생각하게 되는 것은 공무원이 아니라면 창업일텐데요. 이들에게 창업 아이템으로 '커피'는 상당히 매력적으로 느껴졌을 겁니다. 멋진 공간과 적절한 분위기의 음악 그리고 커피의 향기가 만들어내는 운치와 낭만은 단순한 단어들의 배열로만 놓..
저에게는 가을이 오면 늘 생각나는 길이 하나있어요. 매년 가을, 하루 쯤은 시간을 내서 이 길을 걷곤하죠. 사진만 보고 어딘지 아시는 분도 계실까요? 이 곳은 남대문에서 남산을 돌아 한강으로 갈 수 있는 소월길입니다. 요즘 인근 경리단길 붐이 한참이라고 하던데 커피찾는남자는 그런 붐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정말 멋진 가게들은 갑작스레 높아진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가게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더군요. 제가 소월길을 지나 방문한 곳은 해방촌입니다. 해방촌은 1945년 광복을 하면서 월남한 실향민과 해외에서 돌아온 동포들이 임시로 모여 살던 거주지를 가르키던 말로 정확히 한 지명만을 의미하지만은 않아요. 구로구 온수동 인근도 해방촌으로 불리지만 요즘 사람들에게 해방촌이라는 지명이 익숙한 곳은 아..
역 이름에 '공원'이란 단어가 들어가 있는 곳을 지날 때면 당장이라도 지하철에서 내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아요. '효창공원'도 저에겐 그런 곳인데 항상 바쁜 일상 가운데 치여 살다보니 한번 가보기 위해서는 마음을 먹어야 할 때가 많죠. 좀 더 시간이 많았을 때 미리, 마음껏 누려둘 껄 그랬어요. 과거 숙명여대 학생들 중에서 효창공원 인근에 살던 이들은 종종 약속의 장소로 삼았던 곳이 있다죠."김약국에서 3시에 보자" 세월이 흘러 김약국은 사라졌지만, 김약국 자리에는 김약국커피로스터즈가 생겨났습니다."약은 약사에게, 김약국 약은 바리스타에게" 효창공원역 2번 출구를 나오자마자 왼 쪽 편에 김약국 커피가 있습니다. 가게가 크지 않아서 그런지 첫 눈에 봐도 정이 느껴지는 곳이었는데요. KIM YAKGUK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