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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찾는남자 / Coffee Explorer
커피 엑스포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커피를 마셨습니다. 맛있는 커피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느끼는 커피도 많았습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저의 주관적인 기준이기 때문에 제 의견을 쉽게 표현하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어떤 커피는 정말 먹자마자 본능적으로 뱉게 되는 일이 있습니다. 대부분은 익지 않았다는 느낌을 주는 커피입니다. 과거에 생두 회사는 상대적으로 더 숙련된 로스터가 근무하던 곳이었는데, 요즘은 생두 회사의 커핑에 가도 심하게 안 익은 커피가 많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로스팅 교육에서 가장 기본이 되고 중요한 부분은 익은 커피의 기준입니다. 물론 커피가 익었느냐 익지 않았느냐는 모호한 지점이 많습니다. 너무 과하게 익은 커피와 명백히 익지 않은 커피에 대해서는 이견이 적겠지만, 익은 커피의 경계는 ..
오래전부터 싱글 오리진 에스프레소를 출시하려고 했지만, 원하는 정도의 맛 균형을 만드는 데 실패했었습니다. 사실 에스프레소 추출에 맞춰서 로스팅을 하면 추출은 어렵지 않은데, 문제는 라이트 로스팅의 화사함을 즐길 수 없다는 것이었죠. 저는 브루잉을 위해서 로스팅한 원두를 그대로 사용해서 에스프레소에서 맛의 균형을 잡아내고 싶었습니다. 다양한 고민을 하면서 추출을 했지만, 너무 자극적인 에스프레소의 산미를 절제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최근에야 비로소 원하는 정도에 가까운 추출을 할 수 있었습니다. 추출의 핵심적인 부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일반적인 그라인더로 분쇄와 동시에 이뤄지는 분배나 기존의 분배 도구를 사용하는 정도로는 충분하게 채널링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침칠봉과 같은 도구를 이용해서 ..
원두를 뽁뽁이(비닐이든 종이든)에 넣어서 택배 박스에 넣는 경우가 제법 있더군요. 사실 원두는 배송 시 택배 박스 안에서 뒹글어도 웬만해서는 파손되지 않습니다. 파손의 위험이 있지 않은 상품에 충격을 흡수하는 포장을 꼭 해야 할까요? 물론 포장은 단순히 내용물을 보호하는 기능적인 요소를 넘어서, 정성을 표현하거나 제품에 가치를 더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이 모이면 과포장이 되고, 결국 많은 자원이 낭비될 수 밖에 없습니다. 커피찾는남자에서 뽁뽁이(종이)는 유리병 타입의 라떼를 포장하는 데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최소 포장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최소 포장은 판매자와 함께 구매자의 인식 변화가 있어야 이뤄질 수 있습니다. 같은 포장을 보면서 ‘정성스럽게 잘 포장했네’ 보다는, ..
관능평가는 종종 너무 단순한 방법으로 진행되면서 실험 결과의 신뢰를 떨어뜨립니다. 중요한 변수를 배제하지 않고 실험이 진행되기 때문인데요. 그런 사례 중 하나는 추출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두 잔의 커피를 따로 분쇄해서, 추출에 따른 맛의 차이나 선호도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10g 커피는 대략 74개의 알갱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한 알당0.135g으로 계산) 이 알갱이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느냐에 따라, 10g의 커피가 어떤 맛을 내줄지가 결정됩니다. 사실 추출 방법에 의한 것보다 ‘원두 알갱이의 구성’이 실험 결과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해결 방법은 단순합니다. 조금 더 여유 있는 양의 커피를 한 번에 분쇄한 후에, 골고루 섞고 나서 각 잔으로 분배하는 것입니다..
모던 블랜드는 과거에 우리가 즐겨 마시던 클래식한 커피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블랜드 커피입니다. 현재 제 카페에서 제공되는 에스프레소와 카페라떼 등에 사용하고, 주력으로 카페에 공급하고 있는 제품이기도 합니다. 과거의 커피들이 로스팅에 대한 기술이 부족하거나 맛의 지향점에서 너무 심한 탄내와 쓴맛을 가지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런 단점을 배제하면서도 어느 정도의 무게감과 필수적인 커피의 존재감을 현대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모던 블랜드는 지금까지 콜롬비아 생두만은 100% 사용해오고 있는데요. 그렇다고 해서 블랜드의 정체성을 꼭 콜롬비아 산지로만 두고 있지는 않습니다. 값싼 브라질이나 베트남 등을 제외한 중미권의 생두를 주로 사용하면서, 커피의 산지보다는 로스팅 배출 포인트에 더 크게 의미를 두는 ..
추출만을 통해서 만들 수 있는 자신의 커피 스타일은 한정적입니다. 생두를 선택하고 로스팅한 후에, 추출을 통해서 상호 균형을 갖춰야만 커피에 대한 입체적인 이해를 가질 수 있습니다. 저는 그 결과물이 더욱 자기다운 커피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로스팅 공부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어차피 평생의 길로 커피라는 아이템을 선택하셨다면 언젠가는 꼭 배우셔야 할 것이 로스팅입니다. 로스팅은 책이나 유튜브를 통해서만 배울 수는 없습니다. 로스팅하는 환경과 장비, 생두 등이 세밀하게 맞물려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에, 교육자와 학습자가 함께 로스팅을 해야만 원인과 결과를 연결할 수 있습니다. 이론적 배경 위에서 로스팅의 프로파일과 관능평가를 반복하며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 로스팅 교육입니다. 추출을 통해..
커피와 이론 그리고 맛. 커피에 대한 지식과 이론은 결국 맛으로 증명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론은 정말 해박한데, 정작 커피 맛은 없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제 카페를 통해 제가 말하는 커피 맛을 보여드리기 위해 저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자신의 커피를 이론으로 다듬어가는 것은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부족하더라도 응원하고 싶은 태도입니다. 하지만 맛으로 증명해서 보여주지 못하는 커피에 대한 이론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모두는 더 맛있는 커피 한 잔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지, 이론을 위한 커피를 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우리 커피로 말해요. 커피의 향미로 보여주세요. 물론 맛과 무관하게 물리/화학적 반응과 성질에 대한 관찰은 그 자체..
자아 실현. 제가 하고 있는 커피를 돌이켜봤습니다. 에스프레소, 카페라떼, 브루잉 커피… 어느 것 하나, 남의 취향과 강요에 의해 만든 게 없죠. 철저히 저 스스로에 의해 자율적으로 선택한 저의 커피 스타일입니다. 그동안 다양한 곳에서 커피를 무수히 마시며 ‘맛있는 커피’에 대한 기준과 저의 취향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그런 커피를 만들기 위한 방법을 공부해왔죠. 물론 지금의 커피가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모든 메뉴가 대체로 제가 원하는 정도의 수준까지는 올라와 있습니다. 아쉬움이 있다면 그것은 공간과 팀(Team)입니다. 현재의 공간은 애초에 카페로 기획한 곳이 아니기 때문에, 상권 등의 지리적 특성이나 카페를 위한 공간 자체로의 매력은 많이 부족합니다. 얼른 자리를 잘 잡아서 공간에서도 제 스타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