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공간

여행의 향수를 떠올리며 짜이 한 잔, 사직동 그가게.

Coffee Explorer 2014. 11. 8. 12:55

커피찾는남자는 사직동을 잘 아는 편입니다.

20살 때 부터 인근 지역을 수없이 돌아다니며 많은 추억을 쌓았죠. 과거에는 사직동에 살았던 적이 있기도 하고, 또 인근 서촌에서도 친구네 집을 제 집 삼아 지낸 적도 있죠. 이 곳에는15년 전에 가던 분식집이 지금도 여전히 남아 있어서 커피찾는남자는 일주일에 적어도 한 번은 이 곳을 들르는데요. 사직동은 서울 한 복판에 있지만 잘 변하지 않는, 그래서 왠지 마음이 푸근해지는 그런 동네죠.






왼편으로 사직공원을 끼고 종로도서관을 향해 길을 오르다 보면 만나게 되는 독특한 상호가 있습니다.

'사직동 그가게'






어쩌면 2014년에 만나 보기에는 너무 어려운 외관을 건물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과거에는 수 백번도 넘게 이 곳을 지나쳤을텐데 오히려 그 때는 들어와보기 어려운 마음도 들었죠.






저 허름한 외관이 제 눈에는 오히려 포스가 가득한 특별한 사람들만 들어갈 수 있는 건물로 보였으니 아이러니하죠.






잠시 방문했던 기억도 잊혀질만큼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 이 곳을 다시 찾았습니다. 사실 이 날 사직동 그가게를 방문하게 된 것은 과거 네팔 여행 중에 만났던 한 귀인(!)이 페이스북을 통해서 번개를 제안했기 때문입니다. 네팔 포카라의 '소비따네'라는 음식점에서 스치듯 만난 인연이죠.






사직동 그가게에서는 이렇게 짜이를 맛 볼 수 있답니다.


'짜이' 하면 많은 사람들이 인도를 떠올립니다. 저도 세계 여러 나라들을 돌아다니면서 참 많은 짜이를 맛보지 않았나 싶은데요. 사실 인도도 남부와 북부, 또 해안가가 다들 조금씩 다른 농도와 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도와 국경을 접하는 네팔로 와도 인도와는 상당히 다른 짜이를 맛 볼 수 있는데요. 제 여행 경험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짜이 중 하나는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ABC, 해발고도 4,130m)에서 맛 본 짜이와 티벳인의 성지인 매리설산을 바라보는 전망대인 '뻬이라이스'에서 맛 본 짜이죠.






지역과 방식에 따라 마살라 등의 차와 버터, 시나몬, 카다멈(인도 생강), 월계수, 통후추, 우유, 염소 젖, 설탕을 적절한 비율로 넣고 끓이는데, 인도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서 짜이를 한 잔 마시기 전에는 그 어떤 일도 하지 않는다고 하죠?






가게 안은 아주 독특한 그림들과 소품들이 가득했습니다.






이 곳에 가시면 인디언 짜이를 위한 재료를 구입하실 수도 있죠.






주방의 느낌은 세련된 냉장고를 제외하면 거의 네팔의 작은 가게를 옮겨다 놓은 것 같기도 합니다. 참 정감있죠. ^^






입구 한 쪽으로는 작은 서고에 재미있는 책들이 잔뜩 있었습니다. 낮에는 햇살이 참 따스한 자리죠.






가장 특이한 점은 티베트 난민 자립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록빠(ROGPA)'에서 운영한다는 점이겠죠. 자원활동가들이 일주일에 4시간씩 돌아가면서 봉사하신다고 하더군요. 물론 매니저님은 따로 계시죠. ^^






짜이 뿐 아니라 남인도식 팬케이크 도사와, 커리 또한 맛 보실 수 있답니다. 저는 짜이만 맛 봤네요. ^^






이런 모습의 외관이랍니다. 혹시나 이 글을 보고 사직동 그가게를 찾아가신다면 너무 포스가 가득한 모습에 쫄지 마시고 문을 열고 들어가세요. ^^ 참고로 사직동 그가게는 건물이 두 개 랍니다. 아랫 쪽에서 올라오다보면 처음 만나는 건물을 지나 두 번째 건물로 올라오셔야 짜이를 드실 수 있죠. ^^






여행 때 만났던 귀인과 여러 대화를 나누다 잠시 밖으로 나와 사진을 담아봅니다.






왼쪽 편에 적혀 있는 티베트 속담이 참 기억에 남았더랬죠.

'뜻을 이루었으면 몸을 낮추고, 뜻을 잃었으면 고개를 들어야 한다'


요즘 저는 고개를 좀 들고 다녀야 하지 않나 싶어요-






운영 시간은 11:30-20:00 이고 월요일에 휴무입니다.





운영 목적에 맞게 다양한 NGO 활동들이 이 곳을 기반으로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판매 메뉴는 사진을 클릭해서 확인해보세요.






시간이 흐르고 짜이가 떨어져서 한 잔을 더 리필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시간이 흘러흘러 밖이 어둑해졌습니다. 함께 자리했던 귀인은 저 문이 예쁘다며 프레임에 가득 채워보라고 요청했지만, 그렇게 찍으면 제가 유리창에 비치게 되니 이 정도로만 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직동 그가게를 떠날 시간입니다. 밤에 조명을 밝히 모습이 무척이나 아름다워 보였는데요.

열고 들어간 순간 당신을 이미 여행자로 만들어줄 마법의 문이죠.




오늘 한번 용기를 내서 저 문을 한번 열고 들어가보지 않으실래요? ^^


떠나시기 전에!

아래 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