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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잃어버린 것 같다고 느낄지 모를 어느 고3에게

Coffee Explorer 2014.11.13 16:57

미래를 잃어버린 것 같다고 느낄지 모를 고3에게

- 내 인생 세번의 수능, 그리고 한 명의 죽음



내 인생의 20살은 초록 잔디가 펼쳐진 낭만적인 대학 캠퍼스가 아니라, 기계 소음이 가득한 공장에서 시작되었단다. 충청도의 어느 안경 렌즈 공장, 내가 맡았던 업무는 안경 렌즈를 제조하기 위한 화학 약품을 주형 안에 주입하는 일이었지. 중국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 세 명과 함께 나는 반 년의 시간을 공장에서 보내야 했어. 가장 친했던 친구들과 모든 연락을 끊고 잠적을 했어. 수능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은 내 잘못이었겠지 하며 모든 현실을 받아 들였지만, 공장에서 시작한 20살의 인생은 썩 즐겁지는 않았거든. 비참하다 여겼던 내 삶을 친구들에게도 알리기가 싫었던 거지. 그렇게 내 인생의 첫번째 수능은 나를 깊은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것으로만 보였어.


그리고 반 년 후 난 서울로 올라왔어. 월급을 모아 마련했던 일렉 기타 한 대와 수중에 남은 몇 십만원의 돈이 내 서울 생활의 시작이었단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나지 않아 다시 수능 시즌이 찾아왔어. 딱히 수능을 준비해왔던 것은 아니지만, 나는 인생 두 번째 수능을 치게 되었단다. 물론 누구에게도 수능을 본다는 사실도 말하지 않은 채로 말이지. 결과는 뭐 당연한 거였지. 그렇게 두번째 수능이 지나갔다. 그리고 군대를 다녀온 25살, 새벽 5시에 일어나 배달 차량을 몰았고 낮에는 노량진 종합반에서 근로 장학생으로 준비하며 인생 세 번째 수능을 맞이하다 됐단다. 이미 여자 동기들은 대학을 졸업을 해버린 시기였지. 남보다 뒤쳐졌다는 생각이 가득했기 때문에 나는 매일 4-5시간만 잠을 자면서 남들보다 3배로 열심히 해야한다는 생각만 했단다.


그런데, 앞만 바라보면 달리던 5월의 어느 날, 나와 겨우 2분 거리에 살던 친구 한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졌어. 난 지금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오직 앞 만 보며 달려가는게 옳다고 믿었는데, 어쩌면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 내가 사랑하는 사람 한 명을 살릴 수 있다면 나는 대학을 포기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 대학 진학에 대한 강렬한 동기를 잃었던 나는 이번 수능 준비를 또 다시 포기할까 싶기도 했어. 그래도 끝까지 자리만은 지켰고 결국 그 해 수능 시험을 어떻게든 치르게 되었단다. 그렇게 해서 26살의 봄, 사람들이 알아주는 엘리트 대학은 아니었지만 나는 대학에 들어가게 되었어.




힘들게 공부해서 들어간 대학교였지만 다시 1년 반의 다시 긴 휴학을 겪어야 했었어. 그리고 30대 중반이 된 지금의 나는 대학 졸업 후 내 길을 가고 있단다. 사실 그 후의 내 삶은 참 흥미진진한 여정이었어. 공장에서 지내던 20살 그리고 매일 4-5시간 잠을 자며 수능을 공부했던 25살의 내가,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던 놀라운 인생의 거대한 드라마가 계속해서 내 삶에 주어졌거든. 30살의 나는 세계일주 여행을 할 수 있었고, 아프리카 유일의 만년설 킬리만자로 정상과 안나푸르나를 올랐고, 중국의 차마고도와 인도 전역을 돌아다니기도 했어.


많은 시간이 지나 지금의 나는 20살에 대학에 들어가지 못했던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 남들과 같은 시기에 똑같은 모습으로 목적없이 대학을 들어가고 졸업 이후 취업에만 목을 매는 삶을 살았다면, ‘지금의 내가 과연 있을 수 있을까?’ 싶어. 물론 지금의 내 삶이 큰 사회적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야. 오히려 살아야 하는 이유와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고 해야할까? 확실한 것은 그 어떤 것보다 ‘삶’이란 것이 가장 큰 선물이라는 거야. 내 삶에선 무척이나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무척이나 행복했던 순간도 많았거든. 남들과 조금 다른 출발을 해도 괜찮아. 오히려 남들과 다른 특별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는 거잖아.




오늘 너희의 수능은 어땠니? 수능의 결과가 얼마간 너희의 뒤를 따라 다닐 거란 사실은 분명해. 그래. 오늘 하루는 충분히 울어도 괜찮아. 그동안 넌 열심히 땀 흘려왔거든. 그러나 기억하렴. 이런 순간들이 우리 삶을 통채로 구렁으로 던져넣지는 못해. 눈물을 흘린 뒤에는 잠시 숨을 돌리고 잠을 청하렴. 충분히 잠을 잔 뒤에는 그동안 못봤던 영화를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어. 그리고 나서 한번 생각해봐. 진정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선뜻 대답을 할 수 없다면 지금 당장 대학에 들어가지 않아도 괜찮을거야. 


자신만의 대답을 찾는 일로 내일을 시작하자. 너의 출발은 나쁘지 않은거야. 남들이 다 지금 대학에 들어간다고 해서, 너도 꼭 지금 들어가야 하는 것은 아냐. 오히려 스스로 답을 얻고 나면 분명한 동기가 너의 삶을 이끌어주지 않을까? 장담하건데 10년 뒤 넌 빛나는 추억들을 회상하게 될거야. 이유를 알지 못하는 수능의 행렬이 네 삶을 이끌어가게 하지말고, 너 자신만의 꿈을 좇기 위한 한 걸음을 걸어가렴. 작은 토닥거림을 전한다.




호주 시드니에서


탄자니아 세렝게티국립공원에서


아프리카 유일의 만년설 킬리만자로에서


중국 차마고도 호도협에서


네팔 안나푸르나 마차푸츠레 베이스캠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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