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348

내 커피가 맛 없다고 말해주는 한 사람

“이 커피에서 안 좋은 냄새가 나요.” 언젠가 제 팝업카페에 와서 이야기해준 손님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손님들이 아무 말 없이 잘 드셨는데 말이죠. 사실 팝업카페를 준비하면서 제조사에 냄새가 나지 않는 종이컵을 특별히 요청해서 배송받았었습니다. 그리고 행사 첫날에 사용했던 컵에 전혀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둘째 날에 사용하는 종이컵에도 문제가 없을 줄 알았죠. 그러나 종이컵의 제조 라인이 달랐던지 그 외 다른 이유 때문인지, 종이컵 냄새(코팅+펄프 냄새로 추정하는)가 심하게 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향에는 상당히 예민하다고 생각했던 저에게, 그 손님의 지적은 처음에는 당황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그럴 리가 없는데요.”라고 말하기 전에 커피의 맛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 다행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손님의 ..

커피와/이야기 2016.08.23

[소고] 커피 전문가에 대하여

한 영역의 전문가로 불리려면 어떤 덕목을 갖추어야 할까요? "그래도 10년은 해야 전문가라고 부를 수 있지-"라고 사회적으로 자주 이야기합니다. '실력이 있는지가 중요하지, 년 수가 뭐가 중요한가?' 싶다가도 긴 시간이 만들어낸 내공을 무시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는 것을 떠올립니다. 잠시 전문가라는 단어를 생각해보니 '타인을 능히 가르킬 수 있는 수준의 깊이와 균형이 있는 사람'이라는 표현이 떠올랐습니다. 전문가라는 표현이 갖는 사회적 위치는 그런 면에서 상대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합리적인 체계 속에서 어느 정도의 집중도로 다양한 경험을 체적했느냐가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여기에 해당 영역에 대한 존경할만한 태도와 식견이 있다면 더할 나위없겠죠. 아마도 오늘 날 같은 한국의 커피 산업(전형..

다른/생각 2016.08.18

온도에 따라 분쇄도(분포 특성)가 달라진다

앞 선 글에서 미분에 대한 관점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드렸는데요. 사실 제가 소개했던 논문의 주제는 커피 분쇄에 있어서 생두의 산지와 온도의 영향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미분에 대한 소개를 충분히 하기 위해서 온도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었는데요. 이번 글에서는 온도에 따른 분쇄도의 차이에 대한 내용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해당 글을 아직 보지 못한 분은 그 글을 먼저 읽고, 이 글로 돌아 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세계적 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커피 논문, 미분이 커피 추출의 주역이었을까? 원두의 온도바리스타들은 그라인딩을 하면서 외부의 온도나 습도, 사용하는 원두에 변화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에스프레소 추출이 상당히 큰 폭으로 변화하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겁니다. 이를 두고 10년 전 만해도 대부..

커피와/이야기 2016.08.13

커피(원두) 보관, 어떻게 해야할까?

생두 역시 보관이 중요한 문제이지만, 로스팅 이후 급속하게 신선도를 잃는 원두의 보관은 커피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이슈입니다. 보관의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보관의 목표가 무엇인지 부터 되짚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 글은 Espresso Coffee (The Chemistry Of Quality)의 6장. 보관 및 포장(Chapter 6.1 PHYSICAL AND CHEMICAL CHANGES OF ROASTED COFFEE DURING STORAGE)의 내용들을 소개하면서, 저의 생각들을 보태려고 합니다. 이 글을 먼저 읽어보시면 좋습니다. 커피, 로스팅 이후 숙성(ageing)을 통한 향미의 변화 보관의 목표 Espresso Coffee 는 커피의 보관 과정에서 중요한 화학적, 물리적 변화를 겪..

커피와/이야기 2016.08.12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커피 논문, 미분이 커피 추출의 주역이었을까?

분쇄 작업은 커피 맛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분쇄 시 향미 성분이 소실되지 않으면서도 가능한 균일한 분포로 커피 입자를 분쇄하기 위해 바리스타들은 좋은 그라인더를 찾기 원해왔습니다. 우리는 '균일함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하는데요. '커피 원두 입자 크기가 비슷한 크기면 되는 거 아닌가?'라는 질문 정도로는 이 문제의 중심에 다가서기 어렵습니다. 분쇄도라는 것은 사실 어려운 개념이어서 단지 크냐, 작냐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분쇄 시 입자들은 다양한 형태와 크기로 나뉘기 때문입니다. 분쇄도는 칼날 사이의 간극 차가 만들어내는 입도 분포의 차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간극 차를 줄일 수록 같은 질량의 원두를 분쇄 했을 때 평균 표면적이 증가하게 됩니다. 입..

커피와/추출 2016.08.12

커피, 로스팅 이후 숙성(ageing)을 통한 향미의 변화

대부분, 커피는 로스팅 직후에 추출하기 보다는 일정 시간 이후에 사용하는 편인데요. 로스팅에서 발생한 가스가 추출을 방해하기도 하지만, 숙성이 되지 않아서 원하는 향미를 얻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Espresso Coffee (The Chemistry Of Quality)라는 책에서는 보관과 포장을 다루는 챕터(6장) 서두에는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사실, 로스팅 과정에서 높은 온도와 낮은 수분 활성도로 인해 효소와 미생물로 인한 부패는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커피는 보관 과정에서 중요한 화학적/물리적 변화를 겪는데, 이것은 음료의 품질과 추출 용인성에 큰 영향을 준다. 이러한 일들은 로스팅한 커피의 노화(staling)로 인해 일어나지만, 숙성(ageing)이라고 불리는 과정 역시 ..

커피와/이야기 2016.08.12

핸드드립, 시작 전에 필터는 물로 꼭 행궈야 하나?

핸드드립 시 필터에 대한 질문을 초보자 분들께 자주 받는 것 같습니다. 단골 주제 중 하나는 물로 행구는 것 즉, 린싱(rinsing)에 대한 부분인데요. 오늘은 필터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핸드드립에 사용하는 필터는 드리퍼의 제조사 별로 서로 다른 크기와 형태, 재질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1-2인분을 위한 소형 드리퍼에 사용하는 필터도 이에 따라서 중량도 다르고 두께도 달라서, 물 빠짐 속도 역시 필터에 의해 일부 좌우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필터에는 크게 두가지 종류가 있다표백의 여부가 가장 시각적으로 두드러지는 차이인데요. 우리가 자주 접하는 흰 색 필터는 표백을 한 것입니다. 과거, 표백에 염소계의 화학 약품을 사용했기 때문에 비표백 필터(황색)를 선호하는 분들이 많았는데요. 이 때문에 흰 ..

커피와/추출 2016.08.10

핸드드립, 주변 부로 물을 부어도 될까?

과거 핸드드립에는 몇 개의 불문율이 있었습니다. 그 중 특히 중요하게 여기던 부분 중 하나는 주변 부로 물을 붓지 않는 것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분쇄 커피 없이 필터에 물을 부으면, 물은 빠르게 필터를 투과해서 서버로 이동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핸드드립에서도 주변 부에 물을 부으면 커피층을 통과하지 않는 물이 필터를 곧장 투과해서 서버로 이동할 거라고 쉽게 짐작합니다. 평소 TDS 1.27-1.30% 농도의 커피를 추출하던 레시피와 분쇄도를 이용해서 다음과 같이 추출을 진행해봤습니다. 14g의 커피를 45g의 물로 45초 동안 불림을 진행했고, 그 뒤에 1회에 약 185g의 물을 부었습니다.(물의 총 중량 약 230g) 상당히 급진적으로 드리퍼의 주변부, 필터 가까이 물을 부어 한번에 추출을 진..

커피와/추출 2016.08.09

핸드드립, 교반(Stirring)은 왜 하는걸까?

불림의 목적 핸드드립에서 불림 동작을 통해 사람들은 몇 가지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것 같습니다. 보편적인 설명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포함하는 편입니다. 1) 디게싱 : 원두에 미리 불을 붓고 시간을 주어서 가스를 배출하여, 가스가 추출을 방해하지 않도록 함 2) 원두를 적심 : 분쇄 원두의 중심부까지 가능한 만큼 물을 스며들게 하여서, 원활하게 추출이 일어나도록 함. 3) 원두와 물의 균일한 분배 불림 중의 교반 불림에서의 교반은 가스 배출을 도와서 가스로 인해 추출이 방해되는 것을 막습니다. 또한 물이 원두를 더욱 빠르고 효율적으로 젖게 도와줍니다. 과거, 불림의 중요성을 과하게 강조해서, 불림을 잘하면 대단히 맛이 좋은 커피를 만들 수 있다는 다소 신화 같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

커피와/추출 2016.08.08

핸드드립, 어떻게 해야 할까?

핸드드립에서는 얼마의 커피를 사용하고 또 물은 얼마를 부어야 하는 걸까요? 커피, 특히 핸드드립과 관련해서 가장 많이 받게 되는 흔한 질문 중 하나가 아닌가 합니다. 물론 저 역시 핸드드립에 입문하면서 혼란스러웠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서두에 미리 이야기하자면 커피에 정답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으면 그만이지만, 누군가를 위한 커피를 만들고자 한다면 문화나 생두, 로스팅 등을 고려했을 때 높은 확률로 많은 사람의 입을 만족시키는 커피는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충분히 경험도 해보기 전에 자신만의 방식을 결정하기 보다는, 가능하다면 다수의 사람들이 선택하는 길에 대해서도 그 이유를 공부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많은 사람이 한다고 그것이 더 옳은 것이다"라..

커피와/추출 2016.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