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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찾는남자 / Coffee Explorer
"커핑이 답이다."라는 말을 하는 로스터를 자주 만나게 됩니다. 물론 커피라는 것이 결국 우리 기호에 맞는 향미를 커피를 통해서 얻고자 하는 것이니, 결국에는 먹어서 만족감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최종적인 방법이어야 합니다. 다만 '커핑이 항상 답이 맞다'는 것에 대해 제 의견을 조금 보태보고자 합니다. 우리는 때로 커핑 덕분에 함정에 빠지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커핑에서는 대략 개당 0.1g 전후의 원두 100여 알갱이가 모여서 한 컵의 향미를 만들어내게 됩니다. 우리가 분쇄향을 맡고 맛을 보는 것은 이것의 평균적인 상태에 대한 평가죠. 더 깊이 커피에 대해 알고자 한다면, 평균 뿐 아니라 '분포'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사실, 커핑의 함정이라기 보다 분포에 대한 이해 ..
바리스타에서 에스프레소는 참 어렵고도 흥미로운 커피 추출입니다. 섬세하게 보자면 무한한 변수가 존재하지만, 사실 사람의 혀가 가진 변별력은 그리 뛰어나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준에서 타협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러다 다시금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에스프레소 추출에 영향을 주는 또 다른 요인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도넛 현상에 대한 가벼운 생각에서 비롯됩니다. 도넛 현상은 에스프레소 추출에서 바스켓 하단 바깥쪽에서 원을 그리며 추출이 시작되는 현상의 모양이 도넛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최근, 제 인스타 게시물을 통해 도넛 현상에 대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최초의 제 관점은 도넛 현상을 단순하게 '도징을 통해 도넛 현상을 막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하다.' 정도였습니다. ..
많은 사람이 '전통적' 방식의 핸드드립(Hand drip)과 '현대적' 푸어오버(Pour over, 포어 오버)를 다양한 관점에서 비교하곤 합니다. 언제까지 이런 수식을 붙인 명칭으로 불러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한국에서는 꽤나 절대적 지지를 받아오던 추출 방식이 급물살을 타며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한동안은 그런 수식이 계속해서 붙지 않을까 합니다. 푸어오버와 핸드드립은 추출수의 온도에서 어느 정도의 차이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추출수의 온도에 관심을 먼저 갖지만,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실제 추출이 일어나는 드리퍼 내부 현탁액의 온도입니다. 다만 현탁액의 온도는 입체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정확한 측정이 까다로운 편입니다. 하지만 추출수의 온도는 측정이 간편하죠. 그래서 사람들은 종종 유명 바리스타를..
최근 해외의 미디어를 통해 '커피 분쇄 시 발생하는 열이 추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글을 읽었습니다. 이것은 타당한 접근이라고 봅니다. 에스프레소 머신의 추출수 1도 편차에는 예민하게 반응해오지 않았습니까? 이를 위해 과거에는 온도 서핑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과열수를 제거하기도 하고, 고가의 머신을 선택해왔습니다. 그런데 분쇄 시에 발생하는 열에 대해서는 관심을 크게 기울이지 않아 왔습니다. 추출에서 중요한 것은 슬러리의 온도 사실 추출에서 중요한 온도는 그것이 에스프레소이건 브루잉이건 간에 실제 추출이 일어나는 슬러리(Slury, 현탁액)의 온도입니다. 에스프레소의 경우에는 포터필터 내부에서 커피 입자와 물이 만나서 이루고 있는 열의 균형을 말하는 것입니다. 실제 추출이 일어나는 온도에 영향을 미치는..
이런 추출을 보면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하시나요?'이 바리스타 장난하나?', '콸콸콸 나오고 있는데?', '이 카페는 볼 것도 없이 패스해야겠군.', '추출을 왜 이렇게 많이 하지?' 바리스타가 일관된 방식으로 추출하고 있다는 가정 하에, 충분한 실험과 고민 속에 나온 추출 방식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저는 하곤 합니다. 물론 흔하지는 않지만 말입니다. 룽고식 추출 룽고(Lungo), 이탈리아어로 '길다'라는 뜻의 단어입니다. 전통적인 이탈리아식 에스프레소에 비해서 두 배 가까이 추출량이 늘린 음료를 말하는데요. 추출량이 많다 보니 추출 시간이 길어질 때가 많고 커피의 쓴맛은 더 많을 수 있지만, 농도는 연하고 음료 자체의 온도는 에스프레소에 비해 높은 편에 해당합니다. 이탈리아나 일부 나라를 제외한 곳에서..
'그라인더는 1대 뿐인데...''내가 매장에 없을 때에도 커피 품질이 유지되어야 할텐데...' 일반적인 카페에서는 세팅에 다양한 고민이 있죠. 직원의 성숙도나 매장의 특성에 따라서 레시피를 얼마만큼 정밀하게 결정할지 고민해야 하는데요. 어떤 방법이 있는지 한번 생각해보겠습니다. 오늘 다루려고 하는 에스프레소 레시피 세팅은 1대의 그라인더를 가지고 있는 매장에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방식'을 이용한 세팅의 예시일 뿐입니다. 사용하는 원두의 종류나 로스팅 포인트에 따라 조절 방식은 반대가 되어야 할 수 있으니 그 방식만 참고해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2대 이상의 그라인더를 가지고 있다면 훨씬 더 정교하게 레시피를 최적화할 수 있을 겁니다. 에스프레소 세팅의 순서 지난 번 글을 통해서 Espresso ..
일선 바리스타의 입장에서 에스프레소를 주문하는 손님은 신경이 쓰이는 게 사실입니다. 아메리카노 세팅이야 잘 잡아두었지만 에스프레소 그대로 마시면 어떨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죠. 왜냐하면 일반적인 카페에서는 에스프레소를 위한 세팅을 해두지 않기 때문입니다. 보편적인 카페에서 에스프레소를 주문하는 손님은 1주일에 한두 명 만날 수 있을까 말까 합니다. 2000년 이후의 한국에서의 카페 문화는 에스프레소 머신을 중심으로 보급되기는 했지만, 이탈리아식 에스프레소 문화라기보다는 미국식, 더 정확히는 스타벅스식 카페 문화가 한국에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 용도에 따른 에스프레소의 세 가지 분류 에스프레소를 용도에 따라 분류하자면 크게 아래의 세 가지로 저는 정리할 수 있다고 봅니다. Espresso for Espr..
배치 브루(Batch Brew), 한 회차에 여러 잔 분량을 추출한 브루잉 커피를 말하는 용어입니다. 스타벅스에서 판매하는 '오늘의 커피'라고 하면 쉽게 연상될거라 생각합니다. 배치 브루는 미국 등에 비해 한국에서는 판매가 많지 않았는데요. 10여년 전 제가 일했던 매장에서도 메뉴에는 있었지만 판매 비율은 매우 낮은 편이었습니다. 최근 2-3년 사이에는 배치 브루를 적용한 매장들을 다시 찾아볼 수 있었는데요. 10년 전의 배치 브루와 지금의 배치 브루는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매장이나 브랜드에 따라 다르지만, 10년 전의 배치 브루는 일반적인 원두가 아니라 분쇄된 상태로 유통되는 커피 가루(ground coffee)였던 경우가 많았다고 기억합니다. 이 글을 통해서 제가 경험한 배치 브루 커피 이야기와 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