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찾는남자 / Coffee Explorer
핸드드립, 주전자와 추출수의 온도 본문
많은 사람이 '전통적' 방식의 핸드드립(Hand drip)과 '현대적' 푸어오버(Pour over, 포어 오버)를 다양한 관점에서 비교하곤 합니다. 언제까지 이런 수식을 붙인 명칭으로 불러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한국에서는 꽤나 절대적 지지를 받아오던 추출 방식이 급물살을 타며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한동안은 그런 수식이 계속해서 붙지 않을까 합니다.
푸어오버와 핸드드립은 추출수의 온도에서 어느 정도의 차이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추출수의 온도에 관심을 먼저 갖지만,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실제 추출이 일어나는 드리퍼 내부 현탁액의 온도입니다. 다만 현탁액의 온도는 입체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정확한 측정이 까다로운 편입니다. 하지만 추출수의 온도는 측정이 간편하죠. 그래서 사람들은 종종 유명 바리스타를 만나서 추출수의 온도를 묻곤 합니다.
"추출수는 몇 도를 사용하세요?"
그런데 이게 그렇게 단순한 문제는 아닙니다. 추출수의 온도는 내가 의도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사용하는 장비와 환경에 따라 추출 시작부터 추출이 끝날 때 까지 상당한 폭으로 변화합니다.
일반적으로 푸어오버에 사용하는 주전자들은 대부분 가열하는 코일이 주전자 바닥에 있는 형태입니다. 당연히 같은 양의 물을 넣어두어도 더 많은 양의 에너지를 주전가가 가지고 있고, 추출수의 온도는 더디게 떨어지게 됩니다. 반대로 일반적인 핸드드립 주전자는 추출 시작부터 추출 종료까지의 온도 변화가 큰 편입니다.
0.7𝓁를 담을 수 있는 칼리타 호소구치 드립 주전자의 경우 90도의 500-600g 정도 물을 담아서 추출을 시작하면, 물의 양이 줄어들면서 추출 종료 시점인 약 2분 30초 전후에는 약 100g 정도의 물이 남습니다.(필터 린스 + 추출) 호소구치 드립 주전자에 남은 물의 온도는 86℃ 전후로, 푸어오버에 사용하는 주전자에 남은 물보다 온도가 2~3℃ 낮습니다. 물론, 더 두꺼운 재질을 사용했거나 용량이 큰 드립 주전자에 물을 많이 채운 경우는 온도 차이가 작습니다.
더 문제가 되는 상황은 드립 주전자를 뚜껑을 열고 사용하는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추출 후반의 주전자 내 추출 수 온도는 80℃ 초반까지도 쉽게 온도가 떨어지게 됩니다. 거기에 딱 내릴 만큼의 물만 주전자에 넣은 경우라면 온도의 편차는 추출 시작/종료 시 20℃ 이상의 차이도 날 수 있는 것이죠.
"후반부의 추출수 온도를 자연스럽게 낮춰주는 것을 이용할 수 있겠는데요?"
맞습니다. 요즘에는 에스프레소도 추출 중에 온도를 조절하는 시도들이 있는데요. 핸드드립에서도 그런 시도를 하곤 하죠. 문제는 재현성에 있다고 봅니다. 같은 계절, 실내 온도에서는 문제가 없죠. 다만 계절과 실내 온도가 바뀔 때에는 재현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언제든 구현 가능한 방식이라면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만일 푸어오버를(더 정확하게는 푸어오버에 주로 쓰는 주전자를 이용해서) 핸드드립과 유사한 조건을 만들고 싶다면, 우선은 추출수의 온도를 낮추는 것이 적절한 접근 아닐까 싶습니다. 같은 온도의 물로 추출을 시작한다면 푸어오버는 핸드드립보다 더 많은 열 에너지를 공급할 때가 많습니다. "푸어오버에서 잡미가 느껴진다."고 말씀하시는 분이라면 참고해보시길.
- 글/사진 : 커피익스플로러(Coffee Explorer)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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