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룽고(Lungo)의 재발견 본문

커피와/추출

룽고(Lungo)의 재발견

Coffee Explorer 2018. 12. 20. 17:20


이런 추출을 보면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하시나요?

'이 바리스타 장난하나?', '콸콸콸 나오고 있는데?', '이 카페는 볼 것도 없이 패스해야겠군.', '추출을 왜 이렇게 많이 하지?'


바리스타가 일관된 방식으로 추출하고 있다는 가정 하에, 충분한 실험과 고민 속에 나온 추출 방식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저는 하곤 합니다. 물론 흔하지는 않지만 말입니다.




룽고식 추출


룽고(Lungo), 이탈리아어로 '길다'라는 뜻의 단어입니다. 전통적인 이탈리아식 에스프레소에 비해서 두 배 가까이 추출량이 늘린 음료를 말하는데요. 추출량이 많다 보니 추출 시간이 길어질 때가 많고 커피의 쓴맛은 더 많을 수 있지만, 농도는 연하고 음료 자체의 온도는 에스프레소에 비해 높은 편에 해당합니다.



이탈리아나 일부 나라를 제외한 곳에서 룽고 메뉴는 보편화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바리스타들 사이에서도 그런 메뉴나 추출 방식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그걸 굳이 왜 먹어?'라고 경우가 많았죠.



사실 대부분의 상업 카페에서 1종의 블렌드 커피당 1개의 그라인더를 사용하기 때문에 룽고에 최적화된 추출을 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세팅을 해서 맛을 본다면 룽고에는 에스프레소와 다른 매력이 분명히 있습니다. 다만 주문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메뉴를 위한 별도의 세팅을 할 이유가 카페에 없다는 것이 문제죠.



아메리카노의 한계


한국의 상업적인 카페에서는 아메리카노가 주력 메뉴입니다. 가장 많이 판매되고 수익성도 좋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메뉴라고 할 수 있죠. 다만 에스프레소 추출 이후에 물을 붓는 아메리카노 제조 방식이 고품질 스페셜티 커피에 적합한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습니다.


원두가 가진 고유의 맛과 개성이 브루잉 커피에 비해 너무 약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메리카노는 블랙 커피의 대중화를 이끌어낸 일등 공신이지만, 이런 면에서 현재 한국 스페셜티 커피 산업 발전에 방해물이기도 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커피 추출 도구를 브루잉으로 다 바꾸자고 하기에는 카페에서 생산성의 저하가 항상 고민이죠. 물론 브루잉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아메리카노를 위한 에스프레소 추출을 변형시키는 것도 또 다른 방법일 것 같습니다.




추출수가 가지는 힘!


스페셜티 커피에서 늘 고민거리가 되는 것은 산미입니다. 저 역시 산미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전체적으로 밝은 로스팅 포인트에서 만들어지는 깔끔한 향과 맛을 선호하죠. 스페셜티 커피를 다룰 때에는 너무 과한 산미를 제어하면서 깔끔한 커피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요. 이때 추출량에 대해 생각해볼 부분이 있습니다.


20g의 커피 파우더를 이용해서 에스프레소를 추출한다고 해볼까요. 첫 번째 커피는 분쇄도를 얇게 해서 30초에 20g을 추출하고, 두 번째 커피는 분쇄도를 크게 해서 15초에 40g을 추출해봤습니다. 이 때의 농도와 수율의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1st (20g, 20g, 30초) : TDS 11.51%, EXT 11.95

2nd(20g, 40g, 15초) : TDS 9.69%, EXT 20.08


20g을 추출할 때에는 웬만큼 시간을 늘려봐도 높은 수율을 달성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40g을 추출할 때는 추출 시간이 15초 정도로 아주 짧아도 높은 수율을 달성하기 쉽습니다. 수율이 높다고 커피가 맛있는 것은 아니지만, 추출량을 늘리게 되면 다른 변수를 조작하는 것보다 훨씬 수월하게 추출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추출량을 줄이는 것은 에스프레소에서 매우 효과적인 맛의 절제법이기도 합니다.




스페셜티 커피와 밸런스


스페셜티 커피에서 룽고식 추출은 밸런스 있는 커피를 만드는 쉬운 방법 중 하나입니다. 진득한 에스프레소에 대한 로망이 아메리카노에서 무슨 소용인가요? 어차피 물에 섞을 건데 말입니다. 앞선 글에서 ‘Espresso for Americano’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농도에 대해 조금 더 자유롭다.’라는 이야기를 했었죠. 오히려 진득한 에스프레소에 대한 환상만 내려놓으면 밸런스가 보입니다.


여기에서 우리의 생각을 조금 더 넓힐 필요가 있습니다. 꼭 1:2 정도의 추출 비율을 고수할 이유는 없습니다. 20g의 커피 파우더를 사용하되 에스프레소 추출량은 40g, 60g, 80g 등으로, 편견없이 다양한 추출의 균형을 찾아보는 것도 의미 있는 작업입니다.




마무리하며


에스프레소 머신을 이용한 추출에서 추출량이 갖는 의미는 아주 큽니다. 특별히 아메리카노 위주의 상품 판매가 많은 한국 커피 산업에서 룽고식 추출에 대해서 다시 한번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10여 년 전의 커피에 비해 상대적으로 라이트한 로스팅이 더 보급된 지금, 커피의 밸런스를 위해 룽고식 추출을 재발견해보시기를.


- 글 : 커피익스플로러(Coffee Explorer)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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