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찾는남자 / Coffee Explorer
용도에 따른 에스프레소의 세가지 분류 본문
일선 바리스타의 입장에서 에스프레소를 주문하는 손님은 신경이 쓰이는 게 사실입니다. 아메리카노 세팅이야 잘 잡아두었지만 에스프레소 그대로 마시면 어떨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죠.
왜냐하면 일반적인 카페에서는 에스프레소를 위한 세팅을 해두지 않기 때문입니다. 보편적인 카페에서 에스프레소를 주문하는 손님은 1주일에 한두 명 만날 수 있을까 말까 합니다.
2000년 이후의 한국에서의 카페 문화는 에스프레소 머신을 중심으로 보급되기는 했지만, 이탈리아식 에스프레소 문화라기보다는 미국식, 더 정확히는 스타벅스식 카페 문화가 한국에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
용도에 따른 에스프레소의 세 가지 분류
에스프레소를 용도에 따라 분류하자면 크게 아래의 세 가지로 저는 정리할 수 있다고 봅니다. Espresso for Espresso, Espresso for Americano, Espresso for Drinks. 좀 더 자세히 설명해볼까요.
"이 셋이 왜 달라야 하냐?", "제일 맛있게 세팅된 에스프레소를 그냥 다른 음료에 넣으면 안 되냐?"라고 반문할 수 있을 텐데요. 이건 최적화를 할지 말지에 대한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1) Espresso for Espresso
에스프레소로 바로 마시기 위한 에스프레소입니다. "에스프레소 한 잔 주세요."라고 주문했을 때 나오는 그 에스프레소죠. 이 에스프레소는 음료로서의 완성도 있는 농도가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과거에는 진득한 리스트레또 계열의 에스프레소를 제공해야만 "여기 에스프레소 좀 하네~" 인정받는 흐름도 잠시 있었지만, 농도를 단순하게 진하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이죠. 그대로 마시기에 편안한 에스프레소의 밸런스를 위해서 조금은 더 연한 느낌의 에스프레소를 제공하는 편이 좋다고 봅니다.
이때 자칫 진한 농도로 인해서 너무 자극적인 산미가 표현되지 않도록 에스프레소 세팅을 해야 합니다.
2) Espresso for Americano
재료로 활용되어서 물과 만나는 에스프레소는 농도에서 자유로워도 됩니다. 진득하게 리스트레또 추출하든 넉넉하게 많은 양의 물을 이용해서 롱고 추출을 하든 상관이 없습니다. 어차피 훨씬 많은 양의 물과 곧 만나게 될 테니 말이죠.
아메리카노를 위해서도 1) Espresso for Espresso 그대로를 사용해도 무방합니다만, 굳이 아메리카노를 위한 에스프레소를 별도로 세팅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에스프레소로 마셨던 맛의 균형감이 아메리카노로 만들었을 때 상당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성분은 같지만 농도가 달라지면서 혀에서 느껴지는 맛의 역치와 균형이 변화하게 됩니다.
한국의 카페는 아메리카노 판매 비중이 아주 높기 때문에 2) Espresso for Americano 세팅의 중요성은 더 강조하지 않아도 되겠죠.
3) Espresso for Drinks
재료로 활용해서 다른 음료를 만드는데 사용되는 에스프레소입니다. 주로 우유와 혼합해서 카페라떼 등의 음료로 만들게 될 텐데요. 이 경우에는 에스프레소의 농도가 진한 편이 음료의 맛을 살리기에 더 좋은 것 같습니다. 특별히 따뜻한 카페라떼의 경우 에스프레소에 포함된 물의 양에 따라 카페라떼의 워터리(watery)한 특성이 결정되기 때문에 더 주의해야 합니다.
추출의 세팅은 그대로 두고 추출량만 적게하여(추출 시간도 함께 짧아짐) 리스트레또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이 경우에는 세팅에 따라 단맛이 부족할 수가 있습니다.
에디터의 관점
다시 한번 말하지만 세분된 에스프레소 세팅은 최적화를 얼마만큼 할건지는 각자의 결정이라고 봅니다. 물론 가능하면 메뉴별로 최적화를 충분히 시킨 에스프레소를 사용하는 것이 좋지만, 매장의 상황에 따라서 그러기 힘든 상황이 있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커피 전문점으로 차별화해서 커피에 더욱 무게 중심을 두는 매장이라면, 용도에 따라서 에스프레소 세팅을 차이를 주는 방식을 추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 번에는 실제 매장에서의 에스프레소 세팅 사례를 참고 삼아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 글/사진 : 커피찾는남자(Coffee Explorer)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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