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추출

원두 평가에 대한 정량적 접근

Coffee Explorer 2015. 4. 30. 01:20

*이 글은 원두 QC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기 것이 아니라, 머릿 속의 이런 저런 고민들을 모아 놓은 내용입니다.


과거 한국과 중국의 커피 회사에서 QC 및 R&D를 맡아 일한 경험이 있습니다. 물론 아주 긴 기간도 아니고 대단한 성과들을 이룬 것은 아니지만 커피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들을 하게 만들어준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Q.C.(Quality Control)는 생산을 하는 회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입니다. 제품의 품질이 떨어질 경우 이에 따른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는 것은 물론, 고객의 신뢰를 깨뜨리는 요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QC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많은 리소스를 투입해야 합니다. 작은 로스터리에서 규모에 맞지 않는 과한 QC를 하려고 한다면 오히려 관리 비용을 과하게 상승시키는 쓸데없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아래의 고민은 상당히 큰 규모를 목표로 하는 회사에게라야 적용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관능평가에 의한 QC


일반적인 커피 회사에서 실시하는 QC 활동은 관능 평가와 일부 수치 측정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원두에 대한 수치 측정으로 가장 우선으로는 색도계를 이용해서 원두의 색상을 통해 일관된 로스팅을 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데, 이것은 좋은 방법이지만 품질에 대한 모든 것을 말해주는 수치는 아닙니다.




맛이란 결국 인간의 감각이 느끼는 영역이다 보니, 관능평가로 커피의 품질을 평가하는 것은 필수적인 것일 겁니다. 다만 저는 몇 가지 지점에서 관능평가의 한계들을 경험해왔습니다

1) 관능평가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소수이다.

2) 심지어 훈련받은 생두감별사라고 할지라도 대부분은 에스프레소를 위한 상업 로스팅 커피에 대한 분별력이 떨어지는 편이다.

3) 사람의 감각은 혀의 컨디션, 몸의 컨디션, 심리적 요인, 호르몬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에 객관을 유지할 수 없다.

4) 이중맹검시험(Double Blind Test)만이 객관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커피 회사는 이 개념에 대한 인지가 거의 없다.


정리하자면 관능평가는 가장 중요하지만, 동시에 여러가지 한계로 인해서 그것만으로 충분치 않습니다.




정량평가에 의한 QC


대안으로 적용하고자 했던 방법은 정량평가에 의한 원두 품질의 추적입니다. 원두에는 다양한 결점 요인이 있습니다. 생두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경우와 로스팅이 잘못된 경우가 있는데요. 간단히 설명하면 각각의 결점들을 일일이 손으로 골라내서 결점의 양을 측정하는 것을 말합니다.




물론 모든 결점들을 동일하게 감점할 수는 없기 때문에 결점들 사이에도 서열화가 필요합니다. 이를테면 broken bean과 shell bean 중에 어떤 결점이 맛에 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지를 파악해서 감점에 대한 기준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 작업은 원두의 갯수로 측정하기 보다는 중량으로 접근해야 비교적 더 적합할 것 입니다.




관능 + 정량평가에 의한 QC


정량평가법에서 결점의 원인에 따른 감점을 차등화하기 위해서는 결국 결점두에 대한 관능평가가 필요합니다. 유의미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반복적인 테스트가 필요하고 다수를 대상으로 실험해야 하며, 로스팅 디그리에 따라 결과는 변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모든 결점의 원인들을 나열하고, 각각의 결점에 대한 감점 기준을 확정하고 나면 표본을 추출해야 합니다.


생두와 같은 곡물의 경우 대부분 포대/마대 형태로 제공되기 때문에 샘플러를 이용해서 랜덤하게 전체 곡물들 중 일부를 확인하지만, 로스팅 이후 패키징된 원두의 경우 포장을 파기 할 수 없기 때문에 같은 방식으로 표본을 추출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업체의 규모나 상황에 따라 로스팅 배치별로 샘플을 특정량만큼 확보하는 등 최적화된 방법을 찾아내야 합니다.




결점두 평가


대부분의 결점들은 결점들끼리 100% 모아둔 경우 대단히 좋지 않은 맛이 나기 마련입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간간히 존재합니다.) 그러나 정상 원두에 결점이 일정 비율로 섞일 경우 항상 좋지 않은 맛을 감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인간의 혀는 감각이기 때문에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최소한의 자극이 존재합니다. Threshold 값이 있다는 것인데요.




예를 들어 우리가 마시는 한 잔의 커피에 들어가는 원두가 약 100개라고 한다면(1잔에 커피 16g 사용, 원두 1개를 약 0.15g으로 계산), 100개의 원두 중 1-2개에 결점이 들어간다고 하더라고 일반인들은 자각할 수 없는 관능적 차이일 것 입니다.(가장 심각하게 부패한 수준의 원두가 아니라면) 따라서 결점 기준에 따른 합산 점수 기준을 마련해서 관능적 허용치를 설정할 수 있습니다. (약간 어려운 지점은 같은 결점이라도 로스팅 포인트에 따라 관능적 결점 기준이 다를 수 있다는 것)




물론 최근에는 더 많은 경험들을 더 하게 되면서 Q.C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들이 좀 더 깊어지고 방향이 달라지기도 했습니다. 한 단계 더 진보한 QC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해야할까요? 커피 회사를 포함해서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에서 QC는 정말 중요하고 머리 아픈 문제일 듯 합니다. 어떻게 해야 가장 완벽하게 실효성있는 QC를 할 수 있을까요? QC System이라고 제법 그럴싸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체계를 잡은 회사들이 커피업계에도 등장할 날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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