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추출

바리스타, 에스프레소 추출의 중심에서 자유를 외치다.

Coffee Explorer 2014. 7. 24. 21:00

 

 
 
바리스타, 에스프레소 추출의 중심에서 자유를 외치다. 


 

 

 

 

   아, 에스프레소!    

 

 

일부 전통적인 커피 애호 국가에서는 여전히 고유의 전통 추출 방식을 이용하고 있지만 오늘 날 스타벅스와 같은 상업 공간에서는 대부분 에스프레소 머신을 이용한 음료를 위주로 판매합니다. 최근 수 년간 두드러지던 한국을 비롯한 몇 몇 커피 선진국들에서 드립 방식으로의 회귀 열풍은 분명 분석해볼 의미가 있는 독특한 현상입니다. 

 

물론 핸드 드립은 에스프레소가 만들 수 없는 많은 장점들을 가진 추출법인 것은 분명하지만,적어도 상업적인 면에서 핸드 드립 커피가 에스프레소 방식의 추출이 가지는 장점을 쉽게 넘어설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도 많은 까페들이 The 3rd Coffee Wave를 지향하면서 에스프레소가 아닌 다른 대안 추출들을 하지만, 점차 손님들이 들어나면서 에스프레소 추출로 회귀할 수 밖에 없더라는 이야기들을 합니다.

 

앞으로도 여전히 더 많은 사람들은 에스프레소 방식으로 추출된 커피를 사서 마실 것입니다. 홈 까페/바리스타 시장이 획기적으로 열리지 않는다면 (예를 들어 러시아와 같은 나라처럼) 식후 디저트로 에스프레소를 대체할만한 식품이 나오기 쉽지 않습니다.(각종 바리에이션 음료 포함) 그래서 여전히 많은 커피쟁이들이 에스프레소 추출을 더욱 깊이있게 연구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에스프레소는 다음 정도의 으로 정의되어 왔습니다.

13-18g의 원두(더블 바스켓 사용 시)를 90-95℃의 물,  9기압으로 추출한 25-30ml 의 커피. 

하지만 이상하게도 한국의 바리스타들은 평균이 되는 특정한 기준 수치를 단순하게 암기하고 적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WBC정의분쇄된 커피양 : 기준없음

물의 온도 90.5~96℃
주입되는 물의 압력 8.5~9.5bar
추출시간 20~30sec
추출액량 25~35ml

 

 

에스프레소는 이탈리아에서 두 가지의 의미를 가집니다.

'빠르고 신속한', '특별히 당신을 위해 준비한 것'

이제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볼까요?

 

 

 

 

 

   바리스타, 추출의 중심에서 자유를 외치다!    

 

 

 

연구를 거듭하는 에스프레소 추출의 매니아와 도전적인 젊은 바리스타들에 의해 최근 수 년 전부터  과거의 에스프레소 정의틀이 더 넓어지고 있습니다. 과거 이탈리아 사람들은 유독 리스트레또를 즐기던 미국인들을 비꼬며 좋아하지 않았었지만 '다른 나라의 전통'에 굳이 집착할 이유가 없는 전 세계 커피 애호가에 의해  이 추출 방식은 더욱 널리 퍼져 나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카페라떼는 물론 전통적인 에스프레소 음료인 카푸치노에도 에스프레소 보다 리스트레또를 넣어 만드는 곳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압력에서의 자유!

 

에스프레소 압력이라면 9기압이 기준이라고 볼 수는 있습니다만, 반드시 9기압으로 에스프레소를 추출할 이유는 없습니다. 모든 식품의 기준은 숫자에 있는 것이 아니라 먹는 사람이 혀에서 느끼는 맛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커피업계에 라떼 아트를 유행시켰던 데이비드 쇼머는 비바체라는 커피숍을 경영하면서 8.2기압으로 에스프레소 머신을 세팅합니다.

 

10기압으로 추출하는 까페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의 기준은 '맛'입니다. 해당 장비들의 세팅과 원두의 종류, 특성을 고려한 상태에서 고객의 입맛에 맞다면 '9' 라는 숫자에서 벗어나지 못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온도에서의 자유!

 

거 전통적으로 90-95℃로 제한되어 오던 에스프레소 추출의 온도도 과감한 폭으로 넓어집니다. 보편적으로 공감되는 상한선(97℃를 넘어서면 온도에 의한 과다 추출로 인해 크레마의 식감과 맛이 보편적으로 부정적으로 변하기 때문)은 유지되지만 하한선은 좀 더 아래로 내려가기도 합니다. 저는 80℃로 추출된 훌륭한 에스프레소를 경험해본 적도 있습니다. 이를 두고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는 사람들도 많지만 이 모든 것은 식품의 유일한 기준, 우리의 입맛에 의해 다양한 원두의 종류와 상태(가공방식/로스팅)에 따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 소개했던 데이비드 쇼머는 그의 대표적 저서 Espresso Coffee : Professional Techniques에서 정통 이탈리아식을 지향하는 자신의 커피 추출 방식에서는 95-95.5℃의 추출수가 가장 좋은 것이라는 견해를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런 스타일을 'flat line'이라는 단어를 통해 설명하더군요. 하지만 그것은 그의 선호하는 입맛과 원두의 종류에 따른 것이지 다른 나라에서도 그의 방식이 정답이 될 수는 없습니다. 정답의 기준은 뭐라구요? 바로 '당신의 입맛!'입니다. 유명 저자들의 견해는 좋은 참고 자료가 되면 그만입니다. 

 

 

실제로 작년에 제가 참여했던 한 에스프레소 커핑 모임에서 했던 실험에서 나왔던 결과가 참 재미있습니다. 88℃, 90℃, 92℃, 94℃, 96℃로 세팅된 에스프레소 머신의 추출 그룹에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고 관능 평가를 실시한 결과 그 자리에 있었던 다수가 선호했던 에스프레소는 92℃로 추출된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 테스트도 해당 원두가 92℃의 추출수에 잘 어울렸을 수 있을 가능성은 있습니다만, 외국의 유명인이 출판한 책의 내용이 무조건적인 정답이 되지는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데이비드 쇼머는 이에 이어서 온도도 중요하지만 한 잔의 에스프레소가 추출되는 동안 최소한의 편차(1.1℃)가 되어야만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를 위해 완벽한 온도 서핑(Temperature Surfing)을 해야하는 것을 필수 조건으로 제시합니다.

 

하지만 최근 많은 젊은 연구자들은 에스프레소 머신의 종류에 따라 추출 전 2온스의 추출수를 흘려주는(온도 서핑) 동작을 실시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추출수가 균일한 온도를 유지하는 것에 좋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여기에서 나아가 오히려 추출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후반에는 추출수의 온도가 약간 내려가는 것이 더 좋다는 견해를 표현하기도 합니다. 추출이 시작되기 전 원두는 뜨겁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더 높은 온도의 추출수가 있어야 추출 전반에 걸쳐 보다 균일한 온도로 추출이 된다는 것이죠.

 

'에스프레소 퀘스트' 저자는(Instaurator로 표기) 미디엄 레어 스테이크의 겉과 속이 다른 정도 익힌 스테이크의 환상적인 복합미를 예를 들면서 한 잔의 에스프레소가 추출 되는 동안 추출수의 온도에 약간의 편차가 있어도 상관없다는 견해를 보입니다. 오히려 이를 통해 보다 다양한 향미가 들어간 음료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기준은 무엇일까요? 네, 우리의 입맛, 취향에 맞으면 되지요. 전문가(?)들이 좀 뭐라고 하던 말던 그게 무슨 상관인가요~ ^^

 

 

 

추출 시간/양 에서의 자유!

 

전통적으로 불리던 에스프레소의 영역에는 추출양과 시간에 따라 3가지 방식이 존재합니다.

'에스프레소'와 '제한된 에스프레소'라는 의미의 '리스트레또', 긴 시간동안 추출을 진행한 '룽고'입니다.

 

 

추출양을 기준으로 보자면

10 - 20ml 를 추출하는 리스트레또

20 - 35ml 를 추출하는 에스프레소

35 - 45ml 를 추출하는 룽고가 있습니다.

 

현대의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용해서 추출한 위의 모든 추출액은 큰 틀에서 에스프레소로 불릴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룽고가 아무리 길다고 해도, 과거의 추출 방식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짧은 시간동안 추출을 진행하기 때문입니다.

 

리스트레또/에스프레소/룽고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방식은 크게 두가지 입니다.

1. 매시 조절을 통해 동일 추출 시간동안 추출량의 차이를 만듬.

 ex) 리스트레또는 매시를 매우 가늘게, 룽고는 매시를 크게 하여 추출 시간은 25초 동안 다른 양을 추출.

2. 동일 매시로 추출 시간만 달리하여 다른 추출량을 조절함.

 ex) 15초 추출:리스트레또, 25초: 에스프레소, 35초:룽고

 

전통적으로는 까페라떼와 같은 Variation 메뉴에서 사용되는 것은 에스프레소였습니다. 초기 리스트레또를 너무 좋아하던 미국인들의 입맛을 이탈리아 사람들은 비웃었지만 전 세계 커피 애호가들의 입맛이라는 기준 덕분에 오늘날에는 리스트레또 추출을 통해 까페라떼는 만드는 이탈링아 커피숍도 많습니다.

 

동일한 원두(생두 특성, 로스팅)라고 하더라도 추출되는 시간과 양, 압력, 시간에 따라 다양한 개성이 살아있는 음료가 탄생할 수 있습니다. 에스프레소에서 쓴 맛에 마스킹 되어있던 달콤한 카라멜과 짜릿한 신맛이 리스트레또에서는 살아나기 때문에 리스트레또 2샷으로 아메리카노를 만든다면 향긋한 과일향이 맴도는 산뜻한 아메리카노를 만들 수도 있는 것이지요.

 

 

균일하고 정확하게? 혹은 자유롭게!

 

에스프레소 방식 추출에서의 맹점은 빠른 속도에 있습니다. 빠른 속도로 추출하기 위해 고온의 물과 고압을 사용하는데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의 커피 향미를 샷 글라스로 옮겨오자니 자연히 최대한 넓은 표면적의 커피 가루를 추출수에 노출시켜야 하고, 이러한 이유로 원두는 얇은 크기로 분쇄하게 됩니다.

 

물은 저항이 가장 약한 곳을 공략해서 집중 돌파하려 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한 저자를 이를두고, '물의 게으름'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이런 상황의 추출에서 

저항이 상대적으로 약한 부분을 만들지 않기 위해 최대한 균일하고 정확한 그라인딩, 도징, 탬핑을 통해 물길을 막아내는 것이 바리스타의 주요한 역할이었습니다.

 

하지만 동일한 추출수가 동 시간을 지나가며 추출을 행할 때, 매시의 크기에 따라 서로 다른 균형의 추출이 이루어집니다. 예를 들어 한 잔은 굵은 매시로 빠르게 추출을 하고, 다른 한 잔은 얇은 매시로 천천히 추출이 진행을 한다면 이 두잔은 분명 같은 원두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다른 균형의 에스프레소가 추출될 것 입니다.

 

또한 이렇게 추출한 두 잔의 에스프레소를 한 군데로 모아 놓았다면 서로 다른 성향의 에스프레소가 한 잔에서 만나 훨씬 풍성한 에스프레소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풍성한 에스프레소를 처음부터 아예 한 잔에 뽑아낼 수는 없을까요? 네, 가능은 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추후에 좀 더 연구를 거친 후에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

 

*이와 관련된 내용은 다음의 링크를 통해 읽어주시기 바랍니다.(2014년 7월 24일​자로 링크 추가)

레이어드 도징 커피(Layered Dosing Coffee)란 무엇인가?

 

 

 

 

 

 

   아직도 가야할 길, 에스프레소!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말하건데 이 모든 것의 최종 기준은 결국 '맛'입니다.

 

자신을 위한 에스프레소를 만드는 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입맛'이고, 타인을 위한 에스프레소를 만든다면 해당의 타인의 집단의 '입맛'이 모든 것의 기준이 될 것입니다.

 

수많은 반복적 테스트를 거쳐 우리는 각자가 생각하고 최고의 에스프레소를 향해 걸어 갈 것입니다. 같은 방향의 길을 공유하는 사람도 있을테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을 것 입니다. 이미 같은 작업을 수십년간 해온 이 길의 선배들이 남겨놓은 귀중한 자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들은 우리에게 정답지, 교과서가 되지는 못 합니다. 이것들은 하나의 가이드, 참고서가 되면 됩니다.

 

많은 부분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지만 커피와 에스프레소에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 많습니다. 

우리는 드넓은 커피의 초원 속에서 자유의 길을 가면 됩니다.

다만 자유는 단순히 아무렇게나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수많은 반복을 통한 성실함과 애정, 지혜 속의 자유는

신비로운 에스프레소의 비밀을 우리의 손으로 또 한 거풀 벗겨낼 수 있게 허락해 줄 것입니다. 

 

자, 당신의 입맛은 어떻습니까? 당신은 커피의 드넓은 초원에서 어떠한 길로 가시겠습니까? 

 

출의 중심에서 자유를 외치다!

끝-

 

 

이 글은 2012년 1월 25일 저의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포스팅한 글을 일부 수정하여 가져온 것입니다.

다 읽으신 분들은 그냥 가지 마시고 공감 부탁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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