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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에 수놓은 꽃, 연신내 커피 플레이트에서 쌍화차 한 잔 어때요? 본문

커피와/공간

한복에 수놓은 꽃, 연신내 커피 플레이트에서 쌍화차 한 잔 어때요?

Coffee Explorer 2014. 10. 22. 13:12


커피와 관련된 일을 해오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는 중에 부러운 마음을 느낄 때가 있는데요. 한 가족이 함께 일하는 모습을 볼 때 특히 부러워요.


커피찾는남자가 생각하기에 '노동'이라는 단어가 '고역'과 '피착취'의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은 아마도 산업혁명 이후인 것 같은데요. 산업혁명 이후에 생산량이 급격히 증대하고 노동의 방법이 과거와 달라진 것도 있지만, 제가 주목해서 보는 부분은 노동의 주체가 가정에서 회사로 넘어가게 되었다는 점이에요.


저는 가끔 노동이 가정 안에 있을 때 최소한 고역의 이미지에서는 벗어나기 쉬운 형태와 마음으로 일하기 쉽지 않을까 라는 이상적인 상상들을 해보곤 합니다. 물론 일부 회사들처럼 규모가 커졌는데 회사의 주역들이 가족 구성원들로 이루어져 있다면, 함께 일하는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처럼 마음이 어려운 직장이 또 없기도 하죠.


오늘 소개할 곳은 연신내에 위치한 커피플레이트인데요. 거창하게 '노동의 주체로써의 가정'에 대한 이야기를 쓰게 된 건 사실 커피 플레이트가 비슷한 경우이기 때문입니다. 부모님이 로스팅한 원두를 받아서 아들이 커피 매장을 운영한다니 이토록 부러울 수가! 물론 현실이 되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어려움도 있을테지만 일단은 부럽다는 마음이 제일 먼저 들죠. ^^


커피 플레이트가 과연 어떤 곳일지 궁금하시죠? 커피찾는남자와 함께 하는 카페투어로 함께 들어가볼까요~






노오란 보름달이 밤을 밝히자

달 주위로 활짝 꽃이 모여 들었다.


검은색 한복 치마에 그려진 한 폭의 그림,

그 이름 쌍화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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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플레이트에서 처음 마신 음료는 쌍화차입니다. 사실 얼마 전 지인의 페북에서 커피 플레이트의 쌍화차 사진을 보게 되었는데 한번 먹어보고 싶더라구요. 쌍화차 얘기는 일단 잠시 뒤로 미뤄두고 카페의 전경부터 살펴볼까요?






제가 찾아간 날은 비가 왔습니다. 비오는 가을 날과 커피숍, 참 잘 어울리죠? 게다가 어두워져 가는  오후 시간에 방문한 덕에 멋진 조명이 커피 플레이트를 밝히고 있었습니다. 이런 날에는 2층 창가에 앉아서 지나가는 이들을 바라보며 감상에 빠져도 좋죠.






건물 상단에는 커피 플레이트라는 상호명과 함께 베로키오 커피로스터스가 적혀 있었는데요. 둘이 어떤 관계인지 궁금하더라구요. 이제 매장 안으로 들어가볼까요?






매장 안으로 들어가 한 쪽 모퉁이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연신내에 이런 공간 넓직한 공간이 있다는 것이 상당히 신기했습니다. 사장님께 여쭤보니 2014년 6월에 오픈을 했다고 합니다. 아직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았지만 이미 자리를 잘 잡았다는 느낌을 받았네요.






오후 시간이라 상당히 애매한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카페에 앉아서 책을 보려는 사람들이 연이어 주문을 하는 통에 사장님께 이런 저런 많은 이야기를 물어보기는 쉽지 않았는데요. 일단 2층을 한번 구경하고 돌아오겠습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상당히 어마어마 해보이게 제가 사진을 찍었군요! ㅎㅎ 계단 바로 옆에는 엄청난 크기의 오래된 커피 그라인더가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실제로 사용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사용은 가능한 상태라고 하더군요. 과거에 이런 그라인더는 어떤 곳에서 사용되었을까요? 궁금해집니다.






2층에 올라왔더니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자리에 앉아 계셔서 민폐가 될까봐 앉아계신 방향으로는 사진을 찍지 않았습니다. 매장 전반적으로 오래된 도구들이 매우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었는데요. 이런 제품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아주 쏠쏠합니다. 마치 전시회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죠.






제가 좋아하는 이런 타자기도 여러 군데 놓여있었는데 느낌이 참 좋더군요. 그 외에도 정말 다양한 볼 거리들이 있었는데요. 궁금하시면 한번 방문해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연신내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우실 거에요.






궁금했던 베로키오 로스터즈의 정체를 알아볼 시간입니다. 사실 베로키오는 이미 6년 전에 성산동에서 시작한 커피 매장명이라고 하네요. 현재는 파주에 매장이 옮겨갔고 그 곳에서 사장님의 부모님이 로스팅을 하고 계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부모님이 볶은 원두를 아들이 받아서 손님들에게 제공하고 있다니 이것 참 부러운 이야기입니다. 이번 겨울엔 아버님 댁에 로스터 한 대 놔드려야겠어요~


'베로키오'는 사실 이탈리아 조각가의 이름인데요.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문하생을 두었을 정도로 당대에 그가 운영했던 공방은 유명한 곳이었다고 합니다. 베로키오 커피 역시 함께 커피를 공부하고 즐기는 많은 사람들을 담아내고 키우는 공방과 같은 곳이 되기를 소망하는 마음으로 이름을 지었다고 하는데요. 사실 한국인들에게 입에 딱 달라붙는 브랜드 이름은 아니다 보니 연신내 공간에서는 커피 플레이트라는 상호를 사용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제 커피 플레이트 역시 어떤 의미를 담아 지은 이름인지 궁금해지시겠죠? 플레이트(Plate)는 다들 아시겠지만 '접시'라는 단어인데요. 접시에는 보통 음식이 담기죠? 여러 가지 브런치 메뉴들을 접시에 담아내서 이 공간에서 커피와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의미를 표현한 것이라고 하네요. 판매하는 메뉴들을 직접 표현했다 보니 사용한 단어도 쉽고, 아무래도 베로키오 보다는 기억하거나 발음하기 수월하긴 하네요. ^^






설치되어 있는 로스터가 눈을 확 끌었습니다. 이탈리아 명품 로스터인 페트로치니인데 저도 이렇게 작은 용량의 제품을 본 건 처음이네요. 아마 1-2kg 급 정도가 될 것 같은데요. 원래 에스프레소 용 커피는 베로키오 로스터스에서 받아오고 브루잉(핸드드립)에 사용하는 싱글 오리진은 매장에서 볶으려고 했는데, 아쉽게도 로스터가 고장났다고 하네요. 워낙 레어 아이템인지라 현재 한국에서는 수리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하던데 얼른 수리가 가능해지기를 바랄께요.






아까 위에서 보셨죠? 제가 커피 플레이트에 와서 마신 음료는 쌍화차입니다. 사실 지인의 페북을 통해서 얼마 전 커피플레이트의 쌍화차를 본 적이 있거든요. 메뉴판을 보는데 제 눈에 딱 들어오더군요. 더구나 비가 오는 가을 날 오후였으니 이런 날에는 쌍화차가 제 격 아닐까요?






비주얼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는데요. '노른자(!)를 동동 띄운 쌍화차'를 말로는 참 많이 들었지만 사실 요즘 세대 중에 이걸 정말 먹어본 사람이 몇 이나 될까요? 물론 그냥 인스턴트로 나오는 쌍화차는 저도 수없이 먹어 봤었지만, 진짜를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사장님 역시 젊은 분이라서 최근 인근의 여러 다방을 돌아다니면서 쌍화차를 맛 보았다고 하시는데요. 인근 한약방을 통해서 재료를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지만 매장에서 일일이 계란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해서 쌍화차 안에 넣는 것은 상당히 정성이 필요한 일인 것 같아 보였습니다. 바리스타 분이 만드는 모습을 멀찍이서 매의 눈으로 쳐다 보았는데 사실 여느 커피 만드는 것 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 같더라구요.






가운데 노랗게 동동 떠있는 노른자 보이시죠? 왜 쌍화차를 두고 '노른자를 동동' 띄운이란 표현으로 수식하곤 했는지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순간이었죠. 마치 제 눈에는 노랗게 뜬 보름달 같아 보였는데요. 그 주변에 있는 대추들은 마치 꽃 같아 보였어요. 그리고 그 배경이 된 어두운 빛깔은 고운 한복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죠.


한복 위에 수놓은 달과 꽃.






비오는 날 탁자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약재의 향은 슬쩍 알싸하기도 했는데요. 뭔가 '나는 건겅하다'를 외치듯 다가오는 묘햔 향의 매력을 과거에는 잘 몰랐던 것 같아요. 이제 나이를 먹어서 취향이 변하게 된건가요?ㅠㅠ


자! 이제 저 노른자를 먹어야 하는데요. 여러분은 어떻게 먹는건지 아신나요? 옆에 있는 티스푼으로 휘휘 저으시면 아니됩니다! 저 노른자는 지금 겉만 살짝 설익은 상태인데도 휘휘 저으면 그대로 노른자 풀어지죠. 그 상태로 상화차를 드시게 된다면 아마 다시는 드시고 싶지 않으실지도 몰라요. 꽤나 느끼하거든요.


포인트는!

컵을 들고,

티스푼으로 살짝 노른자를 입술 가까이로 데려와서

한 입에 노른자를 삼키셔야 해요!


물론 취향에 따라 쌍화차를 즐기시면 되겠지만 노른자 쌍화차를 처음 접하시는 분이라면 저의 가이드를 따라오시는게 안전하겠죠?






소개할 게 많군요. 이번에는 3종의 크래프트 맥주까지...






저는 백두산 페일에일이라는 맥주를 맛볼 수 있었는데요. 콜롬비아 홉이 만들어내는 상큼한 첫 맛과 살짝 쓴 맛을 내며 사라져가는 끝 맛이 좋았죠. 맥주 얘기는 길게 하지 않겠습니다. ㅎㅎ 아직 더 소개할 게 남아 있거든요.






이것은! 무엇일까요? 아직 준비 중인 커피 플레이트의 비밀 병기를 특별히 맛 볼 수 있었는데요. 더치 커피에 질소를 충전해서 만든 독특한 커피를 커피 플레이트에서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최근 제가 SPC 그룹의 커피앳웍스를 방문해서 같은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N 클라우드 커피라고 하는 제품을 소개했었죠?


그 때 N 클라우드 커피는 재미는 있었지만 식감이 썩 좋지는 않았던 한계를 가지고 있었는데요. 커피 플레이트 역시 그런 부분을 참고해서 비밀병기를 준비 중에 있으셨습니다. 커피는 조금 연하지만 제 입 맛에는 N클라우드 커피보다 이 쪽에 손을 들어드리고 싶긴 하더군요. 조만간 메뉴를 출시한다고 하니 출시 이후에 다시 한번 소식을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용 원두는 2가지로 선택이 가능합니다. 이것이 바로 부모님이 볶으신 커피죠.^^


커피 플레이트는 6년의 시간 동안 경험이 다져진 가족 회사답게 각종 커피는 물론 브런치 메뉴들이 잘 갖추어진 곳이었습니다. 사장님의 젊음 덕분인지 새로운 시도들이 노하우와 접속되어서 한 잔의 커피로 치면 밸런스가 좋다고나 할까요? 커피와 관련한 앤틱 오브젝트 전시도 볼겸 가을, 겨울 날 쌍화차도 한 잔 하러 연신내 나들이 어떠신지요. 저에게는 여러모로 부러움을 남겨던 공간, 연신내의 커피 플레이트 소개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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