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찾는남자 / Coffee Explorer
상큼한 향기의 힐링 탠저린 카푸치노, 상암동 커피템플 본문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것이지만 한 사람의 삶을 만나고 느끼는 경험을 할 때가 가끔 있습니다. 물론 단지 음료를 맛 본 것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죠.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다가 그가 만든 음료를 맛 본다는 것은, 단지 주문한 음료를 받아와서 홀로 맛을 보는 것과 너무나 다른 소통의 순간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이죠.
커피찾는남자는 상암동에 있는 커피 템플을 방문해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는데요. 잠시 마음의 여유를 갖고 글 안으로 들어와 보세요. 시작합니다.
<정감고딕 글꼴을 사용했습니다>
'커피템플'이라는 곳은 커피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잘 알려진 곳입니다.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에 누리꿈 스퀘어라는 곳이 있는데요. MBC와 SBS, KBS, YTN 등 여러 종합 미디어들이 가득한 곳에 커피템플이 있습니다. 잠시 지도를 살펴볼까요.
멀리서 봤을 때 너무 화려해보였던 웅장한 건물과 다르게 커피템플이 위치한 풍경은 소박해보였습니다. 처음 이 곳을 찾아가시는 분이라면 누리꿈 스퀘어를 찾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커피템플은 어디에 있지?'라는 생각을 하실지도 몰라요. 그럴 때 걱정하지 말고 잠시 여유를 갖고 둘러 보세요. ^^
외부에서도 열려있는 문틈으로 인테리어가 살짝 보이는데요. 이 곳은 커피업계에서는 과거부터 유명 인사였던 김사홍 바리스타가 운영하고 있는 곳입니다. 김사홍 바리스타는 2007년에 열린 제 5회 KBC(Korean Barista Championship)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역대 챔피언에 이름을 올렸는데요. 과거부터 이 곳은 챔피언의 부부가 운영하는 곳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입소문으로 알려졌던 곳이죠.
안으로 들어가보니 멋진 에스프레소 머신 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인테리어의 독특한 느낌이었습니다. 아마 카페 이름 때문에 어렵지 않게 저 조형물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추측할 수 있을 겁니다. 바로 사원의 기둥을 나타낸 것인데요. 5년 전 이 곳에 가게를 열면서 디자이너와 여러 번의 조율 끝이 이런 컨셉의 인테리어를 결정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천장에는 돔(Dome) 형의 조형물아 만들어져 있어서 템플의 컨셉을 더 강화시켜 주고 있었습니다. 템플/사원이라는 것에 특별히 종교적 의미가 있지는 않다고 하더군요. 사원 혹은 신전은 신에게 바쳐진 공간을 의미하는데요. 아마도 그만큼 이 공간을 커피에 대한 진지한 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싶었던, 만든 이의 바램이 담겨진 브랜드 네임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라 마르조코 사의 FB80 3group 에스프레소 머신과 함께 여러 대의 그라인더가 준비되어 있었는데요. 최근에는 특별히 한국의 비다스 테크 사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에스프레소 머신을 들여 놓았습니다.
1그룹으로 제조된 헥사곤 에스프레소 머신은 단 7대 밖에 없다고 들었는데요. 제조사를 제외하면 이 제품이 설치된 매장은 6군데겠죠? 여튼 그 중의 한 대가 바로 커피템플에 놓였다고 하니 몹시 흥미로웠습니다. 사진 상에 바리스타 분 오른 손으로 조작 중인 것이 헥사곤 에스프레소 머신입니다.
커피템플을 찾는 많은 분들이 유자 아메리카노와 탠저린 카푸치노를 좋아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도 탠저린 카푸치노를 부탁 드렸는데요. 사실 오늘 하루 동안 열심히 돌아다녔더니 왠지 좀 달달한 음료가 마시고 싶었거든요.
준비 과정들을 한번 볼까요?
음료를 만들기 위해서 먼저 오렌지를 꺼내서 잘라냅니다. 앗, 그러고 보니 탠저린 카푸치노에 오렌지가 들어가는군요. 보통 한국에서는 감귤을 영어로 쓸 때 탠저린(Tangerine)을 사용하는 것 같은데 그 때는 미쳐 여쭤보지 못했더니 이제와서 후회로 남는군요. 혹시 알고 계신 분은 부담없이 답글로 알려주세요. ^^ 사실 오렌지를 꺼내서 썰자마자 상큼하고 개운한 향기가 물밀듯이 몰려와서 그만 향기에 취해버리고 아무런 다른 생각을 하지 못했답니다.
에스프레소를 뽑고 있는 분이 김사홍 바리스타인데요. 이 곳에는 김사홍 바리스타를 포함해서 총 4명이 근무 중이라고 합니다. 자신도 똑같은 바리스타 중 한 명일 뿐이라며 로테이션되는 근무 스케줄에 맞춰서 일을 한다는 이야기는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바리스타를 단지 사장이 되기 전까지만 하는 '아랫 일'로 여기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김사홍씨에게 바리스타는 음료를 만들고 손님을 응대하는 평생해야 할 자신의 일이라는 철학이 있는 듯 했습니다.
아까 소개했던 헥사곤 에스프레소 머신이 제가 마실 탠저린 카푸치노를 위해 사용되네요. ^^
잠시 에스프레소 추출을 기다리고 나니 김사홍 바리스타는 이렇게 눈 앞에서 멋진 솜씨로 가볍게 하트를 커피 위에 올려 둡니다. 그리고 나서 아까 잘라낸 오렌지 조각을 컵의 모서리를 이용해서 살짝 올려 두었는데요. 한번 볼까요?
이 사진만 봐도 커피 마니아들은 매장명과 메뉴의 이름을 맞추더군요! 이렇게 촘촘하게 거품이 오렌지를 받쳐주기 때문에 음료를 어느 정도 마시기 전까지는 저 모양이 유지가 되는데요. 한 모금 마시기 위해 컵을 입으로 가져오는 순간 코와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하게 되는 오렌지가 마음껏 상큼 달콤한 향기를 마음 껏 뽐내고 후각을 자극합니다. 후각은 물론 마음 깊은 곳 까지 상큼해지는 기분인데요. 그야말로 힐링 커피라고 해야 할까요? 흡사 과일과 커피를 통한 아로마 테라피라도 받고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입술이 컵에 닿는 순간 부드러운 거품이 입술 주변에 녹듯이 묻어 사라지는데, 마침 에스프레소와 함께 섞여 있던 시럽이 혀에 닿으며 독특한 단 맛을 전해줍니다. 잠시 고개를 갸우뚱하며 생각에 빠졌는데요. 이 맛! 기억이 날 듯 말 듯 '언제 마셨더라?' 고민하는 중에 순간 머리를 스치는 단어 '베일리스..?'
역시나 아이리쉬 크림이 사용되었다고 하더군요. 바리스타들에게는 생소한 재료는 아닌데, 그렇다고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크림은 아닐 겁니다. 이 글을 보며 커피템플을 방문하신다면 독특한 맛의 탠저린 카푸치노를 한번 드셔보시길 바래요. 물론 저도 아직 맛보지 못한 유자 아메리카노를 마셔보셔도 되죠. ^^
사실 커피탬플의 히트 메뉴인 탠저린 카푸치노와 유자 아메리카노는 김사홍 바리스타의 아내인 신채용 바리스타의 창작물이라고 합니다. 원래 부부가 함께 힘하는 컨셉의 카페였지만 최근에 화제가 되고 있는 프릳츠커피에서 아내분을 모셔갔다고 하네요. ^^ 프릳츠커피에 대해 알고 싶으시다면 아래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아! 한가지 빼먹을 뻔 했군요. 커피템플에서는 가게를 처음 열던 때부터 계속해서 리브레의 원두 받아서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벽의 한 쪽에는 정말 수많은 상패들이 줄을 지어 놓여 있었습니다. 사실 얼마 전 김사홍 바리스타는 세계 바리스타 대회로 나가기 위한 국내 관문인 2014 WCCK 대회에서 준우승을 하기도 했는데요. 수 년 전 이미 한국에서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던 그가 여전히 계속해서 바리스타 대회를 나가는 것은 어떤 이유일지 조금은 궁금했습니다. '챔피언도 했으니 이제는 그만 해도 되는 거 아닌가?', '후배들도 이제 올라올 수 있게 좀 양보도 해줘야 하는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거든요.
그러나 그에게 있어 바리스타 대회의 우승은 한번의 성취로 얻을 수 있는 영원한 임기의 '챔피언의 자격' 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챔피언의 타이틀이 갖는 상징성은 새로운 챔피언이 탄생하기 전까지이기 때문에 그 '유통기한'은 어찌 보면 1년인 샘이라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대회에 매년 출전한다는 것은 끊임없이 도전을 포기하지 않는 커피에 대한 자신의 열정인 것이죠.
게다가 챔피언의 자리는 선의의 경쟁을 통해 쟁취하는 것이지 자격이 부족한 누군가에게, 자격이 충분한 누군가가 양보하는 것으로 만들어질 수 없는 성질의 것이거든요. '커피템플'이라는 상호명이 다시 환기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아직 김사홍 바리스타에게는 세계 무대로 향해야 하는 커다란 숙제가 남아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사실 저에게 작년 세계바리스타챔피언쉽(WBC)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Pete Licata를 사석에서 만나 함께 식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피트의 경우 10년에 가까운 도전 끝에 결국에는 그가 그토록 원했던 WBC 챔피언에 오르고 난 얼마 후라서 그런지 시챗말로 좀 맨붕 상태에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피트는 10년 간 보고 달려왔던 목표에 오르고 나니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지금 당장은 아무 것도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했었죠.
김사홍 바리스타와 이런 이야기를 나누다 어느새 화제는 한국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는 이들의 현실적인 어려움과 미래에 대한 것으로 이어졌는데요. 앞으로 오너 바리스타(Owner Barista)가 더 많은 방향으로 커피 산업의 구조가 변해가야 현재보다는 바리스타들의 삶이 더 나아지지 않을까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를 위해 하고 싶은 앞으로의 일들도 자신의 마음 속에는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전해 들을 수 있었죠. 어찌보면 김사홍 바리스타는 피트가 고민 중인 영역에 대해 이미 답을 마음 속에 가지고 있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사원(커피템플)에서 일을 하다보니 아무래도 다른 커피숍에서 근무하는 것 보다는, 바리스타로써 커피에 대한 여러 생각은 훨씬 정리가 잘 되는 것은 아닐런가 혼자 생각하며 속으로 피식 웃기도 했는데요. 그도 그럴만한 것이 대화하는 내내 김사홍 바리스타의 눈 빛 속에는 무언가 득도를 한 사람마냥, 마음의 중심을 견고히 잡아주는 깊이있는 깨달음이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커피투어도 이제 마무리 할 시간입니다.
커피찾는남자는 오늘 상암동의 커피탬플을 찾아 김사홍 바리스타를 만나고 왔습니다. 이미 손님이 많은 카페다 보니 기왕이면 손님이 너무 많은 시간을 피해서 오후 4시쯤에 찾아가신다면 보다 상대적으로 여유있게 커피를 마실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아! 매장은 일요일에 문을 열지 않습니다. 평일에도 밤 9시가 마감이라고 하니 허탕치지 않도록 기억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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