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찾는남자 / Coffee Explorer
잘 로스팅 된 커피 본문
'잘 로스팅 된 커피'가 무엇인지 말하기 위해서 우리는 먼저 이야기를 나누는 대상을 제한해야 합니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커피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너무 많은 사람을 만족시키고자 할 때, 오히려 우리가 지향하고 발전시키기를 원하는 커피 산업의 방향과 너무 멀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스페셜티 커피라는 용어와 산업에 대한 이해가 먼저 필요합니다.
많은 사람이 스페셜티 커피를 ‘단순히 커핑을 통해서 커피를 평가했을 때, 특정 점수 이상을 받은 좋은 생두를 사용하는 것’ 정도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스페셜티 커피는 현대의 커피 산업이 태동할 수 있었던 과거에 대한 일종의 원죄 의식을 반성하는 차원에서 시작된 운동(movement)으로도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서구의 열강이 현재의 커피 생산국을 침탈하면서, 식민지화를 통해 노예 제도를 만들고 단일 작물을 대량으로 경작하게 하는 플랜테이션을 만든 것이 현대 커피 산업의 기반이 되었음을 우리는 부정할 수 없습니다. 비록 이런 역사에 우리가 직접 가담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런 과거의 토대 위에서 일하는 우리가 기꺼이 과거의 대한 반성을 공유하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1980년대 미국에서 스페셜티 커피라는 단어가 만들어졌고, 원산지의 상황을 고려하는 일종의 윤리적 소비 운동이 현대 스페셜티 커피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값을 지불하고 구입한 커피에서 다른 향미가 만들어지고, 이 향미를 소비자 역시 느낄 수 있어야만 이런 구입 문화가 선순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산지별 차이가 최종적인 커피의 향미까지 이어지고 구매에 대한 보상으로 좋은 향미가 제공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앞으로 다룰 커피 이야기의 방향은 스페셜티 커피 산업 내 혹은 그와 인접한 영역에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게 될 것입니다. 커피는 기호식품이기는 합니다. 그래서 정답이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는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대상을 한정시킨 후에 통계적으로 다수가 좋아할 가능성이 높은 커피를 말한다면 분명 맛있는 커피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잘 로스팅 된 커피는 같은 생두를 로스팅했을 때 스페셜티 커피 산업에서 더 많은 사람이 좋아할 가능성이 높은 향미를 더 강하게 발산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물론 로스팅을 거친 원두에서 좋은 향미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필요 조건(온도, 시간, 수분 함량)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구체적인 요소에 대해서는 앞으로 이야기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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