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이야기

스페셜티 커피와 노띵커피의 인스턴트

Coffee Explorer 2020. 7. 29. 19:25

노띵커피의 스페셜티 인스턴트 커피를 맛봤습니다. 사실 동결건조를 통한 인스턴트 커피 제조는 흔한 일이긴 하지만, 한국의 스페셜티 커피산업에서 이런 시도는 흔하지 않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스페셜티 커피에서 굳이 인스턴트로 제품을 만들 필요가 있나 싶은 생각도 들기 마련입니다.

스페셜티 커피와 인스턴트 조합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야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스페셜티 커피의 진입 장벽을 낮춰서 접근성을 높인다는 시선도 있지만, 제조 과정에서 향미를 죽인 커피이기 때문에 스페셜티 커피라고 볼 수 없다는 시선도 있습니다.

스페셜티 커피라는 것이 단지 커피의 품질 뿐만 아니라, 산지와의 관계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등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는 운동으로 바라볼 수도 있을텐데요. 그렇게 본다면 스페셜티 인스턴트는 가능한 조합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만큼 추적 가능성과 산지의 이야기를 전하기 위한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겠죠.

사실 이미 몇 년 전 해외에서도 Voila, Swift Cup, Sudden 등의 회사가 전문적으로 인스턴트 커피를 만드는 일에 뛰어들었고, 국내에서는 얼마 전 리브레에서 인스턴트 커피가 나왔다는 것을 봤는데 노띵커피에서도 이런 시도를 했군요.

 

분명 잘 로스팅한 커피를 적정 시기에 분쇄하고 브루잉한 것과는 다른 계열의 향미입니다. 사용된 생두를 직접 로스팅해서 맛보지는 못했지만, 본연의 느낌일 것이라고 추정되는 향미들도 제법 깔끔하게 표현됩니다. 물론 인스턴트는 인스턴트라서 맥심과의 유사성도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스페셜티 인스턴트 커피라는 조합은 한국에서 이제 막 소개되고 있기 때문에 결국 시장에서 소비자의 선택이 이런 카테고리를 받아들일지 말지를 결정하게 되겠죠. 저에게는 다소 생소한 것이긴 했지만, 늘 커피가 필요한 소비자에게는 커피 한 잔으로써의 가치는 충분하리라고 봅니다.

나이가 들면서 가치에 대한 판단이 확고해질수록, 판단을 유보하려는 노력 역시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저도 커피 생산국 중 하나인 탄자니아에서 킬리만자로 정상을 향해 출발하던 날, 인스턴트 커피 한 잔을 통해 힘을 얻었던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스페셜티 커피와 인스턴트의 조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