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이야기

COE/내셔널 위너와 같은 랏(lot)의 생두’라는 것은 어떤 뜻일까요?

Coffee Explorer 2020. 5. 25. 15:44

'COE/내셔널 위너와 같은 랏(lot)의 생두’라는 것은 어떤 뜻일까요. 우선, 랏(lot)은 특정 부지, 경매에서의 품목 등을 표현하는 단어입니다. 농부/농장의 상황에 따라 농장에서 랏의 사이즈는 다릅니다. COE에 관행적으로 제출하는 양에 딱 맞춰서 마이크로랏을 만들거나 관리할 이유는 없죠. 옥션을 위해서 수확하고 가공하는 생두의 물량 가운데 실제로 출품한 것 외의 물량이 발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 것 같습니다.

 

한 생두 회사 대표님께도 문의를 해보니 운좋게 COE에 랭크된다고 하더라도 물량이 많으면 입찰자가 가격 부담을 느낄 수 있으니, 농장에서는 적정한 양을 COE에 보내고 나머지 물량은 기존의 거래처에게 판매한다고 하더군요. 이런 상황에서 같은 품질을 가진 동일한 물량을 운좋게 저렴한 가격에 구입 가능한 것은 비즈니스에서 좋은 관계와 행운이 만들어내는 일이겠죠. 어느 정도 흔하게 있을 수 있는 일이고, 저는 축하받을만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도 작년에 멕시코 산 라파엘 커피를 지인들과 구입했습니다. 동일한 프로세스를 거친 같은 랏의 커피는 한국의 수입사가 구입한 이후에 COE 옥션에서 2위를 차지하게 되었는데요. 품질 대비 좋은 가격의 커피였고 재미난 이야기를 가진 생두였기 때문에 충분히 가치있게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구입 이후에 생두 수입사로 부터 문자를 받았는데요. 다음과 같은 맥락입니다.

 

"금년 멕시코 coe #2 옥션랏은 한국업체인 xx가 낙찰받았습니다. 저희가 가져오는 커피가 공식적인 COE랏이 아닌만큼. COE 커피라는 홍보는 최대한 자제 해주시고 대신 COE non-auction 또는 COE 수상 경력 농장 으로 표기 부탁드립니다. (중략) 낙찰 받은 업체들을 시장에서 존중하기 위해 꼭 부탁드립니다.”

 

저는 이런 태도가 커피산업에서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시장을 흔들지 않는 정직한 태도가 아닐까 합니다. 저도 함께 구매한 분들께 연락을 드려서 해당 내용을 설명했고, 다른 분들도 이런 부분을 잘 받아들여 주셨던 걸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부지로써 랏의 경계가 명확한 나라/지역에서 마이크로 랏이라고 불리는 커피는 수확/프로세스 등에 따른 맛의 편차가 덜합니다. 거의 같은 물량이라고 얘기하더라도 큰 문제는 없지 않을까 싶지만, 경우에 따라 차이가 느껴지는 일도 분명 있을 수 있죠. 하지만 대체로 에티오피아의 경우에는 산지의 특성상 경계가 모호한 편입니다. 그래서 다양한 농부들의 수확물이 어느 정도 합쳐져서 동시에 프로세스를 거치게 되는데, 상당한 물량이 동일하게 가공되거나 넓은 틀에서 같은 이름을 가지고 시장에 나올 수 있습니다.

 

이번 에티오피아 COE에서의 lot은 좀 더 넓은 의미라고 봐야할겁니다. 그리고 2차 3차로 들어오는 물량 가운데 품질 차이가 나는 선례가 많습니다. 해외 운송의 변수와 현지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일 때문에 1차 물량과 완전히 동일하기 힘든 요인이 있습니다. 때로는 더 나빠지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 반대로 좋아질 수도 있겠죠. 어디까지를 동일한 물량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는 모호한 부분이 많고, 생산자가 아니면 정확하게 알기 힘든 영역이 있습니다.

 

엄연히 COE와 내셔널 위너의 자격을 갖추지 못한 생두/원두에 ‘타이틀로 넣어서' 프로모션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다만 이 역시도 추적 가능성과 얼굴있는 거래나 스토리를 중시하는 커피 산업에 있어서, 해당 커피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임은 분명할테니, 커피를 '설명하는 문구'로 적절한 차원에서 사용된다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번 일은 꼭 나쁜 의도라기 보다는 아직은 이 산업이 자리를 잡은 오래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사례인 것 같습니다. 참고로 이번 이슈의 경우 생두 회사가 COE/내셔널위너와 같은 랏으로 홍보했던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에티오피아 COE는 아직 경매가 시작되지도 않았죠. 조만간 샘플을 통해 다양한 곳에서 맛보고 경매에 참여하게 될텐데요. 이후에 다양한 루트를 통해서 뛰어난 에티오피아 커피를 맛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내셔널위너는 분명 훌륭한 커피이고,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된다면 가격대비 우수한 커피를 맛볼 수 있는 기회라고 봅니다. 다만 여러 차례의 단계를 거쳐서 선별된 COE는 더욱 뛰어난 커피일테니, 내셔널 위너에 너무 열광할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더 맛있는 커피를 위해 노력하는 농부, 수/출입자, 로스터, 바리스타 모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