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찾는남자 / Coffee Explorer
어떻게 로스팅 할까?_스트롱홀드 본문
커피를 로스팅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생두를 팽창시킨다는 단순한 목적이 아니라, 먹음직한 커피 한 잔을 만들기 용이한 상태로 생두를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로스팅에서 핵심 고민은 "어떻게 커피에 열을 전달해서 원하는 겉/속의 익음도 차이와 향미 스펙트럼을 만들어낼 것인가?"가 아닐까 합니다.
기본적으로 저는 아래의 3가지를 중심으로 로스팅에 대한 고민을 합니다.
1. 로스팅 시간을 중심으로
- 빠른 로스팅은 수용성 물질이 많고, CGA가 적게 분해, 고휘발성 물질이 더 사라짐
(Nagaraju, V.D., Murthy, C.T., Ramalakshmi, K., Rao, P.N.S., 1997. Studies on roasting of coffee bean)
- 빠른 로스팅은 볶은커피/버터향 느낌의 디케톤 및 푸르푸랄 증가, 페놀 물질 감소(탄내, 연기 느낌) 커피콩 내부에서 외부로 지질 이동량 증가, 지질 산화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Britta Folmer, 2017. The Craft and Science of Coffee, 391-392)
- 느린 로스팅은 빠른 로스팅의 반대
2. ROR패턴을 중심으로
1) 하강하는 ROR
로스팅에서 순차적으로 하락하는 ROR 형태를 최고의 프로파일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준수한 커피를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로스팅 과정에서 열전달의 주요한 매개체인 수분은 초반부터 빠르게 증발하기 시작합니다. 또다른 매개체인 지질은 액체의 형태로 존재하고 로스팅 중에 증발하지 않지만, 생두의 부피 증가와 함께 열전달의 효율이 떨어지게 됩니다.
일정한 수준 이상의 화력을 공급하면 커피의 겉면은 이미 원하는 커피에 비해 어두운 색상이 되었지만, 속을 원활하게 익히기는 쉽지않죠. 이것이 로스팅 후반에 화력을 줄이게 되는 이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로스터들은 경험이 누적되면서 자신만의 로스팅 패턴을 만들어가게 됩니다. 특별히 로스팅 후반부에서는 로스팅 속도/총 시간에 따른 ROR의 값을 어느 정도 스스로 정하게 되는 편인 것 같습니다.
참고 : Solberg & Hansen의 헤드 로스터, Simo Christidi의 프로파일
2)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비슷한 ROR으로
이 역시 아주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패턴의 로스팅 중 하나입니다. 초기의 화력을 너무 약하지도, 강하지도 않게 만들어야 합니다. 로스팅이 진행될 수록 어떤 식으로 변화를 주어야 할지는 기기의 특성에 따라 상당히 다른 편입니다.
참고 : 노르딕 바리스타컵, 2013년의 로스팅 프로파일
http://nordicbaristacup.com/wp-content/uploads/2013/04/NRF-roast-philosophy_Cropster.pdf
3. 커피의 물리/화학적 변화를 중심으로
1) 유리 전이 이론과 적용
커피 세포벽을 구성하는 탄수화물은 수분함량과 온도에 따라 유리상 또는 고무상으로 존재합니다. 생두에 따라 개별적인 차이는 있지만 로스팅 최초에 생두는 유리상태에서 고무상태로, 그리고 다시 유리 상태로 돌아갑니다. 커피의 부피 팽창은 고무상태에서 원활히 일어납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로스터에게 커피의 유리상은 원활히 팽창할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공급하는 최대의 열량 혹은 ROR을 제한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고무상으로 변화한 이후에 충분한 화력을 공급합니다.
유리 전이 온도는 커피의 수분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생두의 상의 변화에 주목해서 화력을 충분히 공급할 시기를 결정합니다. 유리 전이 온도는 잔존 수분 12%일 때 100℃, 4%일 경우 140℃ (GERHARD A JANSEN, 2007. Coffee Roasting)
2) 마이야르 + 캐러멜라이징 등의 반응과 구간 컨트롤
식탁용 설탕의 캐러멜화 165℃, 식품에서 마이야르 반응의 가시화는 115℃ 정도에서 시작된다고 합니다. (헤럴드 맥기, 2004. 음식과 요리: 세상 모든 음식에 대한 과학적 지식과 요리의 비결, 1107) 해당 생두에서 각 화학 반응이 시작되는 온도에 주목해서, 그 시작 온도부터를 마이야르 반응 구간, 캐러멜라이징 구간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다만 마이야르 반응이 표면에서 시작되더라고, 생두의 내부는 여전히 더 낮은 온도이기 때문에 일정한 시간차를 두고 반응이 시작된다는 것을 기억해야합니다.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나는 온도에서 생두를 긴 시간 유지하는 것이 마이야르 반응물의 생성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있지만, 구간 컨트롤이 의미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로스팅에서 "온도가 10도 상승할 때마다 마이야르 반응은 두 배가 된다."라고 말하기 때문입니다. (북오브로스트, 166p)
어쩌면 마이야르 구간에 대한 콘트롤은 낮은 로스팅 배출 포인트에서는 조금 의미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배출 포인트가 2차 크랙에 가까워질수록 마이야르 구간 컨트롤은 의미가 줄어든다."고는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높은 배출 포인트에서는 전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리하며
저는 이런 부분들을 고려하면서 다양한 실험을 반복하며 저만의 로스팅 패턴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고민을 담아서 로스팅을 하고 계신가요? 다른 사람의 로스팅 프로파일을 살펴보는 것은 꽤나 흥미로운 커피 공부입니다. 꼭 나와 같은 로스팅 머신 사용자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해당 머신의 특성을 고려해서 프로파일을 해석하다 보면 의미있는 통찰을 얻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저 사람은 왜 저런 방식으로 로스팅을 하는 것일까? 어떤 가설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생각해보는 것이죠.
최근에는 일부 로스팅 머신의 제조사를 통해서 다양한 로스팅 프로파일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스트롱홀드 스퀘어라는 서비스에서는 누구나 자신의 로스팅 프로파일을 공유할 수 있고, 이카와 공식 웹사이트에서도 이카와 사용자 중 전문가들의 프로파일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저도 스트롱홀드 S7 PRO 라는 로스팅 머신을 주로 사용하면서 때로는 프로파일을 스트롱홀드 스퀘어(https://square.stronghold-technology.com/)에 업로드하기도 하는데요. 다음번에는 이 서비스를 여러분께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 글/사진 : 커피익스플로러(Coffee Explorer)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