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추출

핸드드립 커피의 흔한 미신 3가지

Coffee Explorer 2017. 5. 10. 16:56

핸드드립은 가장 대중적인 커피 추출 방법인 에스프레소에 비해 더 긴 시간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한 잔의 커피로 완성됩니다. 사람의 손을 더 많이 거친다는 것은 핸드드립의 매력 중 하나인데요. 때로는 사람의 역할에 대한 과한 강조가 환상과 미신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커피찾는남자 에디터가 핸드드립에 대한 환상과 미신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3가지만 소개하려고 합니다.




1. 커피 빵이 잘 부풀어야만 커피가 맛있다?



사실 커피 빵이 잘 부푼다고 커피가 무조건 신선한 것은 아닙니다. 로스팅 후 시간이 많이 지나지 않은 원두는 로스팅 때 생성된 가스가 덜 빠져나간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로스팅 방식/정도에 따라 부풀기는 달라지기 때문에, 부풀기 정도로 신선도를 완전히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로스팅 후 며칠이 되었는지만을 두고 신선도를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더 중요한 생두의 신선도와 함께 봐야 하는 문제일 것입니다. (때에 따라 생두도 수확 직후보다는 일정한 안정기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원두의 경우 로스팅 이후의 신선도와 함께 적절한 '숙성'도 고려해야 하는데요. 커피 빵의 부풀기 자체는 로스팅 직후가 가장 두드러질 텐데요. 어느 정도 숙성 혹은 휴지 기간을 거친 커피는 부풀기는 덜 하지만, 맛은 대부분 더 좋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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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커피 빵이 부풀어야 핸드드립을 잘하는 것이다?


한번 더 커피 빵에 대해 이야기해야겠습니다. 핸드드립 시에 커피 빵이 풍성하게 부풀어 올라야 뜸 들이기가 잘 된 것이고, 추출이 잘 되기 위한 조건 중의 하나가 갖춰진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별히 아로마 돔(Aroma Dome)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커피 빵이 둥글게 부푼 형태가 추출하는 과정 중에 지속하여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에디터는 커피 빵이 부푼 상태를 유지하려고 과하게 가운데 부분 위주로 물을 붓는 일부의 오래된 방식의 핸드드립을 보면서, 오히려 원활한 추출을 막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커피 빵이 충분하게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원두를 상대적으로 크게 분쇄하고, 원두의 중량대비 1-1.5배수 정도로 적은 양의 물을 붓고 뜸 들이기(사전 적심)를 해야 하는데요. 적은 양의 물을 부었기 때문에 원두의 중심부까지 충분히 적셔지지 않습니다. 만일 사전적심 이후에도 빵의 모양새가 유지되고 있다면 추출이 균일하게 되고 있지 않다는 뜻인데요. 충분히 적셔지지 않아서 추출수에 잠기지 않고, 물 위에 떠 있는 원두의 양이 많게 됩니다. 이런 부분은 추출수에 내내 잠겨있는 아랫부분의 원두에 비해 추출수의 에너지가 상대적으로 잘 전달되지 않고, 결국 해당 원두들은 상대적으로 과소추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의도를 가지고 그렇게 추출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커피 한 잔에서 부분적으로 상대적 과다와 과소 추출을 만들어서 복합성을 높이겠다는 것인데요. 재현 가능한 복합성을 의도한 것이라면 존중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정말 그런 바리스타를 만나기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에디터는 커피 빵의 대부분은 추출을 균일하게 하지 못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리하자면 균일한 커피 추출을 위해서는 커피 빵, 아로마 돔은 없는 편이 좋습니다.


원두의 종류에 따라 상대적으로 고수율로 추출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그러기 위해서는 분쇄도가 가늘어야 합니다. 분쇄도가 가늘어지면 커피 빵이 부풀기 어려워지게 되니, 이 역시 커피 빵과 핸드드립을 잘하는 것 사이에 어느 정도의 괴리가 있다는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3. 거품 부분이 아래로 내려가면 잡맛이 난다?



'추출 시 윗부분에 있던 거품들이 아래로 내려가면 쓴맛이 난다'라는 것도 미신 중의 하나가 아닌가 합니다. 사실 정확하게 그 거품 부분만 분리해서 맛을 볼 방법이 있지는 않은데요. 후반에 떨어지는 추출액은 농도가 연하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수율에서 추출되는 특성이 있다 보니 어느 정도 쓴맛이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 경우에도 쓴맛의 원인이 높은 수율에 상당히 있기 때문에, 거품 '자체'로 지목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대개는 도제식 커피 교육을 받고 특별한 검증 없이 받아들이면서 이런 이야기들이 퍼져나가지 않았을까 커피찾는남자 에디터는 추정합니다.




사실 과거의 커피 교육이 충분히 체계적이지 않고,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우리가 그 시기를 통해 배운 게 전혀 없다고는 말하기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우리가 과거에 가지고 있던 커피에 대한 지식은 지속해서 수정하고 보완해야 합니다. 새로운 주장에 대해서 수용적이면서 동시에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야말로 커피업계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글/사진 : 커피찾는남자(Coffee Explorer)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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