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찾는남자 / Coffee Explorer
커피 트렌드 2010-2015 / 3. 추출 환경의 변화와 도구의 발전 본문
3. 추출 환경의 변화와 도구의 발전
커피의 추출은 최종적으로 소비자들이 커피를 음용하는 한 잔의 커피를 만드는 활동입니다. 음용하기 위한 커피를 추출한다는 것은 결국 생두와 유통, 로스팅과 대중의 입 맛이 만들어내는 지향점의 균형을 만들어내는 활동이기 때문에 추출을 그 전 단계의 가치 사슬(Value Chain)에서 떼내어 독립적으로 이야기 할수는 없습니다. 다양한 추출 도구들의 발전은 한 잔의 커피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1) 그라인더의 개선
http://www.mahlkoenig.com/us_products/EK-43.html
그라인더는 에스프레소 머신보다도 큰 수준의 변화를 겪어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1960년대 사용하는 에스프레소 머신과 현대의 머신은 편의적인 면에서 많은 개선이 이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기능적으로 본질적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부분에서 놀랄만큼의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에 반해 그라인더의 경우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고 칼날이 보다 크고 정교해지는 것은 물론, 분쇄 시에 발생하는 열을 효과적으로 식혀주는 기능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과거보다 미분이 줄어든 것이 가장 큰 변화일 텐데요. 커피 추출에 있어 브루잉과 에스프레소를 불문하고 미분의 역할은 상당히 다양한 논의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과거에 비해 매우 큰 폭으로 미분의 절대적 양이 줄어든 현대 최상급 그라인더를 이야기하면서 미분의 양보다는 미분과 함께 분포하는 입자의 편차가 더 중요한 요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많은 바리스타가 애용하는 EK43을 보더라도 K30, 매져 로버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분이 많은 그라인더임을 호주 Matt Perger의 작업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흔히들 EK43을 미분이 아주 적은 그라인더로 종종 오해하긴 하지만)
2) 정밀 가공 탬퍼/바스켓의 등장
http://goo.gl/KLhhxJ
에스프레소 추출에 있어 탬핑과 여기에 영향을 주는 요소에 대한 다양한 접근들이 있어왔습니다. 적절한 탬핑의 무게와 함께 속도도 중요하다는 주장도 자동탬핑 머신의 등장과 함께 균일성을 강조하기 위해 나오고 있습니다.(이 문장은 약간 수정을 했습니다.) 탬핑이 에스프레소 추출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잘못된 탬핑은 추출의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정밀 가공 탬퍼의 등장은 에스프레소 추출에서 결정적으로 피해야 하는 물길, 특히 바스켓의 모서리 부분의 약한 결합력을 뚫고 물길이 형성되는 것은 막는 것에 일조한 것은 분명한 일입니다.
바스켓은 에스프레소 추출에서 커피의 추출액이 빠져나가는 최종 관문을 담당하는 중요한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과거에는 그 중요성을 쉽게 인지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VST와 HQ 바스켓의 등장은 에스프레소에 있어 균일한 타공으로 추출의 일관성과 균일성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특히 VST는 바스켓 별로 구멍의 크기에 대한 분석도를 일일이 첨부해서 판매하는 등 업계에는 큰 혁신의 바람을 몰고 왔으며 이런 움직임은 이후 다른 회사들에도 좋은 도전이 되어서 다양하고 품질 좋은 바스켓 제조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3) 가변압 머신
http://sprudge.com/wp-content/uploads/2014/05/black-black-slayer.jpg
에스프레소 머신은 완전히 수동으로 압력을 조절하는 레버 머신과, 용수철식 레버 머신, 프리인퓨전이 가능한 e61 헤드의 등장으로 인해 현재의 안정적인 압력을 유지하는 대부분 에스프레소 머신 개발의 초석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추출수의 온도를 균일하게 유지하는 PID 제어에 이어 압력에 대한 자유로운 콘트롤이 가능한 가변압 머신이 탄생하게 됩니다. 물론 기존의 에스프레소 머신들이 가지는 수동/반자동/자동 방식의 프리인퓨전이 추출을 원활하게 균일하게 해내는데 충분히 역할을 하고 있었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 마르조코, 슬레이어 등이 이끌어가는 가변압 머신은 주로 프리인퓨저에 사용하는 압력의 조절과 이후의 압력을 자유롭게 조절하는 추출 프로파일을 사용자가 스스로 설정할 수 있게하며 에스프레소 추출에 새로운 시대를 열었습니다. 다만 가변압 머신은 너무 복잡한 추출 변수로 인해 현재 한국의 보편적 상업 공간에서의 일반 바리스타에게는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보다 숙련된 바리스타들이 사용해야만 가격만큼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수준의 바리스타는 현재 한국 상황에서는 극히 적은 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변압에 대한 연구는 바리스타들에게 남아있는 흥미로운 숙제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4) 굴절계의 등장
http://goo.gl/z7fVLi
VST refractometer 등의 측정 도구는 추출 영역을 과거 관능적으로만 평가하던 것을 넘어 보조적이지만 객관화 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고 오차를 혁신적으로 줄이도록 도왔습니다. 기존의 전기전도도를 이용해 대체치로 추정하던 TDS meter의 경우 정확한 사용 방법이나 측정 방법에서 기인한 오차 범위 등은 어설픈 수치화 시도로 인해 일정 부분 혼란을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굴절계 방식을 통해 높아진 정확도는 관능평가의 보조 수단으로 수치를 측정하고 이를 복합적으로 연계해서 추출 수율과 농도에 따른 상황에 따른 커피 관능 지도를 만드는 작업을 가능케 했습니다.
굴절계와 관능평가의 연계는 맷 퍼거가 2014년에 보여주었던 도표와 같은 것이 예제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측정 수치와 관능은 차이가 있지만 유사한 추출 환경에서의 TDS는 맛과 분명히 연결되기 때문에 보조적이지만 객관화에 큰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다시 한번 강조하는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바리스타들이 이를 통해 추출의 기준을 명확히 하고, 어느 정도 변수에 따라 추출을 재현할 수 있었고(수율과 농도를 기준으로 추출 레시피를 잡는 방식으로) 이것은 결국 생두, 로스팅, 추출의 각 단계가 가지는 복잡한 상호 작용 중 추출의 방식을 어느 정도 고정하게 되면서, 로스팅에서 보다 확신있게 커피의 맛을 제어하는 형태로 전문 커피 회사들이 방향을 설정하는 계기가 됩니다. 물론 이는 일부 서구의 회사에서 최근 2-3년 사이에 벌어진 일들일 뿐 한국의 커피 회사에는 다양한 숙제들이 남아 있습니다.
5) 수질에 대한 관심과 정수 기술의 발전
http://goo.gl/WgDk4a
2011년 SCAA가 내놓았던 WATER QUALITY 등은 커피에 있어서 물에 대한 중요성을 환기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2015년에는 Water for Coffee 등의 저서는 물론 SCAE의 Water Research Report 등이 커피 추출과 관련한 물의 과학에 대한 핵심적 요소들을 충분히 밝혀주었습니다.
이러한 연구와 함께 정수 기술의 발전을 통해서 더욱 안정적인 정수기의 구조가 개발되고, 첨단화 되면서 가장 진보적인 정수 시스템이라고 할 수있는 Everpure 사의 MRS 600 HE 2 등이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제품들은 자체 측정 기능을 통해 물의 수질을 스스로 점검하고 필요에 따라 정수기 내 바이패스를 조절해서 연간 동일한 TDS로 물을 통제하는 등의 놀라운 진보를 보입니다.
http://goo.gl/dyXxPu
물은 실제로 한 잔의 커피에 있어 98-99% 정도를 차지하는 것은 물론 향미의 표현을 강화, 약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스페셜티 커피업계에 있어 대중과 부딪치게 되는 결정적인 맛의 문제는 커피 고유의 향을 표현하기 위한 로스팅 포인트에서 어떤 수 없이 발생하는 신맛이 자신의 취향에 맞지 않는 것으로 거부하게 되는 관문의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물은 커피가 가진 산미의 톤을 결정하는데 지대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카페에서는 이제 사용하는 물의 용도에 따라 정수를 이원화 혹은 삼원화하는 시스템까지 고려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6) 리스트레또 추출
에스프레소를 짧게 뽑는 리스트레또 추출에 대한 관심이 유독 한국에서 뜨거웠던 것은 일정 부분 다른 커피 소비국보다 한국으로 들어오는 생두의 품질이 좋지 않았던 것에 영향을 받았습니다. 생두의 기본적 향미 자질은 물론 결점두의 비율, 수분 함량 부족 등의 원인은 브루잉보다는 에스프레소를 기반으로 하는 아메리카노를 주로 소비하는 한국의 커피산업과 맞물리며 '리스트레또' 라고 하는 일시적 대안을 만났습니다. 이런 생두들은 대중이 원하는 구수한 맛을 내기 위한 프랜차이즈 최적 로스팅, 리스트레또 추출을 통해 결점을 최소로 표현해서 아메리카노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http://goo.gl/9hdxGM
물론 리스트레또에서도 추출의 양은 여전히 적지만 어느 정도 상대적 고수율로 추출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럴 경우 줄어든 커피 분쇄도 때문에 발생하는 미분의 비율이 증가하는 등 추천하기 어려운 이유가 존재합니다.(이와 관련해서는 스캇 라오에게 개인적으로 질문을 했을 때 같은 대답을 들었음) 또한 한국에서의 리스트레또 경향을 보고 북미나 호주권의 바리스타들은 한국 바리스타들이 유독 지나치게 에스프레소를 짧게 뽑는다며 여러 차례 다른 지적을 보이기도 했습니다.(Pete Licata, Matt Perger)
하지만 현재 한국의 커피 비즈니스는 지속가능성이 높지 않고 부동산이 차지하는 고정비의 비율이 높은 형태이기 때문에 사용하는 생두의 등급을 높이기 쉽지 않지 않습니다. 또한 앞서 이야기했던 로스팅 포인트 등 다양한 현실을 고려했을 때 리스트레또는 여전히 한국 시장 시장에서 대안이 되는 것이 분명합니다. 특히 이러한 커피(넌 스페셜티)들을 사용했을 때 추출한 리스트레또는 카페라떼 등의 화이트(White Coffee)와의 조화도 썩 좋은 편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합니다.
7) 추출 수율의 변화
http://goo.gl/oACnNx
이런 전반의 추출환경 변화는 결과적으로 같은 방법으로 추출했을 때에도 추출 수율을 강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져옵니다. 추출 수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갖은 수준의 향미 강도를 얻는데 더 적은 양의 커피를 사용할 수 있다는 측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1장에서 다룬 생두 산지의 변화가 만들어내는 생두 품질 상승이, 로스팅 기술의 향상과 무난한 조화를 이룰 때라야, 대중을 설득하는 방식이 아닌 대중이 선호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현재보다 고수율로 커피를 추출했을 때에 발생하는 관능적 단점들을 제어하며 로스팅 포인트가 낮아진다고 했을 때, 미디엄 로스팅에서 만들어지는 독특한 향미와 함께 고수율 커피가 갖은 단맛이 만들어내는 산미의 상쇄는 대중의 자연적 선택을 이끌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특히 산미의 톤에 영향을 지대하게 주는 수질을 관리하는 것이 커피업계에서는 더욱 중요한 기술로 여겨질 것 입니다.
브루잉과 아메리카노 등의 블랙커피(Black Coffee)에서는 점차 더 독특한 향미를 가진 커피로의 전환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블랙커피는 화이트 커피(우유가 들어가는)에 비해 원자재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두 대의 그라인더를 사용하는 설비 및 바리스타의 숙련 문제만 해결된다면, 보다 높은 등급의 생두를 사용하는데 있어 원자재 비용이 몹시 어려운 문제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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