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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트렌드 2010-2015 / 2. 커피 로스팅 환경의 변화

Coffee Explorer 2015. 11. 25. 23:11

2. 커피 로스팅 환경의 변화



1) 로스팅 포인트의 변화

한국에서 커피 로스팅에 변화를 가져온 주요한 요인은 큐그레이더 자격자들의 등장과 이후에 이어진 큐그레이더 교육 기관의 설립에 의한 큐그레이더 자격자 확산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2009년에 국내 큐그레이더는 4명에 불과했는데 2011년을 기점으로 급격하게 자격을 획득한 숫자가 증가했습니다. 큐그레이더 자격의 교육과 보급으로 인해 샘플로스팅과 커핑이 커피 회사들에 빠르게 도입되면서 낮은 포인트에서 만들어지는 커피의 향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었습니다.



http://goo.gl/wpu5hx


같은 시기에 해외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들의 커피 및 로스팅 트렌드도 이와 비슷하긴 했지만, 한국의 경우 그동안 일본식 드립과 그에 맞는 로스팅에 대한 동경에 대한 축적된 반발이 분출하는 것과도 맞물렸습니다. 좀 더 과학적인 체계를 갖춘 이론을 원하던 젊은 커피 연구자들이 로스터리 카페를 중심으로 이 시기에 낮은 로스팅 포인트에 대한 다양한 시도들을 자유로이 펼칩니다. 하지만 추출 수율에 대한 객관적인 측정 도구가 만들어지기 이전의 커피는 단단한 생두에 낮은 로스팅 포인트가 맞물려 만들어내는 독특한 향미와 함께 자극적인 산미 덕분에 마니아와 대중 사이의 간극을 일정 부분 도리어 넓히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러한 시장의 반발에 부딪히자 주로 영세한 로스터리에서는 시장과의 균형을 고려해서 다시 로스팅 포인트를 높이는 형태로 로스팅의 가닥을 잡게 되는데, 후에 굴절계가 등장하면서 추출의 기준을 세우게 되자 비로소 오락가락하던 로스팅 포인트에 대한 고민이 풀려나가게 됩니다. 물론 향후 대중의 커피 입맛이 산미가 아닌 과거의 초콜레티로 회귀할 것이라 짐작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2) 로스팅 프로파일 기록 도구 등장


http://goo.gl/vMHXvO

아티산, 크롭스터 등으로 대표되는 로스팅 프로파일 기록 전문 도구의 등장은 단순한 기록에 의존하던 로스터들의 로스팅 습관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예전에도 다 일일이 종이에 기록했는데 그게 무슨 대수냐 생각하는 분도 계실텐데요. 과거에 타자기로 문서를 만들던 세상이 PC Word 세상으로 변화했다고 생각하시면 그 변화의 의미가 쉬이 짐작될 겁니다. 프로파일의 정확한 기록과 함께 빠른 검색과 분석을 통해서 로스팅의 다양한 변수들에 대해 패턴을 용이하게 추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아직 한국에는 이런 전문 도구를 채택해서 사용하고 있는 로스터가 아직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물론 다른 사람의 로스팅 프로파일을 완벽하게 복사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로스터에 달린 온도계는 부착 위치나 두께, 로스팅하는 커피의 양에 따라 각기 다른 값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타인의 프로파일과 자신의 것을 비교해서 일치시키려고 하는 노력은 의미가 없습니다. 운좋게도 같은 기종의 로스터를 쓰는 사람이 있다고 할지라도 생산 시기에 따라 드럼의 재질이나 구조, 방열판 등에서 차이가 있거나, 로스터가 놓여있는 공간 특성은 물론 가스의 질, 가스 대 공기의 혼합비, 전기 로스터의 경우 전압에 따라 프로파일은 달라집니다.


사실 애초에 투입하는 생두가 다르기 때문에 완벽한 프로파일 복제에는 의미가 없음을 다시 한번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같은 시기에 같은 생두를 주문했다고 할지라도 서로 다른 수분 함량의 생두가 배송될 수 있고, 로스팅 전 생두가 보관된 공간에 따라 생두의 수분과 온도가 이미 다른 상태입니다. 따라서 프로파일의 구체적 수치를 타인과 동일하게 만들려는 시도보다는 자신의 프로파일을 보면서 그 패턴과 타인의 패턴을 비교하는 전반적인 경향을 비교하며 연구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생두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로스팅 포인트를 설정하는 한국과 달리 서구권에서는 Under/Well/Over Developed 라는 개념으로 로스팅에 대한 접근을 시도하기도 합니다. 스캇라오는 1차 크랙을 전체 로스팅 과정의 75-80% 선에서 오게 해야만 커피의 맛이 플랫하지 않고 충분한 발현이 가능하다는 조언을 합니다. 서구권의 정보를 정답으로 여기고 무조건 따라가야 할 이유는 없지만, 건강한 비판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그런 이야기의 근거에 대해서는 좀 더 주의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3) 색도계의 등장


http://www.javalytics.com/wp-content/uploads/2012/06/java.jpg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의 산업용 색도계가 등장한 것은 근 10년 내의 일입니다. Javalytics 등이 독주하던 커피에 사용 가능한 색도계 시장에 레이저 스캔방식의 Color Track, Photovolt, 독일의 Torino, Neotec, 사진 관련 색도계를 생산하던 미놀타 등 다양한 회사들이 뛰어들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roAmi, lighttells 등의 제품이 출시되었는데요. 기존의 해외 장비들이 1,000만원에 가까운 초고가여서 접근이 어려웠던 반면, 국내에서 최근 개발되는 기기들은 100만원 중반에서 200만원 중반에서 판매되고 있어서 가격에서 큰 혁신을 이루었습니다. 가격 접근성이 좋아진만큼 로스팅의 품질을 평가하는 대중적인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커피 로스팅 회사에서는 색도계를 이용해서 원두 표면과 분쇄 시의 색도 차이를 품질관리 기준으로 설정하는 등의 새로운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4) 새로운 원리 및 열원의 머신 등장




반열풍과 직화식의 고전적인 로스팅 머신 외에도 열풍식, 열풍식 유동층 로스터, 로링(Loring) 등의 재순환식 로스터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열원의 등장은 새로운 맛의 커피를 시장에 내놓습니다. 우리가 먹는 삼겹살도 열원에 따라 다른 맛을 가지듯 커피도 열원에 따라 다른 맛을 갖는데요. 한국에서는 이미 시장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스트롱홀드(STRONGHOLD) 스마트 로스터는 할로겐을 이용한 복사열, 드럼통의 전도열과 대류열를 이용해서 커피를 로스팅합니다.




http://www.stronghold.kr/main/index.php

로링과 스트롱홀드 등의 로스터는 탑재된 프로그램을 통해서 프로파일을 기록하고 재현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로스팅 머신이라면 어쩔 수 없는 첫번째 배치의 특수성을 제외하면 비교적 준수한 수준의 로스팅 재현이 가능합니다. 물론 로스팅 기기가 표면적으로 보여주는 드럼 온도의 값은 더 세밀히 살펴보면, 드럼이 가열되면서 드럼 옆의 부속들에도 꾸준히 열을 복사/전도하는 과정의 온도입니다. 따라서 보여지는 드럼의 온도 수치가 이전과 같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드럼에 가해지는 열량과 커피에 공급되는 열량이 완벽히 통제된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지점들이 있습니다. 약간 크게 보면 로스터가 설치된 공간으로 꾸준히 열을 빼앗기며 드럼 내부의 온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스캇 라오는 이와 관련해서 배치 사이의 프로토콜이 예열 프로토콜만큼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구체적인 예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1. 공기 흐름은 로스팅 중 적용할 최저치로 설정

2. 앞 배치 원두 배출 후 1분 정도 버너를 끔

3. 1분 이후 가스(열원)을 조절해서 60-90초 만에 온도계가 투입 온도만큼 올라오도록 맞춤

4. 투입 온도에 도달하면 1분간 공회전

5. 다음 배치 투입


나아가서 스마트 로스터가 더욱 확실한 재현성을 갖기 위해서는 드럼내부를 완벽히 통제된 환경이라고 보기보다는 드럼과 연결된 기기 내부의 다른 부위 온도마저도 측정하고 유지하는 별도의 관리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거기에 의견을 보내보자면 먼 미래에는 공간 자체의 온도와 습도가 변화하는 것을 지속적으로 추적하고 유지하도록 에어컨과 가습 시스템과의 연계를 시키는 것도 언젠가는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로스팅 머신이 설치된 공간 자체를 기획하고 컨설팅하는 솔루션으로 제공되지 않는다면(그러기 쉽지 않습니다) 로스터는 자신의 로스팅 환경에서 유의미한 변화를 줄 수 있는 변수들을 스스로 고민하며 필요한 만큼의 통제를 위해서 스스로 노력해야 할 겁니다.



관련 글 보기

1. 생두 재배 및 가공, 유통 환경의 변화

2. 커피 로스팅 환경의 변화

3. 추출 환경의 변화와 도구의 발전

4. 커피 산업의 변화

5.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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