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파일 22

커피 온도 프로파일이 아닌, 수분 함량 프로파일

그동안 로스팅을 바라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커피의 온도와 로스팅 진행 시간이었습니다. 온도는 비교적 쉽게 연속 측정이 되기 때문에 로스팅 프로파일을 구성하는 핵심 정보로 사용됩니다. 로스팅에서 온도와 시간의 중요성에 대해 이견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로스팅 중에 커피의 수분 함량 변화와 여기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간과되어왔다고 생각합니다. 로스팅 과정에서 커피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커피의 수분 함량이 낮아지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주변 환경과 로스팅 머신의 설정에 따라 같은 온도 프로파일로 로스팅한다고 할지라도 그 결과가 같지는 않습니다. 물론 커피가 가진 수분 함량을 어떤 단계에서 어느 정도로 낮출지 완벽하게 조절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로스팅 머신의 에어플로우에 영향을 주는 변수를 조절해서 상대..

계절의 변화와 로스팅 프로파일

우리 옛 선조들이 만들어둔 24절기의 시스템은 기후 변화가 급격히 일어나는 중에서 신기할 정도로 계절의 변화를 잘 반영합니다. 계절이 달라지면 로스팅의 프로파일이 어느 정도 달라지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다만, 프로파일이 달라질 수는 있지만, 커피의 맛이 갑작스레 큰 폭으로 변하게 된다면 그건 뭔가 잘못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잘 관리되고 있던 생두라면 며칠 사이에 그 정도의 폭으로 품질이 변화하지는 않습니다. 재료가 변하지 않았다면, 나머지는 사람이 최선을 다하면 대부분 막을 수 있는 문제입니다. 그런데 계절이 바뀌면서 달라지는 로스팅의 프로파일은 구체적으로 어떤 요소에서 기인하는 걸까요? 계절과 날씨에 따른 로스팅이 여전히 어렵기만 하다면, 사실은 우리가 환경을 측정하지 않기 때문이고, 또 무엇..

스트롱홀드 S7 PRO 로스팅과 교반 속도

스트롱홀드 로스팅에서의 교반 속도는 로스팅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결론부터 미리 이야기하면 분명히 영향을 주지만 해석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누군가는 교반 속도를 높이면 대류의 영향이 높아진다고 말하더군요. 과연 그렇기만 할까요? 500g과 800g 투입 배치에서 화력은 고정하고 교반을 다르게 하는(6-10) 간단한 로스팅을 진행해봤습니다. 모든 로스팅은 예열 온도를 정확하게 지켜서 진행되었습니다.(내부, 드럼, 열풍, 배기의 오차가 최소화된 상황에서 로스팅 시작). 300g 배치 로스팅도 진행했지만, 배출 온도가 정확히 지켜지지 않은 바람에 이 결과에서는 배제하였습니다. 수분 함량은 3회의 측정값 평균이고 표준 편차 0.063% 정도를 보여줍니다. 500g 배치에서 교반 속도는 전체 로스팅의 시간에 큰..

로스팅 프로파일을 읽다_스트롱홀드 스퀘어

지난번에 소개했던 스트롱홀드 스퀘어를 통해서 다양한 로스팅 프로파일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물론 상대방과 내가 로스팅에서 사용하는 생두가 동일하지 않고 로스팅 머신의 종류나 설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프로파일을 그대로 사용한다고 같은 향미의 원두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프로파일은 충분히 참고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머신의 특성 파악 먼저 그래프를 보기에 앞서 해당 로스팅 머신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는 알고 있어야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기본적인 정보는 1차 크랙이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온도와 확인봉을 통해 관찰 가능한 생두의 표면 색상 변화 온도입니다. 이 정도의 정보만으로도 전체적인 로스팅 프로파일의 구조를 상대적으로 파악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제가 주로 사용하..

S7 Pro X, 새로운 머신의 기본 특성/화력 파악하기

새로운 로스팅 머신을 만나면 여러분은 어떤 식으로 그 머신의 특성을 파악하고 적응해나가시나요? 오늘 다룰 스트롱홀드 S7 Pro X는 사실 저에게도 익숙지 않은 머신입니다. 제가 새로운 머신을 만나면 어떤 식으로 파악해가는지를 보여드리면서 S7 Pro X의 특징들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1. 첫 로스팅, 그리고 표면 온도 정보의 관찰 새로운 머신을 만나면 처음 해보는 테스트는 화력의 강도 및 온도 기준에 대한 파악입니다. 저도 S7 Pro X로는 로스팅을 많이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대략적인 화력을 예측해서 8/8/3/8 (열풍/할로겐/드럼표면/교반)로스팅을 했습니다. (투입량은 모든 배치에서 800g으로 동일) - 컬러트랙 77.16 / 아그트론 29.52 1차 크랙이 8분대에 제 기준에서는 약간 느리지..

로스팅과 투입 온도의 의미

투입 온도는 다양한 요소가 합쳐진 측정치 현장에서 로스팅해보면 균일한 로스팅을 위해 같은 온도에서 생두를 투입해도 일관성 있게 로스팅이 되지 않는 일을 경험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로스팅 머신이 보여주는 투입 온도라는 것은 드럼 내부의 특정 지점에서 생두를 비롯한 다양한 요소가 만들어내는 측정치입니다. 핸드드립에서 많은 사람이 다른 사람의 추출법에 관련해서 추출수의 온도를 궁금해합니다. 사실 중요한 것은 추출수와 드리퍼, 분쇄 원두가 만들어내는, 실제 추출이 일어나는 드리퍼 내부의 현탁액 온도입니다. 다양한 요소가 합쳐져서 현탁액의 온도를 만들어냅니다. "로스팅 중인 생두 뿐 아니라, 보관 중인 생두 역시 온도가 입체적으로 존재한다." 로스팅에서도 투입 시의 열 환경은 다양한 요소의 조합으로 만들어집니다..

스트롱홀드, 로스팅에서 화력은 급격히 변화시키면 안될까?

커피업계에서 뉴크롭(New Crop)이라는 단어는 새로 수확된 생산물을 일컫는 표현입니다. 나라에 따라서 수확 시기가 다른데, 다음 수확기의 생두가 한국에 들어오기 전까지 이 생두는 뉴크롭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됩니다. 다음 차례의 수확이 진행되기는 했지만 아직 수출/수입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지난 수확물을 라스트 시즌(Last Season)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요즘은 새로운 에티오피아 커피 수확분이 한국에 많이 들어오는 시기입니다. 뉴크롭은 때로는 로스팅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수확과 가공에서 큰 문제가 없었다는 전제하에 대부분 훨씬 신선한 느낌을 주는 편입니다. 그래서 이 시기부터 겨울 가까이 에티오피아 커피는 좋은 품질을 보여주게 되고, 많은 카페에서 좋은 품질의 에티오피아 커피를 맛볼 수 ..

스트롱홀드 : 로스팅 프로파일과 ROR(온도상승률)

ROR이란? 로스팅 프로파일에서의 빈 온도는 로스팅의 변화를 섬세하게 보여주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전보다 빠르게 온도가 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온도 곡선의 변화는 선명하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온도의 상승률을 살펴보면 비교적 작은 변화도 시각적으로 확실하게 느껴지는 데요. 로스팅에서 온도의 상승률을 ROR(Rate of Rise, 기준 시간당 원두의 온도 상승 정도) 이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많은 로스터들은 ROR 곡선을 보면서 로스팅하기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과거의 로스팅 머신들은 그저 빈의 온도 정도만을 측정해서 표시했지만, 요즘에는 PC와의 연결을 통해 ROR 등 더 많은 정보를 확인하면서 로스팅합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단지 온도 변화의 빠른 감지를 넘어서 ROR의 형태와 향미 간의 ..

상미 기간을 고려한 로스팅

상미 기간이란? 상미기간(賞味期間)'은 영어로는 'BBD(Best Before Date)라고 흔히들 번역하는 것 같습니다.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기간'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텐데요. 커피에서 참 많은 사람이 상미 기간에 대한 질문을 합니다. "언제까지 먹을 수 있어요?""향이 날아가서 스스로 만족 못하겠다 싶으면 그만 드시면 되죠." 커피(원두, 추출 전 상태)는 미생물이 쉽게 번식하지 않는 낮은 수분 함량과 수분 활성도 덕분에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변질로 인한 인체 유해 가능성이 높지 않은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상당히 긴 시간 동안 보관하면서 추출해서 먹는 것이 가능한데요. 식품위생법상으로는 유통기한을 1년 이상으로 설정해도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대량으로 유통되는 원두 중에는 유통기한을 2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