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이야기

스타벅스, 된장의 벽 어떻게 넘었나?

Coffee Explorer 2013. 5. 9. 22:16

안녕하세요. 커피찾는남자 Director, We입니다. 오늘도 커피 이야기를 한번 시작해볼까요.


요즘 사람들이 가지는 스타벅스의 이미지는 과연 어떨까요? 한 때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면 된장남녀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기도 했었죠. 요즘에는 합리적 가격의 커피로 스타벅스를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기도 합니다. 딴데 가지말고 ‘저렴하게’ 스타벅스를 가지는 것인데요. 된장의 스타벅스가 어떻게 다시 이런 이미지를 가지게 되었을까요?


물론 소비주체가 전반적으로 나이들어가면서 경제적 여유를 누리게 되었기 때문에 그렇지만 한번 다른 관점으로도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오늘의 주제는 스타벅스 커피와 된장녀, 된장남 이야기입니다.




사진출처 http://www.mykorblog.com/



스타벅스, 된장을 이용하다.


스타벅스는 한국에 진출하면서 첫 매장인 이대점에 승부를 걸었습니다.

2년여 걸친 시장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화여대 앞에 1호점을 내기로 결정한 것인데요.



이대 앞은 젊은 여성 소비자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성향으로 인해

새 브랜드에 거부감이 적고 입소문에 대한 기대감도 컸습니다.

게다가 어학연수를 다녀온 대학생들이 미국에서 마시던 커피를 한국에서 맛볼 수 있다는 것이

묘한 향수와 일종의 된장 심리를 자극하는데 성공을 거두고,

스타벅스 1호점 매장은 긴 시장이 지나지 않아 인산인해를 이루게 됩니다.


출처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ladiana&logNo=120104339959&viewDate=¤tPage=1&listtype=0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이런 붐이 흥미로운 사회 변화를 일으키게 됩니다.

유학파 세련된 이대생의 이미지를 모방하며 커피 맛도 모르면서 이미지를 위해

밥값보다 비싼 커피를 마시는 여자들이 줄지어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어쩌면 이러한 모방은 스타벅스의 치밀한 마케팅의 씨가 맺은 열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된장 이야기의 시작


출처 http://www.cookcooktv.com/material/view.html?seq_no=843


‘된장’이라는 단어가 대한민국을 한참 시끄럽게 만든 것은 2006년 즈음입니다.

당시 밥값보다 커피가 비싸다는 이야기가 매스컴을 통해 자주 들려나왔습니다.

된장이라는 표현은 대부분 여성에게 주로 수식되었던 것 같은데요.

된장녀 논쟁의 방아쇠는 스타벅스의 커피값이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이 더 높다는 것에서 당겨졌습니다.

어떤 네티즌이 이를 두고 된장녀라고 지칭하면서 이 논쟁은 커피를 넘어

‘여성 비하’와 함께 ‘성대결’구도를 보이며 웹상에서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당시의 된장녀는 생활 능력은 안되면서 명품을 치장하는 허세청춘들을 빗대어 표현한 단어였습니다.


자, 여기서 먼저 하필 왜 ‘된장’인건지를 알아볼까요?

옛 말에 ‘똥인지 된장인지 구별도 못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를 두고 요즘에는 ‘똥인지 된장인지는 찍어먹어봐야 안다’는 식으로 그 의미를 변형시켜서도 많이들 사용하는데요.

우리나라 고유식품인 ‘된장’에 ‘여’를 붙여 ‘된장녀’라고 부르며 

‘똥과 된장을 구분하지 못하는 개념없는 사람이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서구식 패밀리레스토랑에 집착하고, 미국 드라마에 열광하는 등

자신을 ‘뉴요커’라고 간주하는 개념없는 여성들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스타벅스는 그동안의 마케팅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2006년 된장녀에 대한 사회적 논란으로 거대한 위기를 맞게 됩니다.

미국에서는 과거 합리적 소비와 이성의 상징이던 동네 다방이

한국 사회에서는 비합리적 소비의 대명사가 된 것 입니다.




스타벅스 ‘커피의 된장 오명’을 벗겨낸 전략은?


비합리적 소비로 낙점될 위기에 처한 스타벅스는 무언가 전략을 취해야했습니다.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제가 주목한 부분은 숏 사이즈의 커피였습니다.



출처 coffeecupnews.org



2006년만 하더라도 스타벅스에 숏사이즈가 있다는 것은 아주 잘 알려진 정보는 아니었습니다.

외국 정보들을 보면 ‘스타벅스의 비밀을 밝힌다’고 하면서

숏 사이즈가 존재한다는 것을 특별한 정보인 것 마냥 내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한국 스타벅스에서도 숏사이즈의 커피를 마실 수 있는데요.

한국에서는 다른 나라들보다 조금 이른 시기에 스타벅스 숏사이즈에 대한 정보가 대중에게 확산된 편입니다.


스타벅스 숏사이즈의 음료는 크기도 작고 들어가는 재료의 양이 적다보니 가격이 저렴한 편인데

한참 스타벅스 된장남, 된장녀를 비판하던 사회 여론이 있던 무렵 스타벅스의 숏사이즈 커피가 알려지면서

당시의 '밥 값보다 비싼 커피 한 잔'이라는 비판을 자연스레 빗겨나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던 계층의 사람들에게도 커피가 한 차례 가까이 다가가는 계기가 된 것은 아닐까요?


반면 미국에서 Short size의 커피는 좀 더 늦은 시기에 대중에게 알려졌습니다.

숏사이즈 커피의 가격은 여전히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스타벅스 매장의 메뉴판에는 기재되지는 않은 상태입니다.

왜 그럴까요?




Short Size는 사실 아이들을 위한 메뉴였습니다.


출처 http://www.nbcnews.com/id/20608492/ns/business-us_business/t/starbucks-rethinks-stance-young-customers/#.UYvBBit5z6I



Starbucks has more sizes than what is on the menu. The secret is they actually have a size called a short that is only 8 oz. The short size appears on the menu as a kid’s size but you can actually order any drink in this size. So next time you don’t need a full 12 oz cup of coffee and want to save a little cash just say, “Give me the secret size.” Either that or you can just ask for the short.

출처 http://coffeecupnews.org/top-5-starbucks-secrets/


미국 스타벅스의 Short size는 음용양의 기호 차이를 채우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부모와 함께 방문하는 아이들을 위한 메뉴를 위해 최초로 만들어진 것에 불과합니다.

미국에서도 어린 아이에게 커피를 권하는 부모는 잘 없다보니 아무래도 핫쵸코 등의 메뉴에서 시작되었겠죠?

그렇다보니 스타벅스 차원에서는 굳이 숏사이즈를 대중들에게 대대적으로 알릴 이유는 없었습니다.


다만 이를 두고 한국의 언론은 스타벅스의 비윤리를 고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기업에서는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줄 안다‘라고 받아들여야 할까요.

아니면 시장의 변화에 발 맞추어 윤리적 기업이 되기 위해 다시 변화를 모색해야 할지는 약간의 고민 거립니다.

스타벅스는 2012년 주요 메뉴들의 가격을 인상하면서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 기준 3,900원으로

업계에서 두번째로 비싸게 커피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화의 장소에서 그저 시간을 함께 해줄 한 잔의 음료로써

커피가 필요한 경우에 소비자들은 숏 사이즈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구나 요즘에는 숏사이즈를 주문하고 사이즈 업그레이드를 받을 수 있는 제휴 카드들이 있기 때문에

숏 사이즈를 주문하는 고객이 조금 더 늘어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아래의 사진은 미국의 1호 스타벅스 매장입니다.


출처 http://thehundreds.com/blog/2011/01/06/number-one/


1997년 이화여대 앞에 1호점을 낸 스타벅스, 2006년의 된장 논란, 그리고 스타벅스의 숏사이즈.

과연 이 모든 것은 우연이기만 한 것일까요. 아니면 스타벅스가 전략으로 내세운 것일까요. 


어찌되었든 더이상 스타벅스를 가는 사람을 두고 더이상 ‘된장’이란 수식어를 붙이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만큼 한국인의 경제 수준이 향상 되면서 또한 고급 커피 문화가 자리를 잡았기 때문일 것 입니다.

여러모로 스타벅스와 한국의 커피 문화/시장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관계인 듯 합니다.


이상으로 커피찾는남자가 써내려간 이야기였습니다.

'스타벅스, 된장의 벽 어떻게 넘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