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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은 약사에게, 김약국 약은 바리스타에게"

Coffee Explorer 2014. 10. 29. 13:57

역 이름에 '공원'이란 단어가 들어가 있는 곳을 지날 때면 당장이라도 지하철에서 내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아요. '효창공원'도 저에겐 그런 곳인데 항상 바쁜 일상 가운데 치여 살다보니 한번 가보기 위해서는 마음을 먹어야 할 때가 많죠.


좀 더 시간이 많았을 때 미리, 마음껏 누려둘 껄 그랬어요.


과거 숙명여대 학생들 중에서 효창공원 인근에 살던 이들은 종종 약속의 장소로 삼았던 곳이 있다죠.

"김약국에서 3시에 보자"


세월이 흘러 김약국은 사라졌지만, 김약국 자리에는 김약국커피로스터즈가 생겨났습니다.

"약은 약사에게, 김약국 약은 바리스타에게"





효창공원역 2번 출구를 나오자마자 왼 쪽 편에 김약국 커피가 있습니다. 가게가 크지 않아서 그런지 첫 눈에 봐도 정이 느껴지는 곳이었는데요. KIM YAKGUK 이라는 영문 표기보다는 '김약국커피'라는 한글 표기가 훨씬 정감있는데 혹시나 사업자 등록시 '약국'이라는 표현이 의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녁이라 그런지 매장은 매우 한산했는데요. 아침에 7시에 문을 열어서 밤 11시에 닫는다고 하니 아무래도 등교하는 학생들로 인해서 아침과 점심 시간에 손님이 많은 곳이 아닐까 합니다.






아주 클래식한 에스프레소 머신이 설치되어 있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레버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위로 올라가있는 손잡이를 용수철을 거스르도록 힘으로 내렸다가 다시 올라가면서 커피가 추출됩니다. 사실 많은 양을 추출할 때에는 팔에도 힘이 많이 들어갈 뿐더러, 추출이 완전히 끝나고 나서도 일정 시간을 기다려줘야만 다음 샷의 추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효율성은 많이 떨어지는데요.


그러나 이 머신의 장점은 무척이나 쫀득한 에스프레소에 있습니다. 아주 고가의 다른 머신과도 비교하기 어려운 매우 독특한 매력이 있는데요. 영화 '멋진 하루'에서도 이 머신이 등장하더군요. 이름은 '폼페이'라고 하죠.


이쯤되면 커피의 맛도 기대해봄직 한데요? 






약국답게 메뉴판의 이름이 재미있어요. '복용 내역'이라니!

가격은 레귤러의 경우는 3천원에서 4천원 사이네요. 크기도 작지 않아요.


무엇을 고를까요?






방문 첫날이니 일단은 이 곳을 저에게 추천해주신 분을 따라 아이스 라떼를 마시기로 했습니다. 우유 위에 올라간 저 짙은 에스프레소! 역시 폼페이죠?






아직 다 섞이지 않은 우유와 에스프레소의 멋진 마블링을 감상하는 것은 언제나 기쁨입니다.






슬슬 섞어가며 폼페이를 배경으로 라떼를 한 모금 들이켜봅니다.

지난 번에 제가 아이스라떼로 강력히 추천했던 상수역 카페더블루스와는 또 다른 스타일의 라떼군요. 카페더블루스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바디를 가지고 있어요. 흔히들 말하는 애프터테이스트, 즉 음료를 마신 후 입 안에 남는 맛의 여운도 아주 긴 편은 아니구요. 적절히 우유와 에스프레소가 존재감을 나타내다가 어느 순간 짠-하고 사라지죠. 이런 아이스라떼도 나쁘지 않아요. 깔끔하죠.


조심 스러운 것은 자칫 단 맛이 모자란 경우에는 조금 입 안이 쉽게 건조해질 수 있는데요. 다행히 폼페이 머신 덕분에 에스프레소가 그 균형을 잃지 않게 무게 중심을 잡아주고 있네요. ^^







김약국에는 신통한 약이 있다고 합니다. 비싸거나 구하기 힘든 약은 아닌데 사랑이라는 약으로 사람을 낫게 한다는 표현이 마음에 쏙 듭니다. 게다가 식후 30분 후에 드시라는 전통적인 약사의 멘트까지 왠지 손님을 위한 배려로 느껴지죠.






오늘의 드립 커피가 너무 좋은 가격에 판매 중이어서 몹시나 마셔보고 싶었는데요. 이상하게도 금방 마신 아이스 라떼 때문에 카페인 반응이 빠르게 오더군요. 아쉽게도 오늘은 커피를 더 마시지 않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하나 재미있는 원두 킵핑 제도를 실시하고 있는데요. 원두를 구입 후 맡겨둘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추출에는 딱 1,000원씩만 받는다고 하니 매우 착한 가격인데요. 사실 바리스타들이라면 누구나 한번 쯤 하는 생각이 아닐까 해요. 그러나 정말로 도입해서 이런 시스템을 활성화시켜둔 것을 보기는 여려운 일인데요.






김약국에서는 원두를 킵핑해둔 사람들을 제법 만날 수 있었습니다. 위 사진의 상단에 보시면 원두 통이 보이시죠? 이게 전부 원두를 구입하고 킵핑해둔 거라고 하네요.


사실 효창공원은 제가 언젠가 한번 살아보고 싶은 서울의 동네이기 때문에, 그 때 쯤엔 저의 원두가 진열장에 올라가 있을 날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죠.







자리로 음료를 가져와서 잠시 노트북을 펼칩니다. 김약국의 아담한 매장은 자리마다 눈 부시지 않으면서도 적절히 조명이 비추고 있도록 배려가 되어 있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참 푸근하고 편안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새롭게 장만한 도구인 저의 도장을 시험 삼아 휴지에 찍어 봤습니다.






그리곤 이렇게....ㅎㅎ






숙명여대 인근에 찾아가셨다면 한적한 길을 따라 효창공원역으로 가보세요.

옛 숙명인들처럼 김약국에서 약을 처방받아 우리의 마음을 한번 달래볼까요?

여기까지 커피찾는남자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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