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찾는남자 / Coffee Explorer
커피에 등급을 매기는 커피전문가 큐그레이더, 커피감별사,생두감별사 본문
큐그레이더가 한국에서 알려진 것은 불과 몇 년 전의 일입니다. 그러나 한국의 자격증 바람이 바리스타를 넘어 큐그레이더로 이어지며 커피 업계에 이제는 큐그레이더 자격증이 넘쳐난다고 하는데요. 큐그레이더는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한번 알아볼까요?
큐 그레이더는 Quality Grader를 말합니다. 즉, 등급을 매기는 사람이라는 뜻인데요. 그 중에서도 커피에 대한 등급을 매기는 사람, 특히 아라비카 생두를 감정하는 자격을 가진 사람을 큐그레이더라고 부릅니다. 와인업계의 소믈리에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자격을 가지려면 커피에 대한 지식을 테스트하는 필기시험과 미각, 후각, 커피의 분별 및 감정능력을 평가하는 22과목에 대한 시험을 통과해야만 합니다. 해당 시험과 자격 인증은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S.C.A.A) 산하 커피품질연구소(C.Q.I)를 통해서 이루어지며, 현재 한국 내에서 큐그레이더 공부를 하고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곳은 6개입니다.
전 세계에는 지금 약 1,500명이 큐그레이더 자격을 가지고 있으며 이 중 한국에 1,000명 이상의 큐그레이더가 있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해외 커피업계에서는 한국의 놀라운 큐그레이더 열풍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사업을 위해 자격증을 남발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는 것 같습니다. 단순한 명성이나 자격증 수집을 위해 이 자격을 취득 하려는 분들이 계시다면 저로써는 말리고 싶습니다.
저도 큐그레이더인데요. 위 사진은 저의 라이센스입니다.
사실 큐그레이더 자격은 커피 맛을 볼 수 있는 자격을 갖췄다는 것이지 커피에 대해 모든 것을 안다는 뜻이 아닙니다. 여기서 자격이라 함은 커피 품질 평가에 대해 정해진 룰을 이해한다는 것이죠. 자격증보다는 현장에서 얼마나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는지가 훨씬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 이제 큐그레이더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면 과연 업무 현장에서는 어떤 일을 하는 걸까요?
1. 생두 수입 업체에서 커퍼로 활동
큐그레이더를 꿈꾸는 친구들이 가장 하고 싶어하는 활동은 생두 업체에서 근무하며 커피 수확기에는 커피 농장이 있는 나라들로 들어가서 수확과정, 프로세스들을 참관하며 샘플로스팅과 커핑을 통해 생두의 등급을 감별한 후에 그에 적절한 가격을 제시하고 수입을 해오는 것 입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한국에서 이런 역할을 하고 있는 큐그레이더들은 30명이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곳은 작년에 제가 방문했던 중국 운남성의 커피 농장들입니다.
잘 익은 커피 체리가 빨갛게 빛나고 있네요.
농장을 둘러본 후에는 함께 커핑을 합니다.
다만 현지 사정은 한국 등의 선진국과는 차이가 조금 있기 때문에
5종의 샘플을 가지고 정식 커핑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2. 국내 외 커피 판매 및 소비 업체에서 buyer의 역할
굳이 해외 산지를 다니지 않더라도 생두 업체와 소비업체 사이에서 커피를 감별하는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커피에 등급을 매기는 것은 결국 적절한 가격이 얼마인지를 산정하기 위한 방법이니깐요. 구입 전 커핑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겠죠.
아래의 사진은 필자가 얼마전 참여했던 국내 생두 수입업체의 비즈니스 커핑의 모습입니다.
3. 커피 감별사 중 일부는 조금 더 커피에 대한 소양을 키워서 생두 농장 경영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단순하게 샘플 로스팅된 커피만 맛 보는 것이 아니라, 가공 공정에 대해서 기술 이전 및 신기술 적용 등 모든 부분이 열악한 커피 농장들에는 이런 커피 전문 인력이 있으면 소득 향상에 도움이 됩니다.
이상으로 큐그레이더, 커피 감별사, 생두 감별사라는 직업에 대해 잠시 설명해드렸습니다. 직접 필드에서 뛰지 않을텐데 몇 백만원을 들여 이런 자격을 굳이 취득할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커피 판매업계에 종사하시면서 커피 맛을 조금 더 알고 싶으신 거라면 큐그레이더 자격 획득보다는 퍼블릭 커핑(Public Cupping)에 많이 참여해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