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커피와 로스팅

드럼의 RPM(revolutions per minute)

Coffee Explorer 2022. 7. 17. 21:31

드럼의 rpm은 전도와 대류의 비율이라는 관점에서 주로 해석되어 왔습니다. 로스팅에서 드럼의 rpm 변화가 만들어내는 전체적인 균형의 변화는 매우 큰 편인데, 이를 두고 단순하게 대류와 전도의 비율 정도로만 해석하다 보니 제대로 설명하기 어려웠습니다. 저는 드럼 rpm의 변화를 에너지 전달의 효율과 방식, 교반, 에어 플로우 등의 관점에서 고려합니다.

 

로스팅 머신은 일반적으로 40-70 정도의 rpm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드럼 rpm에 대해 어느 정도의 수치가 적정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로스팅 머신의 배치 사이즈에 따라 적정 rpm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해당 머신의 투입량과 배기의 흐름, 그 외 드럼의 두께, 버너와 드럼의 거리, 드럼 내의 교반 날개 등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배기와 적정한 균형을 이루는 것입니다.

 

드럼 rpm에 대한 기존의 가설은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rpm에서 좀 더 속도를 늦출 때는 전도가 증가하고, 반대의 경우에는 대류가 늘어나며,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원심력의 증가로 다시 전도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정도입니다.

 

드럼의 rpm이 높으면 로스팅 머신에 공급된 에너지가 커피로 전달되는 효율이 높습니다. 하지만 이때 로스팅 머신의 배기 온도는 오히려 더 낮게 측정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드럼의 회전을 통해서 커피가 드럼 내 에너지를 더 효율적으로 흡수하기 때문입니다. 너무 느린 드럼 rpm은 버너에 의해 데워진 공기가 커피에 충분히 접촉하지 못한 상태에서 배기를 통해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서 배기의 온도는 높게 측정되지만, 커피의 온도는 천천히 상승하게 됩니다.

 

로스팅 머신의 배치 사이즈에 따라서 원활한 교반을 위해 rpm은 조절할 수 있다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rpm을 조절하지 않아도 원하는 수준의 균일한 로스팅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 교반의 관점에서 rpm 조절이 필수적이지는 않습니다. 교반의 차원보다는 에어 플로우의 관점에서 rpm의 조절은 로스팅에 더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한 배치를 로스팅하는 도중에 드럼 외부에서 내부로 들어왔다 빠져나가는 공기의 총량과 그때 투입된 커피의 비율을 ABR(Air to Bean Ratio)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ABR은 정확한 측정이 쉽지 않기 때문에 기본 배치를 기준으로 해서 상대적으로 더 많은 양의 공기가 지나갔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판단하는 편입니다. ABR은 배기 팬과 댐퍼에 의해서 대부분 결정됩니다. 물론 특정 구조의 로스팅 머신에서는 가스를 얼마나 공급했냐에 따라서 이 부분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드럼의 rpm은 다른 요소에 비해 ABR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높은 ABR(공기의 비중이 더 커졌을 때)에서 나타나는 것과 일치하는 방향의 결과가 나타나게 됩니다. 이것은 드럼 rpm 증가가 드럼 내부에 유입된 뜨거운 공기와 커피의 접촉을 늘리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서 커피의 온도는 더 효율적으로 올라가고, 커피가 가진 수분은 뜨거운 공기로 인해 더 빠르게 건조됩니다.

 

개인적으로 드럼 rpm은 교반이나 대류/전도의 비율보다 에어플로우의 미치는 영향으로 가장 크게 해석하고 적용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계절이 바뀌거나 로스팅 룸의 습도 등에 따라서 댐퍼만이 아니라 드럼 rpm 역시 조절한다면, 보다 큰 폭으로 환경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드럼의 rpm에 대해 잘 이해한다면 로스터에게는 매우 큰 무기가 생긴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