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팅과 데미지_ 4. 데미지의 확인 방법

 

데미지와 생두

데미지는 생두의 특성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다만 수분, 밀도, 크기 등 생두의 단일한 특성을 토대로 데미지와 직결시키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생두의 다양한 특성이 로스팅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생두의 표면에 전달된 에너지를 어느 정도의 효율로 중심부까지 전달시키는가?'라는 질문인데, 다시 말하지만 단일한 수치와 특성이 이 질문에 대해 답을 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로스터는 로스팅 전의 측정과 로스팅의 과정, 로스팅의 결과를 주의해서 살피며 생두의 상태와 특성을 파악해나가야 합니다.

 

로스팅 중에 데미지를 입은 생두는 로스팅의 중/후반 조절을 통해 어느 정도는 극복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다만 대류로 인한 전체 표면에 대한 데미지는 극복이 어렵다면, 전도에 의한 부분적 데미지는 극복이 가능한 상황이 비교적 많을 겁니다. 데미지를 입은 표면 안쪽에 있는 생두의 조직으로도 다른 경로, 더 먼 경로를 우회해서 에너지가 전달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경우에는 화력 조절을 통해 로스팅 시간이 길어지고 커피의 향미는 약간 달라집니다. 데미지가 있었음에도 어느 정도 준수한 커피로 로스팅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지, 자신이 생각하는 완벽한 커피로 만들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닐 겁니다.

 

 

데미지의 확인?

데미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어쩌면 가장 중요하겠죠. 우선 데미지는 시각적으로 로스팅된 원두의 표면 관찰을 통해서 어느 정도 알 수 있습니다. 부분적으로 불균일하게 거뭇한 부분이 있다면 전도에 의한 부분적 데미지를 입은 것일 수 있습니다. 전체적 데미지는 적어도 표면에서는 균일하게 보이기 때문에 로스팅에 익숙한 로스터가 아니라면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생두와 원두의 상호 비교, 로스터의 경험을 통해서 파악이 가능합니다.

 

로스팅 과정에서의 향으로도 진단할 수가 있습니다만, 후각이 뛰어나고 경험이 뒷받침해줘야 합니다. 보편적으로는 훨씬 늦은 타이밍에서 만들어지는 A라는 느낌의 향이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강도는 낮지만 A향이 너무 이른 시기에 조금씩 나고 있다면, 현재 공급하는 화력이 강해서 데미지가 발생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시각 정보보다 후각 정보는 훨씬 섬세해서 모든 사람이 알기는 어렵지만, 후각 정보 판단에 능한 사람에게는 매우 효과적이고 직관적인 신호로 파악이 가능합니다. 캐러멜라이징의 향이 마이야르가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부터 느껴진다면 안 되겠죠. 마찬가지로 마이야르 반응의 마지막 단계에서 나오는 향이 너무 이른 타이밍에 만들어지는 것도 부분적으로 과하게 열을 전달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시각과 후각의 정보는 데미지를 즉각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정보이기는 하지만, 결국에는 최종적인 커피 시음을 통해 반드시 향미로  판단해야합니다. 데미지가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커피가 더 맛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본다면 데미지가 아니라 로스팅의 좋은 특성을 만들어낸 요소로 해석해야 하겠죠. 이런 과정을 통해 로스팅 중의 정보와 로스팅 이후의 향미를 상호 조합해서 자신만의 체계로 만들어가야 합니다.

 

데미지와는 약간의 개념 차이가 있지는 하지만 로스팅에서 가장 좋은 공부 방법은, 여러 로스터가 로스팅한 같은 커피를 나눠마시며 프로파일과 로스팅 가설에 대해 논의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더 좋아하는 향미로 발현된 로스팅된 결과가 있다면 그 방향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겠죠. 때로는 서로 가설은 다르지만 취하는 로스팅 형태는 비슷한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게 알게 된 자신의 로스팅 취향과 방향을 계속해서 발전시켜나가다 보면, 데미지가 적고 잘 발현된 로스팅 결과를 얻게 될 것입니다. 결국 데미지를 입지 않은 커피는 잘 발현되기 마련이고, 잘 발현된 커피는 데미지가 적은 커피일 테니, 둘은 서로 떼놓고 말할 수 없는 개념일 것입니다.

 

긴 시간 수분과 데미지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앞으로도 커피에 대한 이야기를 잘 정리해서 들려드리겠습니다. 커피찾는남자 구독과 알람, 좋아요, 댓글을 남겨주시면 더 좋은 내용을 소개하는데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