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찾는남자 / Coffee Explorer
스트롱홀드 : 로스터리 카페를 창업자를 위한 10가지 조언 본문
"카페 창업을 생각하는데 로스팅을 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상황이 다를 텐데요. 재무적으로 봤을 때 자가 로스팅은 돈을 아끼는 방법이 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로스팅에 사용하는 시간의 비용과 스트레스도 분명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무조건 추천할 수만은 없습니다.
로스팅을 직접 한다는 것은 품질 관리의 영역이 넓어진다는 의미가 큰 것 같습니다. 원두를 납품받는다는 것은 핵심 재료에 대한 품질 관리를 타인에게 맡기는 것이지만, 로스팅을 시작하면 이제 자신이 제공하는 커피에 대한 모든 책임은 자신이 져야 하죠. 초보자에게 그 책임은 다소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커피에 대한 자기 주도성과 애착을 강화할 수 있다는 면에서 자가 로스팅에는 장점이 있습니다.
에스프레소에 들어가는 다양한 생두를 연간 문제없이 운영하는 것은 어느 정도의 노하우가 필요하거나 번거로울 수도 있는데요. 때에 따라 에스프레소 블랜드는 납품을 받고, 브루잉을 위한 싱글 오리진 커피만 직접 로스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장기적으로 커피와 관련된 일을 하려고 하신다면, 저는 로스팅 공부하시는 것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1. 로스팅 머신의 선택
(2018 RoTC 행사 중)
로스팅을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가장 먼저 하게 되는 고민은 로스팅 머신을 선택하는 것이죠. 역사가 오래된 해외의 로스팅 머신부터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까지 잘 알려진 로스팅 머신들은 시장에서 이미 충분한 테스트를 거친 제품들입니다. 어떤 로스팅 머신을 선택하더라도 어느 수준까지의 로스팅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 같습니다.
스트롱홀드를 선택하셨다면 재현 기능이나 다양한 열원을 활용할 수 있다는 부분을 장점으로 여기셨거나, 초보자도 로스팅할 수 있게 도와주는 스트롱홀드의 인프라 때문이 아닐까 하는데요. 선택의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이왕이면 제품이 가진 장점을 최대한 잘 활용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2. 스트롱홀드 스퀘어의 활용
스트롱홀드 스퀘어는 사용자들이 프로파일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입니다. 신뢰할 수 있는 로스터가 볶은 프로파일을 참고한다는 것은 좋은 공부가 될 텐데요. 해당 프로파일을 다운 받아서 로스팅을 하신다면, 가급적 완전히 같은 생두를 구입해서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산지 이름이 같아 보이더라도 생두는 수입 회사와 수입 시기에 따라 특성이 많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스트롱홀드 스퀘어 접속 (모바일에서만 가능)
https://square.stronghold-technology.com/
3. 로스팅 머신의 설치
모든 로스팅 머신이 그렇겠지만 스트롱홀드 S7, S9 설치에서 특별히 주의할 부분은 배기인 것 같습니다. 가급적 배기를 위한 관로는 짧고, 덜 꺾이는 구조가 되어야 합니다. 생산량이 많아질수록 공간의 크기가 커지는 편이 유리합니다. 로스팅 과정에서 실내 온도가 변하면서 생두의 온도가 변하기 때문인데요. 그 외에도 소음과 습도 등의 변화로 인한 로스터의 건강 및 스트레스를 위해서도 큰 공간이 유리합니다.
원활한 온/습도 관리를 위해서 일상의 공간 대비 2배 이상의 냉방과 습도 제어 기능을 준비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난방은 경우에 따라 필요 없을 때도 있습니다.
4. 생두 회사의 선택
한국에는 꽤나 다양한 생두 수입사가 있습니다. 메이저로 분류되는 GSC/알마씨엘로/엠아이커피 등 한국 기반의 생두 전문 수입 회사, 고품질의 스페셜티 커피를 수입하는 리브레/나무사이로/엘카페, 로얄 커피 같은 글로벌 생두 회사의 한국 지사 등 다양한 편입니다.
어디서 부터 시작해야 할지 고민스럽다면 일단은 잘 알려진 회사로부터 거래를 시작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어느 정도 생산이 안정화되면 다양한 생두 수입사에서 주문해서 테스트해보고 대안을 찾으면 됩니다.
5. 생두의 선택
좋은 생두를 선별해서 공급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월하게 로스팅할 수 있는 생두를 찾는 편이 초보 로스터에게는 더 좋은 전략입니다. 너무 높은 재배 고도와 단단한 밀도의 생두를 고르기 보다는 상대적으로 좀 낮거나 밀도가 너무 단단하지 않은 생두부터 로스팅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수확 이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품질이 하락하는 커피를 연간 준수한 맛으로 커피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1년 내내 수확되거나 1년에 2회 수확하는 산지의 커피 사용을 늘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콜롬비아, 케냐, 인도네시아 같은 산지의 커피 말입니다.
개성과 향미가 강한 에티오피아 내추럴 커피는 양날의 검입니다. 한국에 수입된 직후에는 커피 향의 발현이 쉽지 않다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향의 발현이 강해지고, 다시 시간이 지나면서 향이 변하며 약해집니다. 임팩트 있는 향미를 위해서는 이런 커피를 사용하면 좋겠지만, 연간 품질 관리를 위해서는 좀 더 고민이 필요합니다.
6. 생두의 배송과 보관
생두의 사용량이 늘어나고, 가까운 곳에 생두 회사의 보관 창고가 있다면 직배송을 해주기도 하는데요. 대부분 로스팅을 시작하는 사람은 택배로 생두를 배송받을 겁니다. 봄/가을에는 택배로 생두를 배송받아도 큰 문제가 없는데, 혹서/혹한기에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해당 기간 정도에는 생두를 배송받지 않아도 될 정도의 보관 공간과 설비가 있으면 가장 좋습니다.
조금 멀더라도 직접 차를 몰고 가서 가져오는 방법도 있을 겁니다. 이럴 때에도 생두를 트렁크에 넣기보다는 냉/난방이 잘 되는 차 내에 넣고 이동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7. 연속 배치에서 균일한 로스팅
스트롱홀드의 경우 연속 배치에서 로스팅의 균일성이 아주 높은 것이 장점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보다 균일한 연속 배치를 위해서는 로스팅 머신이 제공하는 기능 외에도 생두에 대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로스팅 룸에 여러 배치의 생두를 보관할 경우 로스팅이 진행되면서 실내 온도와 생두의 온도가 상승하게 됩니다.
첫 배치 로스팅의 특수성을 완전히 극복할 방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저렴한 생두를 따로 준비해서 로스팅 후에 폐기하는 방법, 로스팅할 때 매번 1배치만 로스팅하면 되는 생두를 준비하는 방법, 첫 배치의 경우 조금 더 강한 화력을 공급하고 다른 배치와 섞는 방법 정도가 있을 것 같습니다.
8. 로스팅 이론
로스팅에 대해서 최소한의 교육을 받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어차피 커피로 진로를 결정하셨고 로스팅도 시작하신다면 공부하지 않을 이유가 없겠죠. 국내/외에 다양한 책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커피리브레에서 번역한 '스페셜티 커피(The Craft and Science of Coffee)'라는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로스팅뿐만 아니라 생두부터 추출까지 이르는 다양한 주제를 체계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제가 운영하고 있는 로스팅 베이직스 클래스도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하루에 진행되는 클래스지만 로스팅 이론을 압축적으로 배워가실 기회입니다. :D
9. 원두의 보관
로스팅을 잘했다고 맛있는 커피를 만들 준비가 된 것은 아닙니다. 원두가 향미를 긴 시간 가지고 있을 수 있도록 보관 환경에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관리 포인트는 원두를 보관하는 온도가 큰 폭으로 변화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온도가 변하면 기체의 부피가 변화하면서 휘발성 성분의 방출을 돕기 때문입니다. 이왕이면 와인 셀러처럼 온도가 유지되는 곳에 원두를 보관하는 것이 최적입니다.
10. 상미 기간의 설정
상미 기간(커피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기간)은 생두의 품종과 상태, 로스팅 정도와 방식에 따라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몫입니다. 로스팅 직후에는 많은 양의 가스가 원두 안에 있기 때문에 커피 추출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시간이 너무 지난 원두는 내부의 가스가 빠져나가면서 동시에 향미 성분 역시 잃게 되는데요. 손님께 제공하는 커피의 완성도를 위해서 스스로 상미 기간을 결정해서 원재료를 관리해야 합니다.
저는 때에 따라 어둡게 로스팅한 커피는 1개월 이상으로 상미 기간을 넓게 설정하기도 하고, 전문적인 매장에서는 로스팅 이후 5~10일, 10~15일 등의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기도 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원두를 잘 보관하시면 상미 기간은 충분히 늘어날 수 있습니다. 상미 기간을 적정하게 설정해서 사용하면 추출의 일관성도 증가하기 때문에 여러모로 장점이 있습니다.
로스팅 잘 하기로 소문난 카페가 되시기를 바라며.
- 글 : 커피익스플로러(Coffee Explorer)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