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찾는남자 / Coffee Explorer
초보자를 위한 핸드드립 가이드 본문
커피는 기호 식품이기 때문에 정답이 없다고들 하죠. 하지만 아직 자신의 커피 기호를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어떻게 핸드드립을 해야할지 전혀 모르는 분도 계실텐데요. 그런 분께는 이런 가이드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래의 내용은 커피찾는남자 에디터의 관점으로 정리한 초보자를 위한 핸드드립 가이드입니다.
1. 원두와 물의 비율
원두와 물의 비율은 분쇄도와 함께 핸드드립에서 가장 핵심적인 변수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살짝 연한 커피를 좋아하는 저는 1:17 (원두:물)의 비율을 사용하기를 즐기는 편입니다. 1:15~17 정도면 대중적인 커피에 적절하지 않나 싶습니다.
원두와 물의 비율은 물의 온도가 같다면, 물의 양에 의해 추출에 사용되는 에너지를 얼마나 공급할지를 결정하는데 영향을 주는 요소입니다. 일반적으로 더 많은 성분을 추출해 낼 커피에서는 물을 더 많은 비율로, 반대로 더 적은 성분을 추출하기 위해서는 물을 더 적게 사용하면 됩니다.
제 경우에 기본적으로는 1:16, 라이트 로스팅에서는 1:17, 약간 어두운 로스팅에서는 1:15 정도를 사용합니다.
2. 분쇄도
분쇄도는 글로 정확히 알려 드리기 어렵습니다. 각자가 자신의 환경과 취향에 따라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요. 임의의 분쇄도를 선택해서 우선 커피를 추출합니다. 추출의 구체적인 방법은 아래의 방법을 따라가시면 됩니다.
물과 원두의 비율을 '진하게'로 선택했지만 커피가 진하지 않다면 현재의 분쇄도가 너무 크게 설정된 것입니다. 반대로 기대했던 것 보다 너무 진하다면 현재의 분쇄도가 너무 가늘게 설정된 것입니다. 분쇄도를 변경해서 다시 커피를 추출해봅니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적정한 분쇄도를 찾습니다. 이 부분은 아주 중요합니다.
3. 커피 추출의 시간
커피 추출에 걸리는 시간은 분쇄도를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는 간접적인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대개의 경우 1분 30초 이내에 추출되는 경우는 분쇄도가 상당히 큰 편입니다. 반대로 추출 시간이 4분이 넘어가는 경우도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면 흔치 않습니다. 물론 이것은 사용하는 원두, 드리퍼, 그라인더, 필터 재질, 물 붓는 패턴 등에 따라 어느 정도 차이가 있기는 합니다. 일부 회사의 필터는 너무 두꺼워서 물이 좀처럼 빠져 나가지 않기도 합니다.
너무 적은 양의 원두를 사용하면 커피 추출 시간이 과하게 단축될 수 있는데요. 이때 분쇄도를 조절해서 추출 시간을 조절할 수 있지만, 이것은 추출되는 성분의 균형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줍니다. (농도/수율과는 별개로) 밝고 화사한 맛이나 조금 더 어둡고 묵직한 맛을 내는 성분을 조절해서 한 잔의 맛을 조절하기도 합니다. 숙달된 바리스타는 원두의 상태에 따라 적절한 추출 시간 또한 목표로 핸드드립을 합니다. 간혹 '이 드리퍼는 20g 정도는 사용하는 게 맛이 좋다'라고 말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바리스타에 따라 다르기야 합니다. 약배전의 커피일수록 상대적으로 긴 시간, 강배전에 가까울수록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동안 추출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주장하는 바리스타들도 있습니다. 취향의 문제일 수 있으니 이런 부분은 차차 자신의 입에 맞는 방법을 찾아가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보통 2분 30초-3분의 시간을 선호합니다. 더 산미가 강하고 화사한 느낌을 위해서는 이 보다 짧은 시간, 더 묵직한 커피를 위해서는 더 긴 시간을 사용합니다.
4. 사용하는 원두의 양
자신이 마실 커피의 양에 따라 한 잔을 위한 원두 사용량이 결정됩니다. 저의 경우 커피 한 잔을 위해서 14~18g 정도의 원두를 사용하거나, 20g으로 많은 양의 커피를 추출한 이후에 남은 커피는 버리기도 합니다.
5. 사전 적심
클레버나 프렌치 프레스 같은 도구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커피 추출에서는 사전 적심을 하게 되는데요. 사전 적심은 사용한 원두 중량의 2~3배 정도를 추천합니다. 많은 양의 물을 사용해서 사전 적심을 하면 이 과정에서 이미 물이 서버 아래로 떨어지는데요. 개의치 않고 충분한 양의 물을 부어서 원두를 적시면 됩니다.
사전 적심의 시간은 30~45초 정도의 시간을 추천합니다. 원두가 물을 머금는데 필요한 시간입니다. 사전 적심의 시간을 원두층이 부풀어 오르다가 크랙이 생기는 것을 기준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사전 적심은 로스팅에서 만들어진 가스를 제거하는 것 외에도, 원두가 충분한 물을 흡수하게 만드는 것에 목적이 있습니다. 그러기 위한 시간을 어느 정도 가져야 합니다.
이때 모서리가 뾰족하지 않은 스푼 등을 사용해서 원두를 고르게 섞어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이것은 물이 원두를 적시는데 조금 더 효율적으로 작용하는 편인데요. 전통적으로는 이런 방법은 사용되지 않아 왔지만, 근 5년 안에 많은 바리스타가 이 방법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원두가 물에 부푼 모습을 보고 '커피 빵'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는데요. 커피 빵은 커피 추출이 잘 되거나 맛이 좋은 것과 무관하다고 생각합니다.
6. 본 추출
첫 단계에서 사용할 물의 전체 양을 결정했고 사전 적심에 얼마의 물을 사용했으니, 부어야 할 남은 물의 양이 있을 겁니다. 나머지 물을 2회 혹은 3회로 균등하게 나눠서 드리퍼에 부어주면 됩니다. 2회에 나눠 부으면 전체 추출 시간은 좀 더 짧아지고, 3회에 나눠 부으면 좀 더 길어집니다. 어느 방식이든 선택의 문제이지만 충분히 숙련되기까지는 회차를 고정하는 편이 좋다 싶습니다.
앞서 부은 물이 서버 아래로 대부분 떨어진 후에 다시 물을 부으면 됩니다. 이 때 드리퍼 주변부에 붙은 원두 입자가 물 밖으로 노출되면서 추출에서 일정 시간 동안 소외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바리스타 중에는 지속해서 드리퍼에 물을 부어서 수위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역시 하나의 방법입니다.
7. 추출 종료
목표했던 모든 물을 부은 후, 드리퍼 위에 있는 모든 물이 빠져나갈 때까지 기다립니다. 서버로 떨어지는 커피 추출액이 뜸해지면 서버에 담긴 커피를 맛볼 시간입니다.
8. 추출수의 온도
88~96도 사이의 물을 많은 바리스타가 사용하는 편입니다. 어느 온도를 선택하든 상관은 없지만 숙달 전까지는 하나의 기준을 정해놓고 연습하는 편이 좋습니다. 너무 많은 변수가 있으면 맛의 원인을 추적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제 경우에는 전기주전자를 사용해서 90도를 기본으로 추출 시작 시기부터 종료 때까지 같은 온도의 물을 사용합니다. 일반적인 핸드드립 주전자는 상당히 열을 빨리 대기 중으로 방출하기 때문에 조금 더 높은 온도(93~95도)를 기준으로 추출을 시작해도 무관합니다.
9. 드리퍼의 종류
어떤 드리퍼를 사용해도 무관합니다. 드리퍼의 종류가 다르면 추출의 시간이 달라지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차이라고 저는 보는데요. 하리오는 좀 더 큰 구멍 덕분에 추출 속도가 빠른 편이라 분쇄도를 상대적으로 가늘게, 칼리타는 좀 더 작은 구멍 덕분에 추출 속도가 느린 편이라 분쇄도를 상대적으로 조금 더 크게 사용하게 됩니다.
바리스타들이 사용하는 측정기를 이용해서 농도와 수율 등을 측정했을 때, 두 잔의 수치가 동일할지라도 두 잔의 성분에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습니다. 섬세한 미각의 소유자는 추출 직후부터, 조금 둔한 사람은 커피 온도가 어느 정도 내려간 후에 두 잔의 맛 차이를 인지할 수 있습니다.
관련 글 : 같은 농도와 수율의 커피지만 맛은 다르다?
위 내용들을 참고해서 자신의 취향에 잘 맞는 핸드드립 커피를 집에서 즐기실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 글/사진 : 커피찾는남자 (Coffee Explorer)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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