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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커피와 로스팅

스트롱홀드 : 로스팅, 투입 온도에 대한 고민

Coffee Explorer 2017. 2. 7. 12:47

로스팅을 둘러싼 지식은 방대합니다. 그런 이론적 기반을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 체계적인 로스팅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한데요. 로스팅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은 대체로 아래와 같다고 사람들은 말하는 것 같습니다.

로스팅 머신의 특성
드럼의 재질, 드럼의 회전 속도, 열원의 종류, 드럼의 크기, 용량대비 투입량, 배기 

생두의 특성
생두의 밀도, 수분도, 프로세스, 생두 특성에 따른 기대하는 플레이버

로스팅 프로파일
전체 로스팅 시간, ROR, MTR, DTR (구체적인 용어 설명은 추후 이어지는 내용에서 다룰 예정)

환경의 특성
로스팅 온도, 습도, 기압, 외풍의 영향

이러한 요인들은 로스팅을 한없이 어렵고 복잡하게 만들지만, 또 한편으로는 커피를 알아가는 즐거움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수많은 변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우리가 로스팅에서 건드리게 되는 부분은 투입 온도, 배출 온도, 화력의 조절로 단순화 시킬 수도 있을 텐데요. 얼마나 깊이까지 이런 변수들을 공부하고 로스팅에 적용할 것인지는 각자가 처한 환경과 로스팅의 목적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투입 온도란 무엇인가?

투입 온도는 로스팅이 이루어지는 첫 관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주 투입 온도에 대한 고민으로 돌아와서 다양한 상황 변화들을 만들어가려고 합니다. 저는 열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본 로스팅 머신의 내외부의 조건들을 두고 '열 환경'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싶은데요.

특정한 가설과 프로파일의 변화가 로스팅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로스터는 항상 호기심을 가집니다. 만일 같은 열 환경에서 생두를 투입한다면 로스터의 의도가 최종적으로 원두에  표현되겠지만, 같은 열 환경이 아니라고 한다면, 로스터가 의도한 부분과 열 환경이 동시에 로스팅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이런 경우라면 로스터가 콘트롤하려고 의도했던 변수 외의 요인들이 최종 결과물에 반영되겠죠. 이러한 이유로 같은 열 환경에서 반복적으로 생두를 투입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중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무슨 말이냐. 그냥 온도계가 보여주는 대로 같은 온도에 투입하면 그만 아니냐?" 반문하실 수도 있는데요. 그렇지가 않습니다.


첫 배치 로스팅의 특수성

가장 쉬운 설명으로 로스터들은 예열 이후 첫 배치의 특수성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첫 배치는 두 번째, 세 번째 배치의 결과물과 다르다는 이야기인데요. 첫 배치의 특수성이 완벽하게 존재하지 않는 로스팅 머신은 세상에 없는 것 같습니다. 숙달된 로스터들은 첫 배치의 특수성을 프로파일 변화로 상당 부분 조절하는데요. 이 때의 결과가 허용 가능한 품질 범위에 있는지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기준에 따라 다를 겁니다.

사실 첫 배치의 로스팅은 의도한 목표에서 벗어나거나, 재현이 어렵다는 특성이 있지 꼭 좋지 않은 맛이 나는 것만은 아니어서, 커피 사용량이 많은 로스터는 첫 배치에서 로스팅한 원두를 다른 배치와 섞어서 사용하기도 하는데요. 이를두고 꼭 나쁜 것이라고 비판할수만은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예열 시, 상승하는 온도와 하락하는 온도

온도계가 지시하는 170℃ 온도를 절대적인 170℃의 상황으로 파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170℃이라는 숫자 뒤에는 드럼 내부의 공기 뿐 아니라 금속 구조의 입체적인 열 환경이 존재하고 있는데, 특정한 위치에 작은 크기로 존재하는 온도계의 센서가 모든 것을 다 보여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숙련된 로스터들은 드럼의 온도가 상승하거나 하강하는 중 자신의 선택에 따라 특정한 상황에서만 투입하는 형태로 로스팅의 일관성을 더욱 수월하게 확보하는데요. 물론 이런 편차들도 예열의 방식을 조절하면 상당 부분 극복이 가능해 보입니다.


투입 온도에 따른 로스팅의 변화

투입하는 온도는 로스팅에 분명하고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됩니다. 투입 온도가 높은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높은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 내는데요. 로스터들은 터닝 포인트를 로스팅이 시작되는 또 하나의 지표로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단순히 배출 온도나 1차 크랙 이후의 시간 등을 배출의 시점으로 결정하고 로스팅한다면, 투입 온도에 의해서 전체 로스팅 시간이 영향을 받게 될 텐데요. 높은 투입 온도는 상대적으로 짧은 로스팅 시간을, 반대로 낮은 투입 온도는 상대적으로 긴 로스팅 시간을 가져올 것입니다. 보다 복합적으로 로스팅을 바라보게 된다면, 후반까지 충분히 화력을 주어야 하는 생두라면 초반의 투입 온도를 상대적으로 낮게 가져가고, 반대의 경우는 투입 온도를 상대적으로 높게 가져가야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상황, 어떤 생두의 경우 투입 온도를 달리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여러 가지 가설을 세우고, 앞선 연구들을 찾아가며 로스팅을 해나가야 할 숙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스트롱홀드 S7의 투입 온도

S7에 기본으로 설정되어서 출하되는 투입 온도는 드럼 170℃, 축열 165℃인데요. S7이 컴퓨터가 프로그램된 방식에 따라 자동으로 예열이 이루어진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자동으로 투입 온도를 설정해준다는 점은 컴퓨터가 더 많이 개입해서 사람들을 편리하게 해주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유용한 점이 될 수 있지만, 반대로 사람이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를 원하는 사용자에게는 도리어 불편함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수동 예열의 기능이 들어가 있지 않은 것 역시 사용자에 따라 편함과 불편함으로 나뉠 것 같습니다.

첫 배치의 특수성이 스트롱홀드 S7에서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S7의 가동 이후 투입 목표 온도에 도달했다는 알람과 함께 곧장 로스팅하게 되는 경우, 제가 진행했던 프로파일에서는 2번째 배치와 배출 온도 기준으로 10초 정도의 차이를 만들어냈습니다. 하지만 관능적으로 변별 가능한 맛의 차이가 만들어졌는지는 역시나 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말을 할 수 밖에 없는데요. 스트롱홀드에서는 사용자들에게 "첫 배치에 한해 예열 세팅 온도 도달 후 30~40분 정도 더 예열을 진행하라." 권장하고 있습니다.

스스로가 예민하거나, 예민한 소비자를 상대하거나, 작은 부분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으신 로스터라면 첫 배치를 위한 별도의 생두를 준비하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상승/하락하며 투입 목표가 맞춰지는 상황 가운데 상승 시 혹은 하락 시에만 투입하는 것도, 귀찮기는 하지만 보다 섬세한 로스팅하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커피찾는남자 에디터 역시 현재는 첫 배치에 사용할 생두를 별도로 준비해두고 두 번째, 세 번째 배치 이후부터 보다 세밀한 로스팅을 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투입 온도에 따른 전체 로스팅 프로파일의 변경과 관능적 차이를 이야기하기에 이른 시점인 것 같습니다. 보다 복합적으로 충분히 사용해보면서 다음에 투입 온도에 대한 이야기를 더 깊이 있게 다루려고 하는데요. 그사이에 많은 로스터들을 만나서 각자의 로스팅 방식에 대해 질문하며 소개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글 / 사진 : 커피찾는남자(Coffee Explorer)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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