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찾는남자 / Coffee Explorer
2017년, 커피 전문점 가맹 계약 대거 종료 본문
2010-2011년의 커피 전문점 가맹 붐
2010년 초, 한예슬을 내세워 마케팅하며 이름이 알려 져가던 한 커피 브랜드가 있었습니다. 커피에 관심이 있으셨던 분이라면 이 정도 설명만으로도 카페베네 이야기라는 것을 아실 텐데요. 당시 카페베네는 커피 전문점 가맹점 개수로는 국내 5위 안에 들지 못했었지만, 빠른 속도로 규모를 키워가며 2011년 중순 국내 1위의 자리를 차지합니다. 1 불과 브랜드 론칭 3년 만에 일어난 일인데요. 은퇴자 뿐 아니라 다양한 예비 창업자들이 커피 전문점 가맹을 고민하고 있었고, 커피 전문점의 신규 매장 수는 연일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대한만국이 마치 '커피 공화국'인 것처럼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2
카페베네 외에도 토종 커피 브랜드라는 수식을 달던 엔제리너스 등 여러 브랜드가 2011년, 스타벅스를 매장수 기준으로 역전합니다. 이 때 부터 시작된 시장 과열과 레드 오션에 대한 지적이 계속 되어가다가, 수 년이 지나서야 저가 커피에 대한 주제로 시장의 관심을 환기합니다. 3
계약 종료 시점의 도래
한편, 2016년과 2017년 과거 커피 전문점 가맹 붐 시기에 계약을 했던 커피 전문점들이 계약 종료가 줄지어 다가오고 있습니다. 폐업 정보 플랫폼 '리빌드' 를 운영 중인 양도영 대표는 "커피 전문점의 규모가 큰 만큼 임대계약을 5년 단위로 하기때문에 임대계약 만료가 내년에 몰려있으며, 임대료 인상, 금리 인상, 경기 침체 고려할 때 내년에 커피 업계의 구조조정이 일어날 확률이 높다" 는 의견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실제 서울 곳곳에 있던 카페베네 자리는 2016년부터 비어있는 경우를 자주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다른 브랜드들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커피 전문점이 있었던가?
2010년경, 한국인 삶의 질이 특별히 더 좋아져서 카페를 즐길 여유가 갑자기 생겨난 것 같지는 않은데요. 각종 인터넷 소셜미디어의 중흥기와 맞물리면서, 만남의 장소가 브랜드형 커피 전문점으로 한 차례 세대교체를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카페의 인테리어와 셀카에 어울리는 조명 등이 더 중요해지게 된 배경이 여기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업자 등록증 상의 업태야 커피 전문점이겠지만, 솔직히 필자의 관점에서는 '커피 전문점'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체인 형태의 매장은 찾기 힘들었습니다.
단지 소비자의 요구만 그러했다기보다는, 해당 회사들 역시 커피에 대한 종합적인 역량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제법 알려진 커피 전문 인력들을 대형 회사가 데려가도 회사 전체의 커피 품질 향상으로 더디게 이어진 것을 보면, 생두 선별/로스팅 등의 커피와 직접 연관된 기술보다는 교육과 관리 시스템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은데요. 물론 해당 매장들에서 근무할 수 있는 직원 고용의 여건과 임대료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비즈니스 균형의 영향 역시 컸던 것 같습니다.
최후의 승자는 스타벅스?
스타벅스의 매장 입지 전략을 '허브 앤드 스포크'라고 부르는데요. 자전거 바퀴와 같이 축을 중심으로 바큇살이 뻗은 모양처럼,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 매장을 집중 시킨다고 합니다. 용어는 거창하지만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인 것만 같은데요. 2012년까지는 매장의 개수를 무리하게 확장하지 않던 스타벅스가 2013년부터는 매년 100개 이상의 매장을 늘리는 등 2017년 초까지 900여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 중이라고 합니다. 4
가맹사업법으로 인해 더는 성장하지 못하는 커피 프랜차이즈를 뒤로하고, 직영 운영 체제의 스타벅스가 가장 안정적으로 수익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건물주의 입장에서는 스타벅스가 들어오게 되면 얻게 되는 건물 가치의 상승이 크기 때문에, 임대료를 깎아주면서까지 스타벅스를 유치한다고 합니다. 이런 요인은 스타벅스의 지속 가능성을 더욱 높여가는 순환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5
시장의 변화는 기회의 시기
가맹 사업을 하던 해당 본사들의 변화, 가맹 점포를 운영하던 점주의 행보, 해당 점포의 폐업 이후 향방, 커피 업계의 거시적 변화가 주요하게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인데요. 그동안 잔뜩 임대료를 높였던 SS 상권의 커피 전문점 자리는, 대체 가능한 커피 전문점 브랜드도 없거니와 업종을 달리하더라도 대체하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해당 상권을 대체할 특별한 업종의 대안이 없다면 부동산은 어떤 방향으로 변화할지, 이를 신호탄으로 역세권 임대 생태계에 큰 변화를 가져오지는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한편, 가맹으로 커피 전문점을 운영했던 점주들의 움직임도 시장 변화의 열쇠를 쥐고 있습니다. 한번 했던 장사가 그나마 할 만해 보이기 마련인데요. 프랜차이즈가 아닌 일반 창업으로 커피 전문점을 재창업할 의사가 얼마나 있는지가 핵심입니다. 그렇게 된다면야 카페 전문 인테리어와 원두 납품업은 제대로 된 성장기를 맞이 할 가능성이 있는데요. 탈 프랜차이즈의 창업자는 물론, 프랜차이즈와 특별한 계약 관계 내지는 모회사 수준에 불과해서 똑같은 컨셉을 복제해왔던 실내 건축 회사 내지는 관련업에 종사해온 경력자들이,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공간 설계와 구현에 집중할 여건이 마련 될 개연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또한 대량으로 OEM 생산을 위해 커피 품질의 향상을 고민할 수 없었던 원두 납품 회사들의 규모야 줄어들겠지만,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라고 할지라도 제대로 된 품질의 커피를 로스팅하고 납품하는 업체에는 새로운 기회가 열릴 가능성이 큽니다. 에스프레소 머신 등의 장비들도 대부분 노후된 상태다 보니, 새로 구입할 가능성이 높겠죠.
물론 변화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닥치게 될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각각의 상황에 맞는 준비를 철저히 해간다면, 2017년은 다양한 기회가 열릴 수 있는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현재 시장에서 저가 커피 전문점의 행보와 후의 계약 종료 시점에 또 한 차례 어떤 변화가 있을지 짐작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글 : 커피찾는남자(Coffee Explorer)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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