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찾는남자 / Coffee Explorer
스트롱홀드 : 설치 환경과 첫 로스팅 본문
커피를 로스팅하기 위해서는 알아야 할 정보와 지식이 상당합니다. 생두에 대한 이해부터 로스팅에서 일어나는 물리, 화학적인 변화에 이르기까지 커피 중에서도 로스팅은 많은 내용을 알아야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제 로스팅에서 우리가 다루게 되는 요소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 요소들은 투입 시점의 결정, 초기의 화력 및 프로파일, 배출 시점의 결정 등인 것 같습니다
로스팅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우선 제가 사용하는 기기와 환경에 대한 설명을 해야 할 것 같은데요.
0. 설치 환경
- 20층의 고층 건물
사무실 세팅 초기의 모습인데요. 오른편에 스트롱홀드 S7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커피찾는남자 오피스는 서울 도심에 위치한 오피스텔의 상대적인 고층(20층)입니다. 많은 분이 "오피스텔에 로스팅 머신을 설치할 수 있느냐?"라고 문의를 주시는데요. 전기, 로스팅의 연기/냄새, 강한 외풍으로 인한 배기 영향 정도가 해결된다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 제연기의 설치
도심에서의 로스팅을 방해하는 것은 로스팅 과정에 발생하는 연기와 냄새일 텐데요. 연기 부분만 해결이 된다면 단순한 냄새에 대해서는 대부분 허용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S7은 스트롱홀드 사의 전용 제연기가 있는데요. 이 제품 사용에 대한 이야기는 앞으로 별도의 콘텐츠로 제작해서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제연기는 전원 외에는 특별한 동작 버튼은 없는데요. 로스팅 시작부터 끝까지 균일한 속도로 돌아갑니다.
제연기는 S7과 위의 사진처럼 연결되어 있습니다. S7이 배출하는 연기를 충분히 빨아들일 수 있는 동력으로 작동하지만, 이것이 로스팅에서 또 하나의 큰 변수가 되지 않게 도와줍니다.
- 외부 배기
제연기에서 실외로 빠져나가는 배기는 앞서 이야기했듯, 약간의 냄새 수준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20층의 높이, 외풍이 강한 환경에서 때때로 배기가 원활하지 않은 일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제가 배기를 연결한 곳은 한 쪽만 외부로 열린 곳인데요. 원래는 에어컨의 실외기 설치를 위해 비워둔 공간입니다. 이곳은 완벽하게 외부에 노출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외풍의 영향은 상대적으로 덜 받는 편입니다.
로스팅 종료 후, 원두를 식혀주는 쿨링팬에 연결된 배기 역시 실내 로스팅에서는 중요한데요. 이 경우에는 배기관을 고정 설치하기보다는, 로스팅 할 때만 별도로 창문 밖으로 연결시키고 있습니다.
- AVR의 설치
전기 로스팅 머신이다 보니 전기는 곧 화력에 영향을 주게 될 텐데요. 커피 전시회와 같이 에스프레소 머신 수 백 대가 동시에 돌아가는 특수한 환경이 아니라면 일반적인 곳에서 전기가 아주 특별한 변수가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름철 전력난 등의 경우에는 변전소 차원에서 전압을 일부 낮추는 등의 조처를 하기도 합니다.*(모든 곳에 해당하지는 않습니다)
자신의 처한 환경이 특수하거나, 특수 상황이 빈번히 발생할 가능성이 있거나, 혹시나 있을지 모를 불확실한 변수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AVR(Automatic Voltage Regulator)이나 슬라이닥스(SLIDE-AC) 등을 설치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런 장비는 모든 분이 반드시 설치할 필요는 없지만 때에 따라서 설치를 권해야 하는 환경도 있는 것 같은데요. 저의 경우는 아무래도 조금 확실한 테스트를 위해서 설치를 하게 되었습니다.
*전압은 회로에 전류가 흐를 수 있게 하는 힘의 단위(V)
*전력거래소 비상조치 1단계(관심단계)는 변전소에서 2.5% 전압저감, 2단계 5% 전압저감
https://goo.gl/8jc0Ov
- 전력 계측기
추가로 정확히 전기 상황에 대해 모니터링을 하기 위해서 전력 계측기도 설치했는데요. 전압(A), 전류(A), 전력(W), 진동수(Hz) 등 좀 더 세부적인 내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습니다.
1. 생두의 선택
먼저는 로스팅을 하기 위해 생두를 선택했습니다. 가장 구하기 쉬우면서도 대중적이고 커피와 로스팅 때문에 향미 차이가 두드러지게 차이가 나는 생두를 고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결정된 생두는 콜롬비아와 에티오피아 커피였습니다. 밀도와 수분에 대한 이야기가 빠질 수 없을 것 같은데요. 이 이야기 역시 앞으로 더 깊이 있게 다뤄야 할 것 같습니다.
2. 투입 시점
온도를 기반으로 결정하는 투입 시점과 화력은, 로스팅 머신(드럼의 재질, 두께 등등)/열원/사용한 온도계(제조사 및 두께 등)의 모델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요. 이론적으로 따지고 들어가서 최선의 온도를 찾아내는 작업은 후 순위로 미루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첫 로스팅에서는 제조사가 권장하는 투입량과 투입 온도를 지키는 편을 되도록 지키는 편이 복잡한 머릿속을 빠르게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습니다.
제조사 스트롱홀드의 공식 웹사이트에 기재된 내용으로 최대 생두 투입용량은 850g 으로 기재되어 있었는데요. 250-850g까지는 원활한 로스팅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최대 생두 투입용량의 약 70%인 600g을 기준으로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기본으로 S7에 설정된 투입온도는 드럼 170℃, 축열 165℃인데요. 이 부분은 그대로 지켜서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투입 시점 역시 앞으로 자주, 더 깊이 다뤄야 할 내용입니다.
3. 초기 화력과 프로파일
스트롱홀드는 열원으로 열풍과 할로겐을 쓴다고 지난번에 말씀드렸는데요. 스펙상 열풍은 최대 2.5kW, 할로겐은 최대 1kW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열원에 대한 설명을 번거롭지 않기 위해 '9/9', '9/7' 이런 식으로 기재를 할 텐데요. 열풍/할로겐의 비율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최초의 테스트는 최대 화력으로 600g의 원두를 볶아보는 것으로 진행했습니다. 1차, 혹은 2차 팝까지 오는 시간을 확인해서, 투입한 원두를 볶기에 충분한 화력인지를 먼저 테스트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4. 첫 로스팅의 결과
1차 결과는....실패, 1차 팝이 오는 듯했는데 바로 2차 팝으로 진행되어 버린 것이었습니다. 원두는 까맣게 그을렸고 실패한 테스트이기는 했지만, 9/9 라는 화력은 600g의 생두를 로스팅하기에 충분히 강력한 화력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600g으로 다시 재투입을 하면서 초기 화력을 조금 줄이기 위해 할로겐을 조금 줄이기로 결정했습니다. 9/6 내지는 9/7 정도로 열풍은 최대를 유지한 채 할로겐을 우선 조절했는데요. 할로겐은 아직 제가 사용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열풍보다는 우선 할로겐을 줄이는 것으로 초기의 화력을 조절했습니다.
결과는 상당히 재미있었는데요. 완성도 있는 로스팅을 하기 위한 시간을 넉넉하게 가지려고 했었는데, 생각보다 첫 로스팅의 결과물이 너무 좋았던 게 문제라고 해야 할까요. 최근 커피찾는남자 오피스를 방문하거나, 교육을 받으러 오셨던 상당한 수의 손님들이 직접 드셔보셨죠. 꽤 괜찮은 생두를 사용하긴 했는데요. 특별한 로스팅 프로파일 조절 없이 투입 후 배출 시기만 결정한 상황에서 얻은 결과 치고는 매우 고무적이었습니다.
물론 뒤에 이어진 다른 테스트 로스팅에서 에디터는 실패를 경험하기도 하는데요. 원인을 고민하고 가설을 세워가며 한 단계, 한 단계 더 나은 로스팅을 위해 테스트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저의 설치 환경과 첫 로스팅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렸습니다. 감사합니다.
- 커피찾는남자(Coffee Explorer)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