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이야기

커피, 로스팅 이후 숙성(ageing)을 통한 향미의 변화

Coffee Explorer 2016. 8. 12. 08:35

대부분, 커피는 로스팅 직후에 추출하기 보다는 일정 시간 이후에 사용하는 편인데요. 로스팅에서 발생한 가스가 추출을 방해하기도 하지만, 숙성이 되지 않아서 원하는 향미를 얻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Espresso Coffee (The Chemistry Of Quality)라는 책에서는 보관과 포장을 다루는 챕터(6장) 서두에는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사실, 로스팅 과정에서 높은 온도와 낮은 수분 활성도로 인해 효소와 미생물로 인한 부패는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커피는 보관 과정에서 중요한 화학적/물리적 변화를 겪는데, 이것은 음료의 품질과 추출 용인성에 큰 영향을 준다. 이러한 일들은 로스팅한 커피의 노화(staling)로 인해 일어나지만, 숙성(ageing)이라고 불리는 과정 역시 겪을 수 있다고 여겨진다."


"Roasted coffee is a shelf-stable product. In fact, thanks to the high temperatures attained in the roasting process and to its low water acti vity (a w ), no enzymatic and microbial spoilage occurs. However, during storage, coffee undergoes important chemical and physical changes, which greatly affect quality and acceptability of the brew. These events are responsible for staling of roasted coffee but they are also believed to be involved in the so-called ageing process."



로스팅 이후의 커피는 그 경계는 애매하지만 어느 정도의 숙성과 노화를 동시에 겪으며 본래 가지고 있던 긍정적 향미를 잃어가는 것 같습니다. "로스팅 이후의 커피는 산패되기만 하고, 숙성이란 잘못된 개념이다." 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게 사실이라면 잘 로스팅 된 커피는 로스팅 직후 분쇄 시에도 매력적인 향이 있어야겠죠. 하지만 로스팅 직후에 커피를 분쇄해보면 특별한 프레그런스가 느끼지지 않다가, 일정 시간이 지나고 나야 다른 계열의 복합적인 향이 느껴지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해당 주장은 이런 부분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원두 커피의 향미 변화에는 단순히 화합물의 손실 때문에 생기는 향미의 차이를 넘어 이화학적 변화를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Espresso Coffee (Chapter 6.1 PHYSICAL AND CHEMICAL CHANGES OF ROASTED COFFEE DURING STORAGE) 에서는 다음과 같은 관점으로 숙성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커피를 통해 누릴 수 있는 향미는 휘발성 화합물의 작용인데, 특히 불안정하고 산화 되기 쉬운 성분들이 향의 품질에 영향을 줍니다. 원두의 셀 구조 내부에 갖힌 오일과 향 성분이 결합하고, 또 다른 휘발성 혹은 비휘발성 화합물로 전환하거나 또 분자 간의 반응이 발생함으로 인해 향 프로파일이 변화합니다. (중합 반응) 그 외에도 수분 활성도가 노화와 함께 숙성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숙성의 모든 비밀을 선명하게 밝히기는 여전히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숙성을 잘 이해한다면 우리의 커피 생활은 보다 풍성해 질 것이고, 커피 관련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품질 관리에 대해 보다 깊은 차원의 목표를 제시할 수 있을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어떤 생두를 어떻게 로스팅했을 때 어떤 조건에서 얼마나 숙성하는 것이 향미 프로파일을 긍정적인 부분으로 옮겨가게 하는지, 각자의 상황에서 좀 더 공부해가며 지식들을 축적하고 공유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 커피익스플로러(Coffee Explorer)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