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찾는남자 / Coffee Explorer
[신간 안내] 로스팅 크래프트, 유승권 지음 본문
"로스팅 크래프트(Roasting Craft), 새로운 시대의 커피 로스팅(New guidelines for a professional coffee roaster)"라는 표현이 아마도 이 책의 내용을 가장 잘 요약한 것일 것 같습니다.
로스팅 크래프트(Roasting Craft)
얼마 전 뉴웨이브커피로스터스(New Wave Coffee Roasters)의 유승권 대표가 '로스팅 크래프트' 라는 책을 출간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그 길로 서점에 가서 한 권을 구입했습니다. 뻔한 신간 안내를 하지 않기 위해 여러 번 이 책을 반복해서 읽었고, 조금 늦었지만 출간 안내를 독자 분들을 위해 작성합니다.
책 제목에 사용된 '크래프트(craft)'의 사전적 정의는 '창의적인 기술이나 예술'인데요. 저자가 크래프트(Craft)라는 개념을 로스팅에 적용한 것은, 로스팅이라는 것이 저마다 같은 생두를 가지고도 각자의 생각을 바탕으로 다른 결과물들을 만들어 내는 창의적인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생두는 물론, 프로세스, 로스팅, 블랜딩, 품질 평가 등의 내용을 세부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로스팅(Roasting)
로스팅은 '생두에 열을 가해 물리적, 화학적 반응을 일으킴으로써 새로운 플레이버를 만들어내는 작업'이라고 저자는 정의하며, 로스팅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로스팅 도중 열의 작용에 의해 플레이버와 아로마는 발현되고, 물리적 반응에 의해 구조, 표면, 무게의 변화가 생기며, 메일라드/캐러멜화 등의 화학적 반응을 거치게 됩니다.
Best Roasting
가장 좋은 로스팅을 사람들은 배우고자 하지만, 장비와 생두, 플레이버 기준에 따라 결국 우리는 자신만의 품질 평가 기준을 정하게 됩니다. 이 책은 베스트 로스팅을 단순화해서 정의하려는 시도를 하지는 않습니다.
Roasting Variables
로스팅에 있어 단순하게 수치를 암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로스팅에서 일어나는 진행 과정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지만, 현상 자체를 완벽하게 직접 통제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각종 물리적, 화학적 변화의 순서를 정확히 알고 있다면 경험과 직관, 통찰을 통해 플레이버를 어느 정도 조절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구체적으로 로스팅에서 참고해야 할 변수에 대한 정보는 독자분이 직접 책을 구입해서 공부해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DTR (Develop Time Ratio)
일반적으로 1차 크랙부터 로스팅 마무리까지 걸리는 시간을 디벨롭 타임이라 부르고, 전체 로스팅에서 디벨롭 타입이 차지하는 비율을 DTR이라고 줄여서 부르는데요. 많은 로스터들은 DTR을 로스팅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 중 하나로 인식하고 실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자는 자신의 스타일을 구체적 수치로 제시하고 있는데요. 브루잉 커피는 25-28%, 에스프레소는 35-38% 정도의 DTR를 갖게 로스팅한다고 합니다.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스캇 라오(Scott Rao)가 브루잉 커피를 위해 20-25% 정도의 DTR로 로스팅하는 것에 비해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일전에 사석에서 유승권 대표에게 자신은 플로럴한 엔지메틱(enzymatic)계열 보다는 슈가 브라우닝(sugar browning) 계열의 커피를 더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는데요. 로스팅을 하면서 이러한 취향과 선호에 따른 수치적 차이는 로스팅을 하는 각자가 계속해서 실험하고 데이터를 축적하며, 자신만의 품질 목표를 설정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수분
저자가 로스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생두의 변수는 수분입니다. 물이 열전도체로서 생두의 온도 상승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모멘텀(Mometum)
저자는 로스팅 프로파일을 이야기하며 모멘텀이라는 개념을 설명합니다. 열량에 맞게 빈 온도를 조절하여 운동량을 구축하는 것을 말한다고 말하며, 단순히 열량의 많고 적음이나 빈 온도의 ROR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며 그 오해를 줄이려고 노력합니다.
마찬가지로, 모멘텀의 정확한 의미와 적용은 해당 책을 직접 읽으면서 공부해보시면 좋겠습니다. ^^
에디터의 생각
에디터가 유승권 대표를 처음 만났던 것은, 2011년 경 큐그레이더(생두감별사)들의 모임에서 유대표가 로스팅에 대한 강의를 했던 때로 기억합니다. 그 때도 유대표는 열정적이었고 많은 로스터들에게 설득력있는 정보들을 전달하고 있었습니다. 얼마 전 스캇 라오가 한국에 와서 세미나를 했을 때에도 앞 자리에 앉아서 열심히 들으며 핵심적인 질문들을 던지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요.
이번에 책이 나왔다는 소식에 기대를 하며 서점에서 책을 구입했고, 이 책을 그 기대를 충분히 만족할 만큼 좋은 내용들을 담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완벽한 로스팅 공식을 찾아낼 수는 없습니다. 이 글을 시작하며 저자의 말을 소개했던 것처럼, 우리가 사용하는 생두와 로스팅 환경, 각자가 추구하는 플레이버의 목표가 서로 다르고, 모든 것을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유승권 대표가 그동안 경험하며 발견한 통찰들은 상당히 많은 로스터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로스팅을 시작하거나, 보다 체계적인 로스팅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이 책은 좋은 길잡이가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