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찾는남자 / Coffee Explorer
브루잉(Brewing)의 방식에 따른 TDS/수율 측정 본문
브루잉(Brewing)을 두고 도구의 구조에 따라 여과와 투출, 침지나 침출 등으로 구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실 저는 이 둘 사이의 근본적인 차이가 아주 크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여과식 도구라고 부르는 드리퍼에서도 침지식 드리퍼와 유사한 추출의 작용들이 섞여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추출 도구는 사용자가 어떻게 활용하냐에 따라 추출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다른 것은 너무 당연한 이야기겠죠.
VST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이해
일단 숫자가 나오니 어렵겠다 두려워하실 분들이 계실 텐데 가능한 쉽게 설명해보겠습니다. 14g의 원두를 230g의 물(BW, Brew Water)을 이용해서 추출한 결과입니다. 왼쪽(모바일에서는 윗쪽)은 DRIP, 오른쪽(아래)은 Immersion 모드를 이용해서 수치를 대입한 결과인데요. 가장 큰 차이가 있다면 수율이 18.14%와 20.80%라는 큰 수치의 차이를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이건 왜 그런 것일까요? 분명 둘 다 같은 양의 원두와 물을 사용해서 같은 농도를 만든 것인데 말이죠.
침지(Immersion)는 원두 전체를 물에 담궈 놓으니 원두가 물을 더 많이 흡수할까요? 그러나 현재의 설정에서는 최종적인 음료(Beverage)의 무게가 203-204g 정도로, 거의 차이가 없도록 설정되어 있습니다. 좀 더 세부적인 내용을 알아봐야 해결할 수 있는 궁금함일 것 같습니다.
LRR(Liquid Retained Ratio)
원두는 추출이 끝나고 나서도 일정 비율의 물을 머금고 있는데요. 그래서 브루잉에 사용한 물의 양과 최종 음료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발생합니다. LRR은 커피 추출 후 원두가 보유하고 있는 물의 비율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원래 VST 어플(iPad ver)에서 LRR의 기본값은 Drip 2.1, Immersion 2.5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위의 화면은 iPhone 버전이라서 세부 설정 기능이 생략되어 있습니다)
자! 위의 화면처럼 14g의 원두와 230g의 물로 커피를 내려서 TDS 1.25%의 농도로 커피를 만들어 봅시다. LRR 값에 오류가 없다면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커피가 203g에 가까울 것입니다. 203g의 음료 중 1.25%는 2.54g. 따라서 추출 후 드리퍼 위에 남은 원두는 14-2.54g=11.46g입니다. 11.46g을 다시 LRR 비율 2.1에 대입해보면 24.07g가 나오는데요. 230g의 물에서 24.07g를 빼면 약 205.93g이 남습니다. 물론 좀 더 정확하게는 브루잉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증기 증발 등으로 인해서 최종적인 음료의 양은 결정됩니다.
Last 10g of TDS(%)
추출의 결과물 중 마지막 10g에 포함된 고형물의 값을 말합니다. 측정의 방법은 어렵지 않은데요. 위의 추출에서 최종적인 결과물이 204g이 되는 것을 확인했다면 다시 한 번 같은 상황에서 추출을 진행합니다. 194g까지의 추출 결과물과 나머지 추출물을 따로 모으면 거의 10g에 수렴하게 됩니다. 이 액체를 굴절계에 넣고 측정하면 됩니다.
글 작성의 원활함을 위해서 이 수치를 LTT 라고 부르겠습니다.
순차 추출에서의 LTT
일반적으로 서구의 전통적인 Drip/Pour over 에서 물이 단순히 원두 층을 투과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우리가 물을 순차적으로 주입하고 기다리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투과와 추가적인 물 주입에서 확산이 반복되면서, 추출되는 결과물의 농도는 점점 연해지게 됩니다. 그리고 추출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것은 상대적으로 고형물을 덜 가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Drip에서의 LTT는 최종 커피에 비해 더 낮습니다.
침지식 혹은 단 회차 추출에서의 LTT
침지식이나 주요한 추출을 단번에 물을 붓는 경우에는 순차 추출과 LTT에서 극명한 차이를 갖습니다. 프렌치 프레스와 같은 침지식 메탈 필터의 경우 동시에 모든 부분에서 추출이 일어나다 보니 LTT라는 개념 자체가 없고 추출액 전체가 같은 농도를 갖게 됩니다.
정확하지는 않겠지만 클레버와 같은 도구는 LTT를 별도로 측정할 수 있습니다. 추출 상황을 연상해보면 원두와 물이 합쳐진 현탁액(Slurry) 전체는 균일한 농도를 갖게 되었을 겁니다. 잠시 후 컵 위에 클레버를 올려둔 순간 추출물은 컵으로 이동하고, 아직 클레버 위에 남이 있는 현탁액에는 일정 부분 추가적인 추출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LTT는 상당히 높은 수치를 나타내게 됩니다. 클레버를 이용해서 최초로 컵에 올렸을 때 배출된 추출물에 비해 약간은 더 높은 차이를 나타내게 되는데요. 순차 추출에서의 LTT가 최종 커피의 농도보다 연했던 것에 비해, 단 회차 추출에서의 LTT는 1.25%를 상회합니다.
물론 더 정확하게는 TDS를 실측하기 위한 건조법을 이용해서 추출 이후 잔존하는 원두의 고형물을 측정할 수 있을텐데요. 바리스타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방법을 이용해서 실제로 측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Drip-Immersion 모드에 따른 VST의 TDS 측정 방식 차이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는 개념 중 하나로 LTT를 설명하고 싶습니다.
다시 LRR로 돌아와서
결론적으로 순차 추출에서 원두가 머금고 있는 액체는 TDS가 0%에 가까운 25g이고, 단 회차 추출은 고형물 1.25% 이상을 가진 25g의 물이 원두에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따라서 두 추출의 방법을 통해 동일한 TDS를 맞추고 맛을 본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일어난 추출의 수율은 확연한 차이를 보이게 됩니다. 이는 최초에 첨부한 VST 어플리케이션의 스크린샷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스캇 라오, 맷 퍼거의 추출은 어떤 방식으로 측정하지?
제가 요즘 열심히 공부 중인 방식이기도 한데요. 마찬가지로 LTT를 측정해보면 어느 정도 접근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결국, 이 추출 역시 일부의 물을 먼저 붓고(적심) 주 추출은 1회에 거쳐 진행하는 방식인데요. LTT 측정 시 얻을 수 있는 결과의 값은 단 회차 추출과 좀 더 비슷한 편입니다.
다만 사용하는 분쇄도가 달라서 그런지 LRR은 약 2.7을 적용하는 게 가장 정확한 값을 보여주는 편이었는데요. 이런 방식도 각자의 상황과 추출법에 따라 LRR과 LTT를 측정해보면 정확한 수율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굴절계를 이용한 TDS 측정에 있어서 만큼은 침지와 여과를 이론적으로 구분하는 것 보다는, 추출이 일어나는 전반적인 형태가 순차적인 추출인지, 단 회차에 걸쳐 일어나는 지가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