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찾는남자 / Coffee Explorer
TDS : 커피 측정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수치 본문
커피를 만드는 것에 있어서 "너무 수치에 의존하는 것 아니냐", "수치를 맹신하지마라"는 등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말의 의도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이 지나치게 감에 의존해서 커피 산업에서 종사했던 과거를 기억할 때 현재 상황에서 수치에 대한 의존과 맹신을 이야기하는 것은 잘못된 균형감이 아닌가 싶습니다. 결국 그 사람이 가진 지식과 균형에 따라 이 조언은 맞는 이야기일 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TDS는 커피와 관련해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수치 중 하나일 것 같습니다. 총 용존 고형물(Total Disolved Solids)을 뜻하는 말로 수월하게 측정이 가능하고, 커피의 총체적인 플레이버에 가장 큰 개연성을 가진 수치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TDS를 측정하는 것은 여러 모로 의미가 있으며 상당히 편리하게 품질을 관리할 수 있는 접근법입니다.
간혹 TDS 측정이 맛에 대한 거의 전부인 것 처럼 여기는 그룹과, 반대로 지나치게 TDS에 대해 이해가 없거나 무용론을 주장하는 그룹을 만나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TDS는 앞 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매우 유용하고 의미있는 수치이지만, 이를 단순히 절대 수치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상대적으로 받아 들이고 하나의 참고 지표로 잘 활용하면 좋겠다는 의도에서 이 글을 작성합니다.
커피의 성분을 완전히 분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절대적으로 모든 성분을 매번 확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입니다. 첫째, 성분 분석기는 고가의 기기이기 때문에 커피 산업 종사자들이 쉽게 접할 수 없습니다. 둘째, 전자코나 전자혀 등의 성분 분석 장비들조차 커피의 성분을 정확하게 분석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는 커피가 가진 향미의 성분들이 워낙 소량이거니와 휘발성이 강하기 때문에 커피는 추출 직후부터 향미 성분이 휘발하고 있으며, 추출 이후 온도 변화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일정 부분 성분의 변화를 겪기 때문입니다.
TDS를 측정한다는 것
절대적 차원에서 추출된 커피의 성분과 그 양을 완전히 파악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의미있는 수치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TDS가 그런 것일텐데요. 많은 바리스타들이 농도를 나타내는 TDS와 수율 측정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많은'이라고 쓸지라도 한국의 바리스타 전체 중에서는 극소수인 것은 사실입니다.
과거 우리가 TDS를 측정하기 위해 사용하던 장치인 TDS meter는 고형물이 많을수록 전기전도도가 증가하는 특성을 이용해서 TDS에 대한 대체 수치를 측정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러나 TDS meter는 기본적으로 물을 측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보편적인 물이 함유하는 TDS의 수준과 커피 성분이 가진 전기 전도 특성 등의 차이로 인해 그 수치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측정 가능한 온도의 범위가 좁고, 온도에 따른 오차 보정력도 떨어지는 편이었고 전극에는 스케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여러모로 커피에서는 사용하기 적절한 측정 장비가 아닙니다.
근래에 우리가 사용하는 VST, Atago 등의 굴절계는 시료액의 농도에 비례하는 굴절도를 측정해서 농도를 추정하는 방식으로, 기존의 TDS meter에서 비해 높은 정확도를 가지는 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오차가 발생하는 상황이 존재합니다. 시료의 온도에 따른 보정은 시료와 측정 프리즘 부분의 온도가 평행을 이루는 순간에 제대로 작동합니다. 프리즘 부분의 스크래치나 이전 시료물의 흔적이 남은 경우 측정치가 왜곡됩니다.
오븐 건조를 통해 고형물의 중량을 측정했던 값과 VST 굴절계가 보여주는 값 사이에 얼마만큼의 신뢰성이 있을지 제조사가 주장하는 spec 이외의 데이터를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이유로 VST 굴절계의 측정값에 대한 완벽한 신뢰는 어려운 편인데요. 다양한 생두와 로스팅, 추출의 조합으로 만든 커피의 화합물이 굴절도와 완벽하게 대응해서 변화하는 것일지에 대해서도 근거가 부족합니다. 또한 오븐 건조법의 경우에도 측정 방식의 주요 변수인 건조 열풍 온도와 시간에 따라 건조 중량에 차이가 나게 됩니다.
같은 수치를 가진 두 잔의 커피
간혹 한 종류의 커피를 가지고 같은 수율과 같은 농도를 가지게 추출했다면, 같은 커피라고 생각하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그러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로스팅에서 한 배치를 통해 볶은 단일 산지 원두가 상당량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15g의 원두와 물 220g을 사용해서 커피를 추출했을 때 TDS 1.25%라는 수치를 얻게 되면 18.54%의 수율을 가진 커피라고 vst 어플리케이션은 계산하고 있습니다.
한편 20g의 원두와 물 293g을 사용해서 TDS 1.25%라는 농도를 얻게 되면 이 역시 18.54%의 추출 수율을 갖는 커피인데요. 이 둘의 맛은 과연 같을까요? 결과적으로 훈련 받은 사람들은 이 커피에 대해서 서로 다른 맛을 가졌다고 반응하는 편입니다. 수치로는 동일하지만 더 많은 원두와 물을 사용해서 같은 수치의 커피를 만들 때 추출에 걸리는 시간에도 차이가 있을 뿐 아니라, 그 성분의 균형 역시 약간의 차이를 보일 것이라 추정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15g을 사용해서 만든 커피 한 잔와, 30g을 사용해서 두 잔 분량의 커피를 완전히 같은 맛으로 추출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어차피 절대적 차원에서 같은 커피란 존재하지 않긴 합니다. 보편적 인간의 역치보다 낮은 차이를 가지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같다 라고 여기게 되는 수준을 우리는 같은 커피라고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왜 맛이 다른 것일까?
앞 서 우리가 절대적 차원에서 커피의 모든 성분과 그 절대량을 측정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커피의 성분들을 어느 정도 분류할 수는 있습니다. 커피의 성분에는 수용성/불수용성 성분이 있고, 수용성 성분에는 고형물과 기체가 불수용성 성분에도 고형물과 오일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커피의 성분은 이야기하면서 큰 틀에서 TDS/기체/TSS/오일 정도의 분류로 커피의 성분을 이야기할 수는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우리가 측정하는 것은 TDS/필터를 투과하고 아직 휘발하지 않은 기체/불수용성 고형물(탁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확한 측정이 어려움)의 일부/오일 성분들의 합계입니다. 따라서 총 합이라는 개념의 TDS 수치와 별개로, 각 군을 이루는 성분의 '비율'에 따라 맛의 차이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브루잉 도구에 따른 맛의 차이와 커핑 등의 약간은 다른 방식으로 추출한 커피들도 도구의 원리와 구조, 사용자의 습관이 만들어내는 프로파일을 통해서 어느 정도 그 차이의 원인을 짐작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커핑할 때 맛있었던 원두가 브루잉을 해보니 맛이 잘 표현이 안되는 경우가 있는데요. 사실 이 부분이 이 글을 시작하면서 다루고 싶었던 주요한 내용이긴 한데,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는 추후 별도의 글로 접근해보려고 합니다.
TDS, 어떻게 활용할까?
TDS 수치는 기본적으로 추출 도구와 그 도구를 사용하는 방법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때 측정한 수치의 차이를 살펴보는 것이 가장 의미가 있습니다. 가령 하리오 1인용 드리퍼로 커피를 푸어오버 한다고 한다면 가능한 최선을 다해 다른 변수를 고정하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분쇄도 혹은 물의 온도 등 단일 혹은 단순 변수의 조절을 통해 TDS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서로 다른 드리퍼/추출 방식을 통해 얻은 수치는 단순하게 비교하지 않는게 좋습니다. 아래에 첨부한 맷 퍼거가 제안한 방식의 커피 컴퍼스와 농도, 수율에 따른 경향성 체계를 참고하고 이용해서, 자신이 사용하는 커피에 맞게 변형해보는 것도 의미있는 '공부'가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이에 앞서서 균일하게 매번 최소한의 편차로 커피를 추출할 수 있다는 전제가 있어야겠지만 말이죠. (*'모든 커피가 이런 경향이 있어'라고 이해하시면 곤란합니다.)
출처 : http://www.baristahustle.com/the-coffee-compass/
맛있으면 장땡인데, 그렇게까지 측정해야 할까?
맞는 말이죠. 그러나 새로운 상황과 커피를 만나서 커피를 세팅하는 경우에 수차례 커피를 내리며 맛을 보다 보면 숙련된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맛에 대한 판단이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수치를 확인하면서 맛을 보면 좀 더 정확하게 맛의 원인을 짐작하고, 빠르게 정확하게 세팅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한 잔의 커피를 맛 볼때 우리의 혀는 예민하게 농도에 따른 맛의 자극에 반응하지만, 여러 잔을 맛보는 상황에서 정밀하게 혀가 농도를 추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사실 우리의 코는 빠르게 지치고, 우리의 혀는 몸 컨디션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 편입니다. 몇 번 세팅을 하며 커피를 추출하다보면 이내 우리의 혀는 감각을 잃어버리고 맛을 정확하게 변별하지 못할 가능성이 큰데요. 이런 상황에서 TDS 측정을 활용한 세팅은 여러 모로 유리한 면이 있습니다.
TDS는?
사실 맛에 있어서 결점두 하나가 커피 안에 들어간 것을 TDS는 보여주지 못합니다. 수치는 수치일 뿐이지만, TDS는 복잡하고 거대한 커피라는 바다를 항해하는 우리에게, 현재의 위치를 추정해볼 수 있는 좋은 참고가 되는 수치입니다. 맹신하거나 불신하기 보다는 보다 정확하게 사용 가능한 자신만의 활용법을 찾는다면 우리의 커피를 조금 더 맛있게 만드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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