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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Level Up) 커피 / 드리마 제데(Drima Zede) 리뷰 본문
최근 제가 가장 많은 관심을 갖는 커피는 레벨업, 드리마 제데입니다. 커피업계에 종사하는 분을 제외하면 아직 많은 분들이 아실 것 같지는 않아요. 어떤 커피인지 함께 찾아볼까요?
나인티 플러스(Ninety Plus Coffee)
나인티 플러스는 세계적으로 생두의 재배를 이끌어가는 선두 주자 그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에티오피아와 파나마 지역의 독자적인 커피 농장에서 생두를 재배하고 가공해서 다양한 나라로 생두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레벨업(Level Up)
나인티 플러스는 품질과 상징성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비싼 가격을 고수하고 있는데요. 워낙 꼼꼼한 관리를 통해 생두를 재배/가공하기 때문에 생산량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나인티 플러스가 품질대비 합리적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는 서브 브랜드를 만든 것이 레벨업이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레벨업 커피의 작명
흔히 스페셜티 커피업계에서 커피의 이름은 나라와 지역명, 더 세부적으로는 농장의 이름을 사용하는 편입니다. 그러나 나인티플러스와 레벨업 커피의 작명은 때때로 커피의 테이스팅에 근거해서 자유롭게 작명을 하고 있습니다.
레벨업 커피와 한국
레벨업 브랜드가 런칭한 것은 2013년이지만 한국에 생두가 소개된 것은 2014년 중순 경이었던 것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레벨업 커피가 들어오던 초기에 저 역시 여러 곳에서 커피들을 맛보았지만 기대에 비해 큰 임팩트를 느끼기는 어려웠습니다. 생두의 자질과 보관 및 로스팅 기술 등 어디에 주요 원인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2015년 초까지도 레벨업 생두에 대한 로스터들의 평가 역시 가격대비 뛰어나지는 않다는 이야기를 이곳 저곳에서 들었습니다.
레벨업 커피에 대한 재관심
한동안 저도 레벨업 커피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았었는데요. 새롭게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2015 서울카페쇼 MI커피 부스를 방문했다가 샘플로 받았던 드리마 제데(Drima Zede)를 받게 되었고, 집에서 내려마시다가 맛과 향에 크게 놀랐습니다. 다른 로스터리 카페에서 맛 보았던 드리미 제데와 상당히 큰 차이를 발견했습니다. 아무래도 MI커피가 가진 우수한 기기와 로스팅 기술과 함께, 현재 나인티플러스와 레벨업 생두를 한국에서 취급하는 회사이다 보니 이 생두에 대한 이해가 더 좋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레벨업 커피의 종류
현재 한국에 소개되는 레벨업 커피는 워시드 프로세스인 로미 타샤(Lomi Tasha, 1,750-2,000m)와 니츠 루즈(Nitsu Ruz, 1,700-2,100m), 그리고 내추럴 프로세스인 드리마 제데(1,850-2,200m), 단치 맹(1,700-2,000m), 파야 데라로(1,800-2,100m) 등 5가지입니다.
레벨업 커피의 가격은?
가격을 살펴보면 레벨업 커피들은 1kg 단위로 구입 시 22,800-26,200원에 거래됩니다. 일반적으로 커피숍에서 싱글 오리진으로 판매되는 브루잉 커피들이 1만원 중반 미만의 생두로 제공된다고 한다면, 레벨업 커피는 1.5-2배 정도 비싼 가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나인티 플러스 라인의 최상위 커피들이 1kg당 36만원에 거래되는 것과 비교하면 레벨업 커피는 그래도 넘볼 수 있는 가격대의 커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레벨업 브랜드가 포지셔닝하고 있는 것도 이 지점이겠죠. 일반적인 마이크로랏 보다는 비싸지만 C.O.E의 상위 랭크보다는 낮은 가격으로 판매되는 나인티 플러스사의 커피.
오늘의 주인공, 드리마 제데
2015년에 한국에 들어온 레벨업 커피들은 이미 종류별로 여러 차례 시음을 했었는데 그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커피가 개인적으로는 드리마 제데였는데요. 아마도 제가 정교히 가공된 내추럴 프로세스에 상당히 호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취향에 따라 워시드 프로세스의 깔끔한 맛을 더 선호하는 분에게는 레벨업의 다른 커피가 더 큰 만족을 줄 수도 있습니다.
오늘 마셨던 드리마 제데 커피 한 잔 이야기 하는데 이렇게 서론이 길었습니다. 여튼 드리마 제데는 레벨업 라인 가운데 가장 비싼 가격에 판매되는 커피입니다. 나인티 플러스 서브 브랜드의 최고가로 가격대비 가장 임팩트를 기대할 수 있는 커피라고 하면, 드리마 제데에 대한 저의 관심이 어느 정도 설명될 수 있을까요?
드리마 제데를 찾아서
지난 토요일 아침. 오늘은 드리마 제데를 꼭 한 잔 마셔야지 하며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잠에서 깨어나며 '무슨 커피를 마셔야지' 생각을 하는게 좀 이상해 보이실지도 모르지만, 저의 일상이 좀 그렇습니다.
이 커피를 마실 곳 중 하나로 엠아이커피가 직접 운영하는 방배동 커피에비뉴는 확정해둔채, 다른 곳에서도 판매 중인지 페이스북을 통해 수소문했죠. 답글로 몇 분들이 알려주셨지만 대부분은 제주와 광주의 지방이었고 종로 쪽에 있는 뎀셀브즈에도 판매 중이라는 답글이 있었습니다. 사실 뎀셀이 이 커피를 판매한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던 정보.
원래는 생소한 이름이었는데 여기까지 성실히 읽어 내려오셨다면 이젠 익숙한 이름이 되었을지도 모르겠군요. 드리마 제데, 드리마 제데, 드리마 제데.....
따르릉- 거기 드리마 제데 있어요?
오전에 커피 에비뉴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오늘 방문하면 드리마 제데를 마실 수 있는지 확인을 했습니다. 혹시나 재고가 없는데 방문을 해서 헛걸음을 하면 안되니 말이죠. 있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해서 오늘의 동선이 정해졌습니다. <방배 - 종로3가>
커피에비뉴, 드리마 제데
내방역 인근 커피에비뉴를 찾은 건 아주 오랜만이었습니다. 바리스타 분께 드리마 제데를 내려달라고 주문을 한 뒤에 숭고한 마음으로 가슴을 두근 거리며 자리에 앉았습니다. 때마침 매장에 손님들이 제법 모여 있어서 커피를 내리는데 조금 시간이 걸리는 편이었습니다. 다른 커피들은 좀 더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지만 레벨업 커피의 가격은 한 잔에 8,000원, 나인티플러스는 15,000원으로 다른 커피들에 비해 상당히 비싼 가격입니다.
잠시 후 커피가 준비되었습니다. 잔을 자리로 가지고 와서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머그컵의 투박함은 조금 아쉽긴 하지만 코로 한껏 향을 맡으며 즐거움을 누립니다. 지난 번 카페쇼 때 받아와서 마셨던 아로마가 기억났습니다. 열대과일과 살구 사이 어디쯤에 있을 과일의 향과 조금 더 무게감 있는 블루베리 톤의 베리향이 코 끝을 즐겁게 합니다.
이제 한 모금 들이켜봅니다. 산미와 함께 이를 뒷받침해주는 충분한 단맛이 치고 올라와서 만족감을 줍니다. 커피가 단맛없이 산미만 가지고 있다면 커피로써는 마시기 싫은 식초류의 뜨거운 물이 되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번 커피는 상당히 좋군요. 와이니한 풍미를 살짝 가지고 사라져 가는 혀 위로 견과류의 고소함이 퍼집니다.
시간이 지나며 커피의 톤은 조금씩 변해갑니다. 산미가 조금 더 강하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커피가 가진 단맛이 충분하지 않다면 느즈막에 느끼지는 커피는 취향에 따라 먹기에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라면 되도록 커피는 적당히 따뜻할 때 빨리 마시는게 좋을지 모릅니다. 체온과 비슷한 35-40도까지도 커피는 충분히 맛있지만 , 내린지 1시간 가까이 지난 다 식은 커피는 확실히 맛이 떨어집니다.
충분히 맛을 음미하며 커피를 즐겼습니다. 이 한 잔을 두고 저는 머릿 속으로 이런 저런 길고 긴 상상을 했습니다. 2010년 에티오피아로 떠났던 여행을 떠올리는데는 커피를 손에 든 단 몇 초 밖에는 걸리지 않았죠. 이제 커피와 작별을 하고 다음 일정을 위해 잔을 반납했습니다. 아쉽게도 오늘의 허용 가능한 카페인 섭취량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약간은 남길 수 밖에.
뎀셀브즈, 드리마 제데
뎀셀브즈는 싱글오리진 커피의 경우 클레버로 내려줍니다. 상권과 건물의 특성상 매장 내에서도 커피와 디저트를 판매하지만 테이크아웃 매출로도 충분히 매출을 올려야 할텐데, 이를 위해 테이크아웃에는 무려 2,000원의 할인이 주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뎀셀브즈는 언제나 바쁜 매장이고, 이런 상황에서의 허용 가능한 품질의 유동적인 폭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커피 추출은 클레버로 하고 있는 것이죠. 최고의 맛은 아닐수 있지만, 최소한 좋은 원재료를 사용해서 품질의 하한선을 최대한 균일하게 끌어올리는 시스템으로 긴 시간 자리를 잡아온 뎀셀브즈입니다.
가격은 테이크아웃을 위해 할인을 받았기 때문에 4,000원. 가격대비로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훌륭한 가격입니다. 바쁜 시간이었기 때문에 음료가 나오는데에는 약간 시간이 걸리기는 했습니다. 커피를 받자마자 잠시 뚜껑을 열고 향을 맡으며 사진을 한 장 찍고 매장 밖으로 나왔습니다. 커피에비뉴와는 완전히 다른 아로마. 일단 막 나온 커피는 온도가 높아서 향의 발산은 매우 좋습니다. 주요한 것은 블루베리 계열의 적당히 무게감있는 달콤함. 그런데 이게 뭐죠? 쟈스민? 커피에서 좀처럼 느끼기 어려운 계열의 아로마입니다. 더구나 커피에비뉴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었죠. 독특한 매력에 마음이 끌립니다.
맛을 볼까요. 우선 상당히 연한 농도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죠. 연하기 때문에 사실 강도있는 맛이 느껴지지는 않았는데요. 뜨거운 온도 때문일 수 있어서 좀 더 시간을 두고 커피를 맛보기로 했습니다. 블루베리 계열의 단맛과 산미, 견과류의 고소한 맛이 충분히 균형을 잡아줍니다. (후에 밝혀진 것인데 이 독특한 향의 비밀은 제 핸드크림에서 상당 부분 기인한 것이라는 부끄러운 사실ㅠㅠ)
커피가 식어가며 좀 더 마시기 편안한 온도가 되었습니다. 커피가 식으며 증가하는 산미는 물론 좀 더 낮은 온도에서 산미에 대한 분별력이 증가하는 혀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약간 연한 농도는 산미에 의한 자극을 충분하게 잡아줍니다. 끝까지 유지되는 커피의 향과 맛에 쉬이 커피를 내려놓지 못하고, 컵을 손에 든 채로 한참을 걷고 지하철을 타서 집 근처까지 왔습니다.
같은 커피, 다른 커피
엠아이커피 웹사이트에 표기된 드리마 제데 설명
"어디가 더 맛있나?" 이런 이야기를 은근 기대하실 것 같은데, 완전히 같은 생두임에도 불구하고 워낙 다른 스타일로 커피가 표현되었기 때문에 개인적인 호감도조차 정확히 위아래로 나누는게 의미가 없었습니다. 그냥 둘 다 맛있었다 랄까.
커피에비뉴는 커피업계에서 정석이라 이야기하는 골든컵 수율에 어느 정도 근접하는(사실 약간 그 보다 연했음)방식으로 커피를 내린 듯한데, 이를 위해 좀 더 낮은 로스팅 포인트에서 로스팅을 했습니다. 그 결과 충분히 다양하고 화려한 향을 가진 커피가 되었는데요. 시간이 지나며 좀 더 산미가 증가하면서 대중의 취향에는 조금 자극적일 수 있는 커피가 되었죠. 그러나 커피 마니아라면 충분히 선호할만한 지점.
반면 뎀셀브즈는 상대적으로는 더 높은 로스팅 포인트, 혹은 추출 방식 및 농도가 만들어내는 맛의 결과물이 커피에비뉴와는 명확히 달랐습니다. 홈페이지에 표기된 로스팅 포인트는 시티였지만 체감상 느낀 포인트는 좀 더 아래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분명 산미도 충분히 가지고 있는 커피였거든요.
한편, 단순하게 굴절계로 측정하고 환산할 수 있는 수율과 농도는 커피업계의 골든컵과는 분명 거리가 있는 커피였는데요. 뎀셀브즈는 충분한 경험과 고민 속에서 "분명 커피에는 다양한 길이 있고, 우리가 생각하는 고객층과 매장 특성에 맞춰서 이렇게 커피를 만들었어!"라고 줏대있게 주장하고 있었는데요. 그 주장에 충분히 설득력이 있어서 저 역시 고개를 충분히 끄덕일 수 있었습니다.
아로마에서는 커피에비뉴에서의 드리마 제데가 훨씬 화려하고 다양했지만, 뎀셀브즈에서 느꼈던 쟈스민 아로마 역시 매우 인상적이었네요. 그리고 나의 커피는 과연 어떤 균형을 가져야 할까를 길고도 길게 고민하며 마시게 되었던 오늘의 커피 드리마 제데. 아주 오랜만에 길고 긴 글로 표현해보았습니다. 오늘 이후 드리마 제데 판매가 늘어나면 이 글 덕분인걸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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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치지 않고 여기까지 한 호흡에 글을 읽으신 분이 과연 몇 분이나 계실지 잘 모르겠네요. 저 역시 한 호흡으로 이 글을 작성했습니다. 어느새 시간은 새벽 4시를 향해 갑니다. 오늘 제가 마신 커피, 드리마 제데는 몹시나 인상적인 기억으로 길게 남을 것 같네요.
또 다시 맛있는 커피 이야기로 찾아뵐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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