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공간

광화문에서 즐기는 커피 여행, 로스터리 커피투어

Coffee Explorer 2014. 10. 17. 22:36


광화문은 서울에서 참 많은 사람들로 부터 사랑받는 장소가 아닐까 합니다. 서울에서 살던 사람이라면 '광화문 연가'와 같은 노래를 들으면 떠올릴만한 광화문에서의 추억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지 않을까요? 물론 연인과의 약속 장소로 자주 이용했던 '교보문고'를 제일 먼저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테지만, 비가 오는 날 넓다란 광화문 대로에서 빗 소리와 함께 무던하게 지나치던 자동차 불빛을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제 경우에는 광화문 사거리의 북서 편, 세종문화회관 뒷 쪽 한적한 골목을 가장 먼저 떠올리곤 합니다. 제가 지방에서 살다가 서울로 처음 올라왔던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이 지역은 재개발로 인해서 다소 정신없는 모습이었는데요. 최근 20년 사이 오피스텔 등 수많은 빌딩이 들어선 광화문 사거리 북서 쪽의 변화는 정말 드라마틱합니다. 이 곳의 건물들은 많이도 변해왔지만 사람들과의 추억이 많은 곳이라 그런지, 요즘도 이 곳을 지날 때면 왠지 마음의 고향에 온 듯한 따스함이 느껴집니다.


이 지역에서 커피찾는남자는 하나의 커피 브랜드가 시작한 모습을 저는 태동부터 지켜볼 수 있었는데요. 수년 전, 당시에는 '광화문'과 '커피'하면 '커피스트'라는 커피숍 하나 만을 이야기하던 시절, 생겨났던 작은 커피 가게를 기억합니다.




오늘 소개할 곳, 광화문의 커피투어입니다.


2000년대 중반 쯤, 어느 날 문득 광화문 성곡미술관 가는 길에 커피볶는 향기가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원래는 차고로 쓰였던 것으로 기억하는 유난히 천장이 낮은 곳에서 호리호리한 어떤 남성분이 로스터를 돌리고 계셨죠. 늦은 밤, 지나가는 길에 유리창을 통해서 로스팅을 하던 장면을 숱하고 보곤 했는데요. 커피와 관련된 일을 하던 사람들이 이 곳을 지날 때면 이런 곳에서 '프로밧'이라는 고가의 로스팅 머신이 설치된 모습을 보며 깜짝 놀라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커피투어의 1호점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은 커피가게인데요. 세월이 흘러 커피투어는 광화문-경복궁 인근에 2호점과 3호점을 오픈하면서, 기업형 커피 브랜드를 제외하면 일대에서 가장 많은 매장을 가진 커피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정감고딕 글꼴을 사용하였습니다


제가 커피투어의 3호점을 방문하게 된 것은 최근의 일입니다. 다소 구석진 곳에 있기 때문에 3호점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이 지역을 정말 잘 아는 분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과거 우편사무소가 있던 골목길인데 지도를 보면 더 많은 분들이 아마 이 곳이 어디인지를 아시겠죠? 광화문의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는 동안 이런 작은 골목들도 수없이 변해왔지만 작고 아담한, 그리고 마음이 훈훈한 변화들도 많습니다. 그런 변화 가운데 커피투어의 3호점도 포함시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게로 들어서면 깔끔하지만 다가가기 부담스럽지 않은 커피투어의 인테리어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엄청난 돈을 쏟아 부어서 같은 모습으로 숱하게 찍어내듯 만들어낸 프랜차이즈와는 참 다른 느낌인데요. 단정하면서도 편안한 것이 옷으로 치면 캐주얼 정장에 가깝다고 할까요? 적당히 수트를 갖추어 입었지만 기장이 약간 짧은 셔츠를 받쳐입고, 광이나는 검정 구두보다는 브라운 컬러의 랜드로버를 신은 뒤, 잊지않고 센스있게 향수도 살짝 뿌린 듯한 그런 느낌이죠.






1호점 매장은 머리를 약간 숙이고 들어가야 했지만 3호점이 되니 그럴 걱정이 없어졌습니다. 분명 제 키가 줄어든 것은 아니니 커피투어의 층고가 높이진 것이 사실이죠! 이제는 제법 트인 기분까지 들지 몰라요. ^^






메인이 되는 홀 말고도 이렇게 분리된 모임을 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도 가지고 있는데요. 한 쪽 옆에는 전문적인 포스가 가득한 그라인더 한 대가 세팅되어 있습니다. 커피를 좋아하는 분들이 모여서 커핑 모임을 하기에 무리가 없어 보여요.






매장 안을 걸어 들어가면 이런 정도의 느낌이 나죠. 조금 정신 없을 수 있지만 이해해주세요! ^^





Bar 안에는 두 대의 그라인더와 이렇게 세련된 느낌의 에스프레소 머신(달라꼬르떼 dc pro)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사진을 찍기 위해 바시스타 분께 따로 정리를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정말로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 있었습니다.






메뉴 POP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에스프레소 기반의 음료는 출입구를 들어서며 있던 큰 메뉴판에 적혀 있는데요. 아메리카노의 가격은 4,000원입니다. 아무래도 핸드드립 커피 가격은 좋은 생두를 사용하다보니 가격이 좀 더 비쌀 수 밖에 없지만 이 곳 광화문의 임대료를 생각한다면 납득할 수  있습니다.






POP 옆에는 두 개의 커피 물 주전자(쉬운 말로 부릅시다!)가 준비되어 있었는데요. 뭔가 물을 뿜을 준비가 되어 있는 코끼리의 코 같기도 하구요. ㅎㅎ 어찌 되었거나 핸드드립 준비 완료를 강력히 보여주는 비주얼입니다.






이 곳을 브루잉 바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손님이 원하는 커피의 진하기와 로스팅 정도에 따라서 다른 도구를 통해 추출해달라고 주문하실 수 있다는 것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그 옆에는 이렇게 핸드드립을 위한 도구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하리오'라고 하는 추출 도구랍니다.






잠시 사장님이 계시지 않은 틈을 타서, 기본적으로 개방되어 있는 형태의 로스팅 룸 안을 잽싸게 촬영했는데요. 웅장한 규모의 로스터가 딱 놓여 있느데요. 프로밧이라고 하는 명품 로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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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옆에는 조금은 귀여운 듯 하지만 단단한 포스를 뽐내는 또다른 프로밧, 프로바티노 로스터가 놓여 있었는데요. 바로 이 녀석이 과거 커피투어 1호점에서 로스팅을 담당하던 머신이랍니다. 저 앞에 서서 로스팅하던 사장님의 모습이 제 눈에 선~합니다. 






잠시 원두의 패키지도 소개해볼까요. 적당한 채도의 색상을 선택해서 꾸며서 그런지 역시나 부담없이 편안한 느낌이네요.






Bar 앞에 있던 테이블에도 판매 중인 원두가 전시되어 있었는데요. 브라질을 비롯해서 다양한 산지의 원두들이 손님들의 손길을 기다리는 중이네요.






흥미로운 것은 한 사진작가님의 책과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요. 그 주인공을 최근 꽤 주목을 받고 계신 사진작가 케이채님입니다. 사진 작품은 아무래도 저작권을 존중해드리기 위해서 사진을 찍지 않았습니다. 배려가 넘치죠? ㅎㅎ






저보다 배려가 넘치는 것은 커피투어 사장님이신 듯도 합니다. 사진 옆에 이렇게 친절한 안내가 딱 붙어 있어요. 커피투어의 여러 벽면에는 이렇게 사진 작품을 전시하기 적절한 여백의 공간이 군데 군데 준비되어 있습니다. 혹시나 전시를 해보고 싶은 작가분이 계시다면 한번 연락을 해보셔도 좋아요. 그러나 일단 사진의 퀄리티가 좀 있어야 하겠죠? ^^






분위기 있는 음악을 틀기 위해서 듬직한 BOSE 스피커 오디세이 시리즈가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차분한 검정과 원목 재질 덕분에 이질감없이 인테리어에 잘 접목되어 있네요.






아주 마음에 드는 것은 카페 안에 있는 다양한 의자의 구성인데요. 여러 가지 의자가 사용되서 단조롭기 않지만, 또 왠지 모를 통일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사장님이 의자 선정을 위해서 참 많은 의자를 보러 돌아다니시지 않았을까 싶어요.



 



조금 딱딱해보이는 의자에는 이렇게나 느낌이 포근해보이는 방석이 준비되어 있죠.






다른 의자들과 함께 벽 쪽을 살짝 보시면 아까 제가 보여드리지 않았던 케이채 작가님의 사진도 살짝 곁 눈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커피찾는남자, 그리고 광화문에 대한 추억을 같이 공유하고 있는 또 한 명의 지인, 그리고 커피투어 사장님이 합석해서 잠시나마 이런 저런 대화들을 주고 받았는데요. 빠질 수 없는 커피 맛에 대한 이야기!!


제가 아주 깜짝 놀랐는데요. 약한 로스팅이 아니어서 그런지 충분히 무게가 묵직한 커피가 구수한 향을 내며 코를 간지럽혔는데요. 맛을 보니 세상에 이렇게나 깔끔한 맛을 내는 아메리카노라니! 광화문에서 수 년 동안 커피투어를 운영하시는 동안 얼마나 많은 테스트를 통해 노하우를 얻고, 또 손님들과 소통하며 이런 맛을 만들어 오셨을지 충분히 짐작이 되었습니다.


충분히 묵직하면서도 이 정도로 깔끔한 맛을 내기는 쉽지 않거든요. 혹시...사장님이 직접 뽑아 주셔서 이런 맛이 났던 것은 아니겠죠? 다음 번에 사장님이 계시지 않을 때 다시 몰래 방문해서 한번 더 맛을 보고 싶습니다. 카페라떼의 맛도 궁금하군요. 제가 기억하기에 과거 커피투어는 에스프레소 계통의 커피보다는 브루잉, 핸드드립 커피 쪽에 더 호감이 갔던 것 같은데요. 오늘은 아니지만 지난 번 방문했던 때에 이미 핸드드립 커피는 맛을 보았지요. 추천해드립니다.


아마 커피찾는남자의 컨텐트를 읽어오신 분들이라면 아실 겁니다. 커피찾는남자는 워낙 까칠 & 까탈스러운 성격이라서 돈을 줘도 제 마음에 안 드는 카페나 커피를 추천하는 사람이 아니랍니다! 물론 개인마다 취향이 다르기 때문이 그러한 '다름'은 어찌 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웬만하면 한번 저를 믿어보세요. 하하!


마지막으로 영상 스케치를 통해 커피투어의 모습을 감상해보실까요?



자, 오늘의 카페투어를 마무리 할 시간입니다. 광화문의 숨겨진 골목을 찾아가는 재미, 마음이 따뜻해지는 커피, 편안하고 깔끔한 인테리어를 갖고 있는 커피 투어 3호점을 커피찾는남자가 소개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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