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생각

사고의 기억, 그리고 권리세양의 쾌유를 빕니다.

Coffee Explorer 2014. 9. 3. 22:13


아침에 일어나 SNS를 보다가 참 안타까운 소식을 보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 소식은 한 아이돌 그룹의 차량 전복 사고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레이디스코드라는 그룹의 이름은 썩 익숙하지는 않았지만 검색을 통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봐왔던 맴버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다섯 명의 맴버 중에 은비는 사망했고, 권리세는 중태, 그리고 나머지 맴버들과 스타일리스트 등은 비교적 큰 부상이 없다고 하네요. 특히 권리세는 어제 수술 중에 상태악화로 수술을 중단한 이후에 어떤 상태인지 아직 소식이 올라오고 있지 않습니다.




지나간 일들을 돌아보다 보니 사실 저도 같은 사고를 경험했던 적이 있습니다. 탄자니아에 있는 세렝게티국립공원에서 사파리 투어를 하던 중, 세렝게티 평원의 비포장 도로에서 70~80km로 달리다가 탑승했던 차량의 오른쪽 뒷바퀴가 빠져 버린 겁니다. 다행히도 차량은 타이어가 빠진 상태에도 불구하고 균형이 무너지지 않은 덕에 전복되지 않았고, 덕분에 아찔했던 순간이 대형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당시에 저희가 탔던 차량은 도요타에서 나온 랜드크루저를 사파리 투어에 적합하게 개조한, 비포장 도로에 최적화된 차량이었습니다. 사고 원인은 지속적인 비포장 주행 스트레스에 의해 타이어 연결 나사 6개가 동시에 부러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타이어를 고정시키는 6개의 나사가 부러져서 타이어가 빠진 모습>



물론 한국에서의 사례들은 아니지만 차량에서 타이어가 빠지는 사고는 이따금 발생하는 듯 합니다. 후에 알게 된 것이지만 같은 시기에 아프리카의 북부 지역을 이동하던 '다큐멘터리 아프리카의 눈물'팀 역시 저희와 같은 사고를 당했다고 합니다. 이 팀은 앞 타이어가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고 차량 전복으로 이어지면서 카메라 감독님이 하반신 마비가 왔던 걸로 기억합니다. 저희 차량과는 다른 원인이지만 정비 불량에 의해서 타이어가 빠지거나, 사고 시 충격에 의해 결과로 타이어가 빠지는 일도 가끔 발생한다고 합니다.


<차량 수리 중인 모습>


저희는 6개의 볼트가 모두 부러졌기 때문에 타이어를 고정하던 모든 장치들을 완전히 분리 후에, 여분의 볼트를 새로 체결해야 하는데 좀 처럼 잘 일어나지 않는 사고이기 때문에 여유 부속품을 구하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저희는 사고로 인해서 참 긴 시간을 아프라카의 평원에서 뙤약볓을 맞으며 보내야 했습니다. 호주에서 출발해서 무려 56시간의 비행을 거쳐 도착한 탄자니아 여행이었기 때문에 당시 여행에서의 하루 하루는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차량 사고로 일정이 늦어져서 세렝게티에서의 더 많은 시간을 누리지 못한다는 것은 참 아쉬운 일이었죠.



다행히 우리는 지나가는 다른 투어 차량들을 통해서 부품들을 어렵사리 구했고 다시 사파리 투어에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계획했던 시간에 비해 많이 늦었다고 생각했던 순간, 인생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장엄한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동물의 대이동 장면을 보게 된 것이죠. 시기를 맞춰서 방문한 여행자들은 큰 어려움없이 이 장면을 볼 수 있지만, 이토록 아름다운 날씨에 다양한 동물이 뒤섞인 이토록 완벽한 대이동을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가이드가 말해주더군요.



<세렝게티 초원에서 동물의 대이동 장면, Click! >



다시 레이디스코드의 사고가 생각 납니다. 차량에 탑승했던 모든 팀원과 스타일리스트, 그리고 운전을 했을 매니저에게도 너무나 가슴 아픈 시간일 겁니다. 맴버들은 가수 생활을 시작한 것에 대한 후회가 몰려올테고, 일정에 쫓기며 바삐 차를 몰아야 했던 매니저는 평생을 죄책감 속에 살아갈 것 입니다. 무엇보다 인생에서 소중한 누군가를 잃은 아픔을 도대체 어떤 말로 위로할 수 있을까요. 다른 이들보다 먼저 하늘나라로 떠난 은비양과 가족들, 그리고 맴버들에게 깊은 위로가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 시간에도 생사의 고비를 오가는 권리세양이 조금 더 힘을 내기를 기도해봅니다. 부디 깨어나서 자신이 그토록 하고 싶어했던 일들을 조금 더 안전하게 행복한 상황 가운데서 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제가 세렝게티에서의 사고 뒤에 맛보았던 인생의 경이로운 순간을 남은 맴버들은 부디 조금이나마 누릴 수 있기를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바래봅니다.



세렝게티와 응고롱고로에서의 사진을 몇 장 첨부합니다.






권리세양의 상태가 좋아졌다는 소식이 얼른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포스팅에 공감하신다면 아래의  버튼을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