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찾는남자 / Coffee Explorer
Decafino(델카피노) 디카페인 파우치 본문
디카페인 파우치라는 게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흥미를 느꼈습니다. 디카페인 처리된 커피 원두가 담긴 게 아니라, 카페인을 제거할 수 있으면서 인체에 무해한 흡착제가 파우치에 담겨 있는 것입니다. 일정 시간을 용액에 담가두면 카페인과 파우치 내 성분이 결합하게 됩니다. 상품 설명서에 따르면 파우치를 음료에 4분간 담가놓으면 최대 65%, 8분이면 최대 80%까지 카페인을 제거한다고 합니다.
제조사의 홈페이지에 의하면 Delcafino(이후 델카피노)라고 부르는 복합 카페인 흡착제를 이용한 방식인데요. 델카피노 입자 표면에 수많은 기공이 있는데, 카페인 분자를 표적으로 끌어당겨서 결합하고 다른 화합물은 그대로 두는 원리입니다. 주요 성분은 알지네이트라는 해조류 추출물과 벤토나이트라는 천연 미네랄인데, 마이크로캡슐화를 통해 만들어집니다. 델카피노는 FDA에서 GRAS(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인정됨) 승인을 받은 식품 등급 재료입니다.
에티오피아 워시드 커피에 8분 정도를 담가놓고 테이스팅한 결과는 상당히 놀라웠습니다. 향미적 변화없이 카페인만을 제거해주기를 기대했는데 아쉽게도 그렇지 않았습니다. 가장 도드라지는 부분은 에티오피아 워시드 커피 특유의 긍정적인 느낌들이 대부분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향이 급격히 감소했습니다. 맛에서는 본연의 커피에서 느낄 수 없는 이질적인 향미가 첨가되었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를 하자면 솔직히 말해서 스페셜티 커피에 사용하기에는 컨셉이 모호한 것 같습니다. 본래의 향미 스펙트럼을 완전히 바꿔버리고, 관능적으로 부정적인 느낌이 강해지기 때문입니다. 같은 생두를 디카페인 처리를 거친 후 로스팅하고 커피로 추출했을 때의 맛이 훨씬 나을 것이라는 판단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습니다. 새로운 기술적 시도에 대해서는 박수를 보내고 싶지만, 카페에서 즉시 사용되기에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용기를 이용해서 카페인 흡착 시간을 줄이는 등 제조사의 사용 가이드를 따르지 않고 새로운 방법을 이용하는 것을 고민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현장에서의 사용이 힘들 것 같다는 판단은 달라지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