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찾는남자 / Coffee Explorer
겨울의 로스팅 본문
한국에서 겨울의 로스팅은 다른 계절에 비해 로스팅에 큰 어려움 뒤따르는 편입니다. 겨울의 로스팅은 낮은 실내/외 온도와 낮은 습도, 생두의 낮은 보관 온도라는 특성 등에서 기인한 변화로 인해 만들어집니다. 물론 다르게 생각해볼 수도 있는데요. 1년 내내 한국의 겨울과 같은 기후를 가진 곳에서라면 위의 조건들은 로스팅에서 큰 어려움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해당 기후에 맞춰서 로스팅 프로파일을 설계하고, 미세한 기후 변화에 따라 조금씩만 변화를 주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국은 계절의 변화가 급격하기 때문에 이러한 시기에 로스팅 프로파일을 제대로 변화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고전하다가, 어느새 적응하려고 하면 다시 계절이 변하게 됩니다. 달리 말하면 겨울이 문제가 아니라, 변화가 잦은 게 문제라는 것입니다.
겨울의 환경이 주는 다른 계절과의 상대적 차이를 생각해보겠습니다. 생두의 온도는 로스팅 룸의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생두의 보관 온도가 겨울에 더 낮은 환경이 대다수일 겁니다. 쉽게 예상 가능한 변화는 같은 시간 동안 같은 화력을 공급해도 낮은 실내 온도와 생두의 온도로 인해 커피는 온도가 더디게 올라갑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더 많은 화력을 사용해서 같은 프로파일로 로스팅을 하더라도, 일정 수준 이하로 생두의 온도가 낮다면 커피의 중심부 익음도는 상대적으로 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로스팅 중에 우리가 보고 있는 BT는 드럼의 환경과 함께 커피의 겉면 온도를 중심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해결책 중 하나는 로스팅 시간을 조금 늘리는 것일 수 있지만, 로스팅 시간이 늘리면서 만들어지는 또 다른 변화가 뒤따르게 됩니다.
배기의 흐름은 두 공간에서 온도차가 크다면 더욱 빠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겨울은 로스팅 머신에서 실내 공간으로의 배기는 원활할 가능성이 높고, 외부의 낮은 온도로 인해서 로스팅 룸에서 외부로의 배기는 더 원활하게 일어납니다. 이것은 간접 배기를 사용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배기의 문제는 건조한 환경과 함께 고민하는 게 중요합니다. 여름과 겨울의 실외 상대습도가 80%로 같다고 한다면 온도에 의해서 절대습도는 결정됩니다. 겨울의 한낮 환경이라고 할 수 있는 온도 5도에서 절대습도는 5.44g/m3, 여름의 한낮 환경인 30도에서 절대습도는 24.28g/m3입니다. 상대습도는 같지만 하더라도 절대습도는 5배 가까운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겨울철에 드럼을 지나가는 공기 역시 이와 비슷한 정도로 건조함의 차이를 가지게 됩니다. 같은 양의 공기가 지나가도 더 건조한 공기는 생두의 수분을 쉽게 가져갑니다. 너무 일찍 너무 많은 수분을 가져가기 때문에 로스팅에서 변화가 발생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로스팅 시간을 늘리는 방법은 해당 시간 동안 배기의 흐름이 더 긴 시간 동안 계속 만들어지기 때문에 커피가 건조의 공기의 영향에 더 많이 놓이게 됩니다. 익음도가 비슷하다고 하더라도 커피의 최종적인 향미에서는 만족하지 못할 때가 많았습니다. 댐퍼를 닫는 등의 방법으로 배기를 약간 더 느리게 하는 것은 어느 정도까지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일정 수준을 넘게 된다면 커피 로스팅에서 필요한 최소한의 적정 배기 수준을 갖추지 못해서 매캐한 향미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평소에 에어플로우가 많은 세팅을 사용하는 로스터라면 이 방법을 보다 적극적으로 사용해도 로스팅의 결점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해볼 수 있는 로스팅의 변화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 방향이고, 이러한 변화로 만들어진 결과를 상쇄하기 위해 섬세한 조절이 뒤따라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첫 번째 방법은 rpm의 변화입니다. 드럼의 rpm 변화는 실내에서 드럼을 지나 밖으로 빠져나가는 공기의 총량에 변화를 주지 못하지만, 해당 공기가 커피와 얼마나 접촉할지에 큰 변화를 줍니다. 따라서 겨울에는 rpm을 일정 부분 늦추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물론 rpm의 변화는 커피의 에너지 전달 효율에 영향을 줍니다. rpm이 낮으면 결과적으로 같은 BT 프로파일을 위해서 더 많은 가스를 공급해야 합니다. 이것은 가스식 로스팅 머신에 있어서 더 많은 양의 가스를 연소시키고 더 많은 수분을 드럼 내로 공급하기 때문에 건조한 환경 극복에 유리함으로 작용합니다.
두 번째 방법은 로스팅 시간의 단축입니다. 로스팅 시간을 단축하게 되면 공기의 흐름이라는 관점에서는 건조한 공기의 영향을 낮추는 효과가 있습니다. 특별히 커피가 수분을 많이 방출하는 구간에서 낮은 화력으로 시간을 끄는 것은 불필요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로스팅 시간의 변화는 10-20% 정도 수준입니다. 그 이상의 변화를 만들다 보면 강한 화력으로 인한 로스팅 결점의 발생을 조절하기 어려울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앞서 이야기한 두 방법 모두 바꾼 그 변수 외에도 많은 변화를 부수적으로 만들어내게 됩니다. rpm의 변화는 전도의 비율에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으며, 로스팅 시간 역시 커피의 향미에 근본적인 변화가 뒤따를 수밖에 없는 방법입니다. 따라서 로스터는 이런 변화에 뒤따르는 향미적 변화를 평가해서 자신의 로스팅 목표 내에서 납득 가능한 결과를 분별하여 최종적인 로스팅 프로파일을 선택해야 합니다. “겨울이 되면 에티오피아 생두는 수확 이후 시간이 지나서 품질이 저하된다.“는 말을 많이들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생두의 품질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겨울의 환경에 맞춰 로스팅하지 못 한 사람이 잘못인데, 생두에만 잘못을 미루는게 아닌지 항상 생각해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