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찾는남자 / Coffee Explorer
2022 국가대표 바리스타 선발전 관련 이슈들에 대하여 본문
블랙워터이슈가 보도한 국가대표선발전과 관련한 사건은, 또 다른 이슈들로 인해서 본질보다 다른 부분에 시선이 더 모인 듯 합니다. KNBC 사건의 핵심은 ‘번역상 누락된 규정에 의해서 한 선수가 실격되었다.’는 것 같습니다.
✔︎대회 주최 측(SCA 코리아챕터) 입장 : 국제 규정 번역 시에 일부가 누락되었다.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해 질의가 들어와서 Q&A를 통해 공지되었다. 대회 전에 ‘Q&A가 실시간 업로드 되니 상시 확인하라'는 문자를 발송했다. 해당 룰에 의해서 선수를 실격한 것은 타당하다.
✔︎실격된 선수의 입장 : 규정보다 Q&A가 우선시 될 수 없다. 만약 규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주최 측이 적절한 시기에 규정을 수정해서 선수들에게 다시 배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않았다.
각자의 입장이 적절하게 표현되어 있는지요? 그렇지 않다면 보완해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만일 각자의 입장이 이 글에 잘 표현되어 있다면, 여러분이 보시기에 해당 선수의 실격은 타당한가요? 아니면 해당 선수의 실격은 부당하기 때문에 실격 처리는 취소되어야 할까요?
블랙워터이슈가 보도한 국가대표선발전 두 번째 논란은 KCIGS 종목에서 사용된 유크림(Dairy cream)에 대한 것입니다. 국제 규정상 아이리쉬 커피에 들어가는 유크림은 동물성이어야만 합니다. 식물성 크림은 유크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한국 대회에서는 식물성 크림이 사용되어왔습니다. 그동안 대회를 오래도록 출전해온 선수는 물론 심사위원, 주최 측 모두가 식물성 크림을 사용하면 안 된다는 것을 몰랐던 것 같습니다.
KCIGS 대회가 상대적으로 마이너하기도 하거니와 결승에서만 아이리쉬커피를 시연할 기회가 있기 때문에, 이 메뉴를 만들고 평가할 기회가 극소수에게만 주어졌습니다. 세계대회에서도 결승에서만 아이리쉬커피를 시연하게 되는데, 한국대표가 세계대회 결승에서 식물성 크림을 사용한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서 그동안 식물성 크림을 사용하는 것이 잘못이라는 것을 자각할 기회가 잘 없었습니다.
해외의 선수나 심사위원에게 같은 이슈에 관해서 물어봤더니, "당연히 동물성 크림만 사용해야 한다."고 너무 쉽게 말하더군요. 단어 번역의 문제로 만들어진 해프닝이 오래도록 이어오면서, 모든 관계자들을 당혹하게 할만한 사건이 되어 버렸습니다. 언젠가는 터질수 밖에 없었던 일이기 때문에, 이번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한국 대회에서도 앞으로 식물성 크림은 사용되면 안됩니다. 국제대회의 규정은 논란의 여지가 없이 분명합니다.
이제 이번 사건을 어떻게 수습할지가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첫 번째로 책임자들의 사과입니다. 누구까지 나서서 자신의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할까요? 두 번째로 이번 대회 우승자 및 입상자들에 대한 정리입니다. 기존의 운영 실수를 인정하지만, 이번 대회까지는 식물성 크림을 사용한 바리스타들을 그대로 인정해야 할까요? 만일 순위를 정정해야 한다면 지나간 대회에 입상했던 선수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마지막으로 일련의 일들에 대한 정리는 KCIGS와 KNBC 사건 사이에 형평성 있게 처리되어야 합니다. 국제 규정에는 표기되어 있지만, 번역상 국내 규정집에 나오지 않은 부분 때문에 탈락한 선수. 국제 규정에 있지만 한국 대회에서 오래도록 이를 지키지 않은 선수. 이 둘은 절묘하게 오버랩됩니다.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것은 규정입니다. 국제대회의 규정을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대회가 치러져왔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바로잡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대회가 규정대로 운영되지 않을 때 피해를 보는 사람은 해당 규정에 맞춰 대회를 준비해온 모든 바리스타들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그 잘못이 바로 잡히지 않는다면 미래의 모든 선수가 피해를 입게 됩니다. 잘못된 관례를 바로잡는 일로 인해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이 ‘순위가 뒤바뀔 선수’라는 것은 승자 중심의 사고입니다. 대회 주최 측이 규정을 더욱 명확히 세우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모습을 보여주시기를 기대합니다. 이것이 가장 선수를 위한 것이고, 대회의 권위가 세워질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