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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 커피를 말하다 : 아이스 커피의 원가 논쟁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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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 커피를 말하다 : 아이스 커피의 원가 논쟁

Coffee Explorer 2017. 4. 21. 20:57

아이스 커피를 말하다

아이스 커피가 모든 나라에서 익숙한 커피 메뉴는 아닙니다. 에스프레소와 에스프레소 마끼아또, 꼼빠나를 즐기는 이탈리아에서도 아이스 커피는 인기 메뉴로 분류되지 않아요. 더운 날씨로 인해 아이스 커피를 선호할 것 같은 말레이시아와 같은 동남아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인데요. 여름에도 따뜻한 카페라떼를 마실 정도로 말레이시아에서 아이스 커피는 썩 잘 팔리는 메뉴가 아닙니다.

세계적으로 ‘향’ 때문에 즐기게 되는 대표적인 기호 식품에는 커피, 와인, 위스키, 홍차 등이 있는데요. 와인과 위스키는 보관의 문제나 알콜로 인한 자극성 때문에 낮은 온도에서 즐기기도 한다면, 커피와 홍차는 향미 성분은 추출하기 위해서 가장 탁월하고 편한 방법인 따뜻한 물을 이용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음용하는 온도가 높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과거, 얼음이 부족했거나 현재도 얼음이 부족한 문화권에 가면 아이스 커피는 더더욱 상상하기 어려운 종류의 음료인데요. 한국에서 유독 아이스 커피, 아이스 아메리카노 판매가 많은 것은 상당히 기이한 현상 중 하나입니다.

사실 아이스가 커피 고유의 향미를 잘 느낄 수 있는 음료의 시음 형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높은 온도에서 향기가 강하게 발산하는 것은 분자들의 운동 덕분인데요. 뜨거울수록 물질의 분자는 활발하고 운동하고, 차가울수록 둔화합니다. 차가운 커피는 억지로 코를 가까이 대고 냄새를 맡지 않는 이상 멀리까지 향이 전달되지 않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런 면에서 아이스 커피를 즐겨 마신다는 것은 해당 커피가 가진 고유의 향을 즐긴다기 보다는, 향을 어느 정도 타협하며 아이스 커피 특유의 청량함을 즐기는 것에 더 가까운 것 같은데요.

어떻게 보면 품질이 뛰어난 원재료로 굳이 아이스 커피를 만들 이유가 없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1년을 기준으로 아이스 커피가 더 주요한 판매 상품인 한국의 카페에서는 더 좋은 품질의 생두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한계도 어느 정도는 이와 연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아이스 카페라떼는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 것 같습니다. 에스프레소 머신의 스팀 기능을 이용해서 스팀 된 따뜻한 우유와 그렇지 않은 냉장 우유는 상당히 다른 관능적 특징을 가지는데요. 냉장 우유에 에스프레소가 들어간 아이스 카페라떼는 차가운 온도가 갖는 식감과 향미의 강도로는 설명할 수 없는 독특한 고유 매력이 있습니다.


아이스 커피가 더 비싼 이유

원재료의 관점에서 대부분의 아이스 커피에서 사용하는 원두나 우유의 비용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우유가 들어가는 메뉴는 원재료 비용이 도리어 절약이 되기도 하는데요. 반대로 바닐라 등의 향 시럽이 들어가는 라떼라면 더 많은 양의 시럽이 사용되기도 합니다. 낮은 온도에서는 맛의 분별력이 떨어져서 좀 더 달고 강해야 하기 때문인데요. 이 시럽들의 원가는 생각보다 저렴하지 않습니다. 커피나 우유보다 시럽이 더 많은 원재료 비용을 차지하는 메뉴도 카페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바리스타의 노동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보면 아이스 핸드드립을 제외하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나 아이스 카페라떼 등의 음료는 대체로 만들기 더 어려운 메뉴는 아닌데요. 특히나 아이스 카페라떼는 제조에 걸리는 시간을 기준으로 보면 따뜻한 카페라떼에 비해 훨씬 더 시간이 절약되는 메뉴이기는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스 커피는 대개의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보다 조금은 더 비싼 가격을 책정하고 있는 것이 사실인데요. 따뜻한 커피를 위한 기반 시설 외에도 추가로 들어가는 제빙기의 구매 비용, 제빙기의 관리를 위한 비용, 아이스를 위한 연구 개발 비용, 빨대와 아이스 홀더 원가, 여름철 냉방 비용 등을 추가로 생각해봐야 합니다.

사실 이런 것을 꼭 따져서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데요. 관광과 운송 산업에서 성수기/비성수기의 탄력 정책이 어느 선까지는 합리적이라고 본다면, 아이스 커피의 가격 차이도 비합리 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를 두고 매 여름이면 원가를 고발한다는 등의 기사가 생산되기도 하는데요. 성수기에 비행기의 운항 원가가 달라져서 가격을 올린 것이 아니듯, 아이스 커피의 가격도 원가로만 따지려는 시도는 이제 좀 그만했으면 좋겠습니다. 카페도 여름에 돈 좀 벌어야, 겨울에 허리춤을 조여가며 좀 버텨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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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사진 : 커피찾는남자 에디터 (Coffee Explor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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