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찾는남자 / Coffee Explorer
KBrC_ 3. 와류 + 하리오 주전자를 사용하는 아이디어 본문
커핑에서 만들어지는 추출 밸런스를 다른 방식으로 재현하는 것을 포기하면서 새로운 침지식 커피 추출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평소에 즐겨 사용하는 교반식 드립 추출에서 와류(회전하는 물)를 사용해왔는데, 침지에서도 와류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추출의 어떤 부분에 와류가 적용될 수 있는 단계가 어디에 있을까 생각했는데요. 원두에 물을 부은 후와 필터링을 하는 단계에서 와류를 적용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출처 : https://goo.gl/LhG2rL
추출을 하면서 사용하는 와류는 추출을 강화하고, 전반적으로 고르게 추출될 것이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었는데요. 추출 이후 필터링을 하면서는 현탁액(원두와 물이 합쳐진)의 온도가 많이 내려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추출력 강화보다는 다른 면에 도움이 될거라는 짐작을 했습니다. 와류와 함께 필터링되면서 작은 입자들이 필터의 전반에 고르게 분배되는 현상이 있는데, 일반적인 상황에 비해서는 얼마간 물빠짐이 빨라지는데 도움이 될 거라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이를 검증해보기 위해서 여러 차례 와류가 없이 추출액을 필터링하는 상황과 와류에 실어 필터링을 하는 실험을 했습니다. 가설은 어느 정도는 타당한 편이었기 때문에 시연에 적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하리오 주전자!?
그 때 머리를 스치는 아이디어는 하리오 주전자에 직접 침지를 시키는 것이었습니다. 하리오 주전자는 다른 드리퍼에 비해 구조적으로 강하고 두꺼운 물줄기를 만들어 내는데 용이한 편이었습니다. 온도를 유지하는 성능도 적절한 편이어서 꽤나 재미있는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죠. 물론 주전자에 침지를 진행하는 아이디어 자체가 사람들에게 재미있는 퍼포먼스가 될 것 같다는 생각도 했지만, 추출과 필터링을 위한 와류 생성에 최적이라는 발상에 가장 적절한 도구라는 결론이었습니다.
처음으로 추출해본 커피의 맛은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아니! 대단히 잘 조절된 물줄기보다 오히려 현격히 나은 면도 있었는데요. 실험해본 몇몇의 커피들은 꽤나 괜찮은 맛으로 표현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하리오 주전자와 함께, 뚜껑에 결속할 수있는 온도계를 마련했습니다. 온도계를 통해서 침지가 되고 있는 상황을 상당히 정확하게 모니터링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추출 방법을 CEM(Coffee Explorerer’s Method)으로 가칭했는데요. 그 모습은 다음의 영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 하리오 주전자는 꽤나 많은 시련과 사연을 만들어주는데…. 그 이야기는 나중에 더 하도록 하죠.
추출에서의 와류
최초에는 손으로 주전자를 10회 정도 흔들어서 주전자 내부에서 물의 흐름이 만들어지게 했습니다. 물론 와류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회전력이 충분치 않을 수도 있는데요. 원두와 물을 균일하게 섞어서 추출의 편차를 줄여주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필터링 도구의 선택
어느 정도 추출이 끝나는 시점을 결정하면 드리퍼 위에 부어서 필터링을 진행하기로 했는데요. 가급적이면 필터링이 빨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필터링을 하는데 시간이 더 길어지면 커피의 온도는 더 식을테니 말이죠. 그래서 선택하게 된 것은 하리오 v60였는데요. 평소에도 가장 즐겨사용하는 플라스틱 드리퍼를 사용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최초의 레시피
최초의 레시피는 원두 16g, 물 230g을 사용하는 것이었는데요. 단 번에 주전자 내에 있는 모든 추출물들을 드리퍼 위에 부었을 때 빠른 회전이 일어나기도 했고, 드리퍼 위에서 넘칠듯이 가득 찬 모습이 아슬아슬한 긴장을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원두가 2배가 조금 넘는 양의 물을 흡수하기 때문에 실제로 최종적인 컵에는 약 190g 정도의 커피가 남게 되는데요. 이 정도의 양이면 대회에 사용할 컵이 무엇이든 무리 없이 잔을 어느 정도 채울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다음 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