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찾는남자 / Coffee Explorer
커피찾는남자의 탄생(?) 본문
커피찾는남자의 탄생에는 세 개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 우연히 잡지에서 향수에 대한 글을 읽었습니다. 코로 맡아야 할 향기를 글로 읽고 있자니 그 향기가 너무 궁금해서 화장품 가게에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그 곳의 점원은 중학생 남자 아이에게 그리 친절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신문 배달을 해서 자전거와 향수를 샀던 것이 이 이야기의 시작입니다.
고교 시절에는 가지고 있던 향수를 섞어서 나만의 향수를 만드는 취미 생활을 했습니다. 가끔은 친구들에게 새로운 비율로 만든 향수를 자랑하는 것이 즐거움이었죠. 같은 시기에 원두 커피 역시 처음 만나서 온기에 실린 아로마가 주는 위안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커피가 가진 매력을 알게 되면서 20살에는 다양한 분쇄 커피와 가향 커피 10여 종을 사서 매일 같이 내려서 즐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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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새벽 5시에 일어나 호텔에 빵을 납품하는 일을 했고, 동시에 노량진 정진학원에서 근로 장학생으로 근무하며 수능 공부를 했었죠. 군대를 제대하고 또래들 보다 5년 늦게 대학을 들어가기 위해 ,1년 반 가까이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4시간을 자며 버텼던 그 때.
그렇게 열심히 일하며 공부했던 어느 날, 옆 집에 살던 한 친구의 죽음으로 공부를 중단할 뻔도 했는데...결국 목표는 잃었지만 자리를 꿋꿋이 지켜서 대학에는 들어가는데 성공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힘들게 들어간 대학을 1학기만 다니고 휴학했습니다.
하늘을 날고 싶은 마음에 조종사가 되는 길을 찾다 결국 현실적인 여건이 맞지 않아서 포기하게 되었는데요. 다시 학교로 돌아가야 했던 시절 학비를 위해 시작했던 일이 커피숍 운영(풀타임)과 사운드 엔지니어(주말 파트타임)였습니다.
두 개의 직장과 대학 공부로 인해 여전히 많은 잠은 사치였지만, 세계일주 여행을 할 수 있었던 꿈과 같은 보상도 있었습니다.
첨부한 사진은 매일 4시간을 자며 일하고 공부해야했던 어느 날, 힘들던 삶에 대한 보상인 듯 보았던 새벽녘의 환상적인 풍경입니다. 같은 시간 타워 안에 있었다면 어떤 모습을 볼 수 있었을까요? 더 좋은 카메라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무척이나 아쉬운데 원본마저 소실되어버렸네요. 재개발로 사라진 아현동 달동네 옥탑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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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매일 미친듯이 피곤했고 힘들게 버텼던 당시, 옆 자리 지켰던 5살 어린 동생을 오늘 페이스북에서 재회했군요. 지나간 시간 동안 단 한 순간도 빼놓지 않고 최선을 다해 뛰어온 것 같은데 아직도 가진게 많지는 않습니다. 떡하니 내놓을만한 성취는 없지만 여전히 과거만큼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 인생이야 앞으로도 늘 치열할 것 같은데...다만 앞으로 이 땅을 살아갈 후배들은 그래도 저보다는 덜 치열해도 살아갈 수 있는 생태계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커피찾는남자의 탄생, 나머지 하나의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