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이야기

온도에 따라 분쇄도(분포 특성)가 달라진다

Coffee Explorer 2016. 8. 13. 15:08

앞 선 글에서 미분에 대한 관점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드렸는데요. 사실 제가 소개했던 논문의 주제는 커피 분쇄에 있어서 생두의 산지와 온도의 영향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미분에 대한 소개를 충분히 하기 위해서 온도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었는데요. 이번 글에서는 온도에 따른 분쇄도의 차이에 대한 내용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해당 글을 아직 보지 못한 분은 그 글을 먼저 읽고, 이 글로 돌아 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커피 논문, 미분이 커피 추출의 주역이었을까?


원두의 온도

바리스타들은 그라인딩을 하면서 외부의 온도나 습도, 사용하는 원두에 변화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에스프레소 추출이 상당히 큰 폭으로 변화하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겁니다. 이를 두고 10년 전 만해도 대부분 그 원인을 '날씨'의 변화에 따른 것으로만 여겼는데요. 또 다른 중요한 원인을 사람들은 '온도'에서 찾고 있습니다.


그라인더를 단 시간 안에 많이 사용하다 보니, 발생하는 열로 인해 금속이 팽창하기 때문에 입자 분포에 변화가 생긴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원두의 온도에 따른 분쇄도 차이가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앞 서 소개한 논문에서는 액화 질소, 드라이 아이스, 냉동, 실온 환경에 보관된 원두를 ek43 그라인더로 분쇄하고 그 결과를 그래프로 표현한 것인데요. 그라인더의 분쇄도가 같은 상황이지만 원두의 온도가 낮을 수록 보다 입자들이 보다 작고, 집중된 분포를 하고 있습니다.


이 결과가 분명한 경향성을 보여주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실온에서 보관된 실험군 1개를 제외하고는 일상적인 보관 상황에서의 분쇄도 차이와는 거리가 먼 것 같습니다. 그나마 우리가 해볼 수 있는 실험은 냉동 된 원두와 실온에 있는 원두를 각각 같은 분쇄도로 비교해 볼 수 있을 텐데요. 냉동된 원두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분쇄 원두의 최종 입자 온도에 따라서 추출하는 물의 온도를 보정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만약 실온에서 5-10도 정도의 원두 온도 차이가 나는 실험군이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과연 이 그래프를 통해서 추정할 수 있는 차이가 한 잔의 커피로 만들어졌을 때 사람의 혀가 쉽게 분별할 수 있는 차이일지는 의문입니다. 절대적 차원에서 차이가 있지만 실제 보편적 인간 혀의 역치를 넘어서지 못하는 차이는 크게 의미 있는 내용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이런 부분은 저도 개인적으로 좀 더 테스트를 진행해보려고 합니다. 위 실험의 예를 너무 곧 대로 적용한 경우에 오히려 커피 맛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습니다. 원두를 냉동 보관하는 시기에 따라 필요한 디게싱이 충분히 않아서 추출이 잘 되지 않거나, 숙성이 덜 일어나서 맛이 긍정적이지 않는 것 등이 그런 예시가 될 것 같습니다.



파츠를 일정한 열로 가열하는 그라인더

한편, 빅토리아 사가 제작한 미토스원 그라인더는 이런 부분(온도에 따른 분쇄도의 차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기술적 해답을 제공하려고 시도합니다. 원두의 온도에 따른 입도 분포 차이 외(실상황에서 그것이 존재한다면)에 그라인더 발열로인한 입도 분포의 차이를, 파츠에 대한 보온과 냉각을 통해 일정한 온도(35-45도)로 보정하는 것입니다.


호주의 맷 퍼거는 이런 방식이 원두의 온도를 높여서 분쇄 시 원두의 표면적을 감소 시키기 때문에 좋지 않다는 의견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제품의 개발 과정에 참여했던 3FE의 콜린 하몬(Colin Harmon)은 20-80도의 온도에서 입자 분포 변화는 거의 없는 것에 가깝다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에디터의 의견

정확한 원인이 어디에 있던지 에스프레소 머신이 그 압력과 온도 면에서 적은 편차로 작동하고 있었다고 한다면, 전통적 그라인더들이 연속 추출 상황에서 상당한 편차를 보여주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바리스타들은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도 다양한 노력을 할 것입니다.


한편, 미토스원 그라인더는 가열되는 부속과 접속하는 부분에서 상온보다 높은 온도에서 원두가 장시간 노출되며 커피 향미의 손실될 가능성이 있는데요. 제조사 역시 강제 보온 기능은 바쁜 매장에 한해 그 기능을 활성화하고,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기능을 비활성화 할 것을 권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원두의 분쇄 환경, 특히 원두 보관 온도 및 그라인더 부속의 온도에 까지 다양한 변수를 고민하고, 편차를 줄이려는 다양한 시도들을 보면서 날이 갈 수록 커피와 관련한 기술이 발전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새로운 트렌드라고 다 따라갈 필요는 없지만, 근거가 있는 합리적 변화에 대해서는 한국의 바리스타들도 적극적으로 반영했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영향력이 강력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과하게 경도되기 보다는 항상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한 채, 찬반 양론을 충분히 살펴보는 가운데 자신의 입장을 정리할 수 있는 분별력을 키워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넘쳐 나는 정보 속에서 방향을 잃기 쉬울 것 같습니다.




원두의 보관에 대해서는 별도의 글을 통해서 다시 한번 구체적으로 저의 의견을 표현하려고 합니다. 너무 섣부르게 냉동실로 모든 커피 원두를 이동하시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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