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찾는남자 / Coffee Explorer
커피찾는남자 팝업카페 후기 본문
지난 주 목-토에 서울숲역 인근 성수 스타우트에서 커피찾는남자 팝업카페가 열렸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성수동의 조용한 골목까지 찾아와주셔서 반가운 만남들을 가졌습니다. 어느새 1주일의 시간이 흘렀는데요. 사진들과 함께 팝업카페 후기를 전하려고 합니다.
성수 스타우트의 입구를 못 찾아서 돌아가신 분도 있다고 들었는데요. 입구에는 이렇게 제 네임카드가 자그맣게 붙어 있었어요.
팝업카페의 분위기를 이런 느낌이랄까요. 이 사진은 마지막 날인데 찾아오시는 분이 많다고 공지를 올렸더니, 토요일은 12시에 잠깐 바쁘다가 오후 내내 여유가 있었죠. 커피를 만들고 있는 제 모습도 살짝 공개...^^
브루잉을 위한 드리퍼와 서버는 하리오, 주전자는 이름모를 국내 제품이었습니다. 정확하게 무게를 측정하기 위해 ACAIA 저울을 세팅했습니다.
이번 팝업카페의 메인 장비는 코만단테 핸드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커피는 코만단테를 사용했답니다. 남성 손님들은 셀프로 분쇄를 하셔야 했고, 여성분은 제가 직접 분쇄를 했죠. 이번에 주로 사용한 브루잉 방식의 특성상 분쇄도가 상당히 가늘었기 때문에 여성분들이 직접 갈기는 조금 어려울 수 있었거든요.
대부분 1잔을 위한 커피는 스푼을 이용해서 젓는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미국의 스캇라오나 호주의 맷퍼거를 통해 많이 알려진 방법이구요. 한국의 홍찬호 바리스타의 추출 방법과도 유사합니다.
하리오 드리퍼는 하단의 배수구가 크고 구조상 물 빠짐이 빠르고, 따라서 원두와 물이 접촉하는 시간이 짧은 편인데요. 미세한 분쇄도를 통해서 원두의 표면적을 넓혀서 물과 직접 접촉하는 체적을 크게 가져가면서 스푼을 이용해서 충분히 물과 원두고 고르게 섞이도록 했습니다.
어떤 분들은 이렇게 모서리를 따라 물을 붓는 모습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하기도 하셨는데요.
모든 커피를 이런 방식으로 내리지는 않았었구요. 준비한 총 8종류의 커피 중에서 손님의 취향에 따라 각기 다른 방법의 추출 목표를 가지고 커피를 만들었습니다. ^^
이번 팝업카페는 일단 글로만 전하던 커피에 대한 저의 생각들을, 실제 커피를 통해 맛볼 수 있도록 오프라인에 기회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다양한 커피가 준비되긴 했지만 분명 로스팅 포인트가 높지는 않은데 산미가 과하게 도드라 지지 않게 신중히 균형을 맞춰서 추출을 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두가지는 로스팅 이후의 원두 보관과 적정 시점에 추출을 하기 위해서 계획 속에서 원두를 준비했구요. 약 1주일간 보관하는 가운데 원두를 숙성(약간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하고 원활하게 추출이 일어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다음으로는 목넘김이 좋은 농도와 원두가 가지고 있는 좋은 맛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수율을 맞추기 위해서 아침부터 섬세하게 세팅을 하고 여러 차례 맛을 보며 그 날의 레시피를 설정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굴절계 등의 장비를 이용해서 추출 이후에 수시로 점검을 했구요. 정확한 추출을 위해서 저울과 온도계로 측정 가능한 수치들을 최대한 통제해가며 커피를 만들었습니다.
커피가 맛있었는지는 팝업카페에 오셨던 분들만 아시겠죠? 개인적으로 흔한 가정용 도구를 사용하되 원두를 잘 관리하고, 추출 상황들을 가능한 꼼꼼히 맞춰서 가정에서도 경험할 수 있는 맛의 상한선을 가능한 보여드리고 싶었답니다.
여러 커피 회사의 대표님들도 방문하셨기 때문에 여러 차례 설명하기도 했지만, 제가 이번에 사용한 20만원대의 그라인더가 아니라 300-400만원급의 상업용 그라인더였다면 아마도 훨씬 더 깔끔한 맛을 표현하기 쉽지 않았을까 합니다.
팝업카페는 애초에 계획했던 여러 가지 부분을 충분히 채워준 시간이었습니다. 금요일에 상당히 많은 분들이 찾아주셔서 제법 정신없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지만 토요일에는 의외로 여유있는 시간이어서 편안한 분위기 가운데 이런 저런 이야기를 찾아오신 분들과 나눌 수 있었답니다. 다음 번에도 제가 준비한 커피를 여러분과 직접 나누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좀 더 자주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네요.
찾아와주신 분들께 참 감사하구요. 장소를 협조해주신 성수스타우트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커피를 잘 볶아주신 로스터님들과 멋진 사진을 남겨주신 블로거 칼슘과 철(https://www.facebook.com/cafelcium)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