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찾는남자 / Coffee Explorer
까페 창비 / 창비가 운영하는 망원동 카페 본문
커피가 문학의 영역과 상당히 깊숙이 맞닿아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 아닐까요? 그동안 문인들이 커피를 가까이 했던 것은 절절히 설명할 필요도 없다 싶습니다. 독특하게도 한국의 대표적 커피 회사인 동서식품은 동서식품은 동서커피문학상을 격년으로 개최하고 있습니다. 1973년 주부 에세이로 출발했던 것이, 1989년 동서커피문학상으로 명칭을 바꾼 이후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으니 상당한 역사와 진정성이 있지 않을까 늘 생각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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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동시대의 문화를 담아내는 언어 예술이라면, 커피는 삶의 향기를 나누는 가교의 공간인 카페와 함께 인간의 이성과 감성을 동시에 자극하는 독특한 음료라고 생각하는데요. 세상을 통찰하는 이성과 예술적 감성을 북돋워 주는 커피에 대해 문인들이 애호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한국에서의 카페의 성장과 함께 출판업계가 운영하는 카페 공간들도 여기저기에 생겨나고 있습니다. 문학동네가 운영하는 카페꼼마는 이미 많은 사람이 찾는 명소가 되었죠. 카페꼼마와 함께 빵꼼마라는 공간은 과거 제가 소개한 적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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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잘 알려진 창작과 비평에서도 직접 운영해오던 카페가 있습니다. 2012년 서교동에 문을 열었던 것을 얼마 전 새로운 장소로 옮겨서 재단장한 까페 창비를 커피찾는남자도 다녀왔습니다.
카페 공간의 구성에서 가장 중요한 컨셉은 중앙에 위치한 북 큐레이션 서가를 중심으로, 여러 개의 서가와 좌석의 레이어가 둘러싼 모습은 마치 나무테와 같은 느낌을 줍니다. 문학동네가 운영하는 카페꼼마가 갖는 서가는 위압적일 정도로 상징적인 웅장함이 특색이라면 까페 창비의 서가는 부담 없이 손이 닿을 수 있는 낮은 서가들 사이를 골목길처럼 지나가며 책을 볼 수 있는 편안함이 있습니다.
커피 외에도 슬로우 브레드로 알려진 브랜드 '꽃밀'이 입점해서 정제설탕, 버터, 우유, 계란을 사용하지 않은 빵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이태원 수제맥주인 크래프트 웍스의 생맥주 4종이 더해져서 커피는 물론 간단한 식사와 음주까지 가능한 공간이 되었습니다.
예약제로 운영되는 미팅룸이 있는가 하면, 개인적으로는 1인 좌석이 가장 재미있었는데요. 테이블 아래로 노트북을 위한 전원 연결이 되어 있어서 1인 카페족에게는 꽤나 매력적인 공간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 전 드라마로 화제를 모았던 '송곳'도 창비를 통해 출판되었는데요. 송곳 책은 물론 머그컵도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제 기억에 1만원 이상 구매 시 증정 이벤트가 있었던 것 같네요.
아무래도 2015년 있었던 신경숙 작가의 표절 문제 이야기를 빼놓을 수야 없겠죠. 좀 더 세련되고 적극적인 태도로 문제를 인정하고, 공론화를 통한 발전을 시의적절하게 모색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입니다. 백낙청 ’창작과비평‘ 편집인이 지난 8월 신경숙 표절과 관련, 남겼던 “신경숙 단편의 문제된 대목이 표절 혐의를 받을 만한 유사성을 지닌다는 점을 확인하면서도 이것이 의도적인 베껴쓰기, 곧 작가의 파렴치한 범죄행위로 단정하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는 발언은 저에게는 모호하게 들리기만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한국 문학의 산실로 긴 시간 역사를 이어온 창작과 비평의 역할에 감사한 마음과 함께 미래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인 집단의 자부심과 함께 이제는 공론에 귀기울이는 것은 물론, 창작과 비평이 도리어 대중에게 배울 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문인이라는 독특한 자부심이 그간 자칫 대중과의 거리를 스스로 벌리는 방식으로 당신들만의 담장을 쌓는 경향이 있지 않나 걱정스러운 마음도 있습니다. 이번에 새로이 준비된 카페 공간을 통해 나날이 담장을 허물어 가는 창작과 비평이 될 수 있기를 커피찾는남자는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까페창비: 서울 마포구 서교동 475-35번지 서교동 창비서교빌딩 1층
운영시간: 월~토 08:00~23:00 / 일 09:00~23:00
전화 : 02-322-8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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