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찾는남자 / Coffee Explorer
코만단테 그라인더(COMANDANTE GRINDER) | 핸드밀 그라인더의 끝 본문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어디서든 즐기고 싶고, 아끼는 것이 있다면 어디든 들고 다니고 싶어집니다.
커피를 좋아하게 되면서 많은 카페를 방문하게 되었고 준비한 커피를 사람들과 나눠 마시는 일들이 자주 생기게 되었는데요.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좋지 않은 그라인더 때문에 커피가 제대로 된 맛을 내주지 못한 때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예 괜찮은 핸드밀 그라인더를 들고 다니는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 좋은 제품이 없을까 고민하며 찾고 있었습니다.
사실 저에게 핸드밀 그라인더는 어디까지나 특수한 상황 속에서의 일시적 대안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간혹 핸드밀 그라인더의 커피를 갈아내는 소리와 손의 감각 또한 커피의 맛이고, 커피를 내리는 즐거움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의 경우는 조금 특별한 예외라고 할 수 있겠죠.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집에서는 전동 그라인더를 장만하게 되고, 이런 조건에서 외부에서 커피를 만들어마실 때 찾게 되는 것이 핸드밀 그라인더인 경우가 많죠.
그러나 특수 상황 혹은 임시적 대안을 훌쩍 넘어서는 훌륭한 핸드밀 그라인더 코만단테(COMANDANTE)를 찾게 되었습니다.
이미 한국에서는 몇 년 전부터 구입하고 싶었지만 재고가 없어서 구하기 어려웠고, 개발자는 퀄리티에 대해 아직 만족하지 못해서 품질을 더 향상 시키느라 한동안 개발을 계속하고 있는지 소식조차 접하기도 어려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던 중 2015 서울 카페쇼에서 다시 코만단테가 판매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그라인더의 외형은 거의 동일하지만 부속품은 거의 전부 달라졌다고 했을 정도로 완성도를 높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실물을 보러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판매원은 그동안 코만단테를 한국에 알려왔던 카페 솔루션이었죠. 이번 카페쇼 간 카페 솔루션은 엘카페와 한 부스에내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전시를 진행하고 있었는데요.
부스를 방문했던 날 깜짝 놀랐습니다. 코만단테 그라인더의 제작자 Bernd Braune 이 카페솔루션 부스에서 코만단테 구입자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었습니다. 저도 현장에서 구매를 하게 됐는데 짧은 영어도 제작자와 대화를 하다보니 생각보다 마음씨 좋은 동네 형 같은 모습에 이끌리게 되고, 국적과 나이는 달라도 이내 친구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꼈습니다. 남들은 다 싸인을 받아 가는데 왠지 친구끼리 싸인을 받는 건 어색한 것 같아서 저는 싸인을 받지 않았죠. ^^
박스는 전에 비해 길쭉한 형태로 바뀌었는데요. 그라인더 세트와 별도로 1개의 원두 보관함(뚜껑 포함)이 들어 있습니다. 박스셋의 사진은 조금 진부하니 여러분의 상상에 맡깁니다. (사실 깜빡하고 안 찍었는데....다른 사진도 많으니 그냥 생략하기로 합시다. 하하-)
집에 와서 전작 코만단테와 나란히 세워보았습니다. 어느 쪽이 신형일까요? 약간의 힌트가 있긴한데 맞출 수 있는 분은 거의 없으실 듯 하니 바로 답안 공개!
왼 쪽이 신형, 오른 쪽이 구형 코만단테입니다. 외형으로는 별다른 차이를 찾기 어렵죠?
아래 원두 보관통을 떼내면 바뀐 부분을 확연하게 비교할 수 있습니다. 가장 선명한 차이는 색상이겠지만, 가장 큰 차이는 칼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형의 칼날은 동그런 끝 부분이 몹시 날카로운 편인데요.분쇄도를 격하게 돌리다가 칼날 부분에 손 끝이 베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심하세요!
카페쇼 둘쨋 날에 코만단테 신형 구입자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너도나도 손을 베었음을 자랑스럽게 보여주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만큼 정교하게 가공되었습니다.
역시나 왼쪽이 신형이고, 칼날의 형태는 눈으로 보이는 것만으로도 확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칼날은 물론 내부에 사용된 모든 재질들이 최고급이고 인체에 해가 없다는 류의 설명을 들었는데 영어로 대화를 하다가, 통역을 통해 설명을 듣느라 모든 구체적 설명들이 기억 나지는 않습니다.
이제부터 신형 위주로 사진을 좀 더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사진은 가장 분쇄도를 작게 조인 상태에서 2-3단계만 넓힌 것인데요. 이 상태에서도 칼날의 부딪힘이 없이 무난하게 원두를 갈아냅니다.
이 때 만들어지는 분쇄도는 매우 작아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기에 충분합니다. 더구나 여러 단계로 미세한 분쇄도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에 엔코, 페이마 등의 전동 그라인더와 비교해도 커피 분쇄에서 코만단테가 장점을 가집니다.
기존의 다른 핸드밀을 사용하셨던 분은 "핸드밀로 에스프레소용으로 커피를 분쇄하는 건 미친 짓이다"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코만단테의 전 모델에 비교해서도 놀라울 정도로 이번 신형 그라인더는 더 부드럽게 분쇄가 됩니다. 물론 이 정도 분쇄도에서는 손에 상당한 힘이 실립니다. (이 경우에는 그라인더를 몸에 가까이 붙이고 돌리는 것이 훨씬 유리합니다.)
TIP
분쇄도가 가늘 때는 핸드밀을 돌리기가 많이 어려운데 이 때 원하는 양의 원두를 3회 정도에 나눠서 분쇄하면, 힘이 훨씬 덜 듭니다.
다양한 분쇄도의 샘플을 보여드릴까 했지만 사진으로 정확한 전달이 어려운 편입니다. 확실한 것은 동 가격대 전동 그라인더 대비 확실히 우수한 분쇄 균일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용하며 추출 수율을 측정해보니 분쇄 입자 분포가 고른 편이기 때문에 상당히 커보이는 분쇄도에서도 무난하게 18-20%의 만들어낼 수 있어서, 같은 수율에서도 다른 제품 대비 깔끔한 맛을 내줄 수 있는 장비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특히나 이 쪽의 날 가공이 더욱 아름다웠는데요. (원두 분쇄 후 깨끗히 청소를 하지 않고 사진을 찍어본 것은 나름의 컨셉이었습니다.ㅎㅎ) 제조자가 레이저를 이용해서 정교하게 다듬었다고 설명하며 뿌듯해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물을 이용한 세척이 가능한 것이 주목할만한 점인데요. 웬만해서 녹이 슬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그래도 사진에 보이는 각도 보다는 반대쪽(윗 부분)에서 아래로 물을 붓는 것이 물을 원활하게 밖으로 배출해서 구조적으로 물이 고여있지 않게 도와줄 것 같습니다.
이건 좀 더 늦은 시간에 도시의 불빛을 배경삼아 찍어본 사진입니다.
사진 제목 : 이래도 안 사고 싶으세요?
코만단테의 칼날은 비유하자면 마치 진흙탕을 거칠게 헤치고 용맹스럽게 전진하는 특수부대 요원 같다고 해야 할까요?
정확하게 가공되어 날이 선 모습이 왠지 고독해보이기 까지 합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햇살 속에 빛나는 완벽한 그라인더는 남성들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합니다. 생각해보세요. 캠핑장에서 아침을 맞으며 코만단테를 이용해 커피를 내리는 당신의 모습을.
분쇄도 조절은 가운데에 달리 부속을 돌리면 한 스텝을 옮길 때마다 딸깍 소리가 나면서 다음 분쇄도로 넘어갑니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사진 중 하나입니다. 코만단테 그라인더 우드 버전의 마감이 잘 표현되었는데요. 구형에 이어 신형에도 스틸버전이 동시 발매되었습니다. 스틸버전은 세척에 조금 더 용이한 편입니다. 나무는 아무래도 직접 물에 닿게 되면 후에 건조되는 과정에서 나무의 팽창과 수축이 반복된다면 금이 갈 가능성도 있을지 모릅니다. 우드 버전도 세척이 가능하지만 저라면 섬세하게 내부에만 물을 흘려내리면서 세척을 하겠어요.(굳이 해야한다면) 사실 저는 그냥 솔로 털어내고, 가끔 키친타올로 닦아내면서 사용합니다.
made in Germany 라고 써있는 부분을 볼 때면 독일 장인의 까다롭고 꼼꼼한 손길을 기억해보세요.
크기는 성인 남성이라면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손에 쥘 수 있습니다. 물론 평균적으로 독일인이 한국인보다 손이 좀 더 큰 편이기야 하겠지만 사용하는데 전혀 부담이 없습니다.
사실 전 버전만 하더라도 갈릴 때 손에 상당한 힘을 주며 손잡이를 돌려야 했기 때문에 몸통의 둘레가 조금 더 줄어들었다면 좋겠다 생각을 했었는데요. 업그레이드 된 칼날 덕분에 손에 들어가는 힘은 줄어들었고, 이런 변화로 인해서 몸통의 크기는 동일함에도 사용하기에는 훨씬 좋아졌습니다.
마무리
코만단테 우드 버전의 가격은 28만원으로 사실 상당한 금액입니다. 같은 가격에 전동 그라인더를 구입할 수 있으니 사실 비싼 핸드밀 그라인더를 구입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고 그건 저마다 생각하기 나름이겠죠.
다음과 같은 분들께 코만단테는 완벽한 답이 되는 제품인 것 같습니다.
1. 나는 이동식 그라인더가 필요하다.
2. 가정에서도 손으로 원두를 갈면서 느껴지는 낭만과 여유를 즐기고 싶다.
3. 미세하게 조절되는 그라인더가 필요하다. (에어로프레스, ROK 프레스, 에스프레소를 위해)
칭찬 일색으로 사용기를 올릴 수 밖에 없을 만큼 오랜 시간 고집스럽게 제품의 완성도를 높여간 제작자 Bernd Braune와 한국에 좋은 제품을 소개해준 카페솔루션에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다만 딱 하나 아쉬운 점이라면 신형 코만단테의 사용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손 끝에 가벼운 부상을 입는 것 같은데요. 너무 날카롭게 칼날을 가공한 탓이니 단점이라기 보다는 장점일 수도 있고, 그래서 나름대로는 훈장삼아 사람들에게 자랑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구조적으로 해결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긴 했지만, 좀 더 고민해보니 제작 구조상의 문제라던지 그럴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또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생각에 도달했습니다. 결국 최종적 결론은 현재의 형태가 최선이라는 답을 제작자도 얻은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코만단테 그라인더 소개는 여기까지입니다.
코만단테 이상의 핸드밀 그라인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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