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이야기

커피는 수확 후 어떻게 가공될까?

Coffee Explorer 2014. 12. 3. 21:06

커피 시장이 분화하면서 일반인들이 알아듣기 어려운 표현들이 커피숍에 더 많이 걸려 있기 시작합니다. 옛날에는 그냥 에티오피아, 브라질, 콜롬비아 등의 나라 이름만 알면 됐는데, 이제는 에티오피아 중에서도 예가체프냐 시다모냐 라는 선택을 해야 하니 일반인들에게 어쩌면 이런 질문은 좀 당황스러울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서 내추럴 프로세스, 워시드 프로세스 등등 어려운 단어들이 등장해서 머리를 아프게 만드는데요. 오늘은 커피의 생두를 가공하는 과정을 가장 쉽게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사진 출처 http://www.sweetmarias.com/roasted.pict-guide.php>


먼저 생두는 이런 모습입니다. 열매인 커피가 열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녹색이었던 커피가 시간이 지날수록 빨갛게 변했다가 결국에는 포도처럼 짙은 색으로 변하고 결국에는 썩어버리게 됩니다. 옐로우 버번이라는 품종의 경우 잘 익을 수록 노란색을 띈 답니다. 가운데쯤 있는 빨간색이 잘 익은 것 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아직 설익은 상태인데요. 네번째 사진이 잘 익은 커피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진 출처 http://www.sweetmarias.com/roasted.pict-guide.php>


이번에는 잘 익은 생두를 한번 살펴볼까요? 가장 왼쪽에 있는 형태 그대로는 우리가 즐기는 커피로 만들수가 없어요. 왜 그럴까요?




1. 생두를 가공해야 하는 이유.


현재의 생두 상태는 많은 수분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커피 생산 국가에서 소비 국가로 이동하는 동안 부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게다가 심으면 그대로 발아할 수 있는 '종자'로써의 가치가 높기 때문에 해외로 밀반출을 시도하다가 적발되면 곤란한 일을 겪을 수도 있답니다.^^ 생두 상태에서는 무게도 너무 무겁기 때문에 해외로 배송하기 전에 산지에서 최소한의 가공 공정을 거치게 되는데요. 생두를 수확하고 나서 껍질을 벗기고 균일하게 말리는 후가공 작업을 통틀어서 그냥 가공(process)이라고 부르게 됩니다. 생각보다 가공 방식에 따라서 맛에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그만큼 오늘날에는 사람들이 가공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됩니다.




2. 가공 하는 방식의 종류


가장 크게 가공 방식은 두 종류로 나누게 됩니다. 생두의 가장 바깥 부분에 있는 과육을 벗기고 말리느냐, 벗기지 않고 말리느냐의 차이라고 보시면 간단합니다. 과육에는 상당한 양의 수분과 당분이 포함되어 있는데요. 과육을 벗기지 않고 말리게 되면 과육이 가지고 있던 단맛의 일부가 생두로 스며들게 됩니다. 반면 자칫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경우에는 커피의 맛을 오히려 해칠 수도 있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3. 내추럴 방식 (자연건조)


과육을 제거하지 않고 그냥 말리는 방법을 자연 건조, 그래서 내추럴 프로세스라고 부른답니다. 혹은 물을 쓰지 않는다고 해서 과거에는 건식법이라 부르기도 했었답니다. 설명을 듣고 나니 참 쉽죠? 이 방식의 장점이라면 그냥 햇볕에 말리면 되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가공하기가 쉽습니다. 고산 지대에 있다보니 물이 항상 부족한 커피 산지에서는 과거 내추럴 방식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나 문제가 있다면 기후/자연을 인간이 컨트롤할 수 없다는 것이겠죠. 커피를 수확하고 말려야 하는 시기에 비가 온다면 해당 커피는 적당한 시간동안 제대로 건조되지가 않아서 좋지 않은 맛과 향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사진 출처 : http://www.coffeexperts.eu/wp-content/uploads/2013/06/natural.jpg>


내추럴 커피는 상대적으로 단 맛을 더 가지고 있는 것이 장점이라면, 자칫 맛이 조금 지저분하거나 품질에 있어서 균일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단점이지요. 한편, 요즘 아예 소량을 내추럴 방식으로 가공하는 곳들도 있는데요. 이런 커피들은 아주 독특하고 희귀한 향을 강한 강도로 내뿜는 커피일 확률이 높답니다. 위의 사진이 내추럴 프로세스 중인 커피인데요. 빨갔던 생두가 거의 검을 정도로 색깔이 변했죠?




4. 워시드 방식 (수세식)


<사진 출처 : http://www.ethicalbean.com/2011/06/06/drinking-off-the-menu-by-aaron-de-lazzer/>


과육을 제거한 다음에 말리는 방식인데요. 문제는 과육을 제거한 다음에 그 안에 있는 끈적한 성질의 점액질을 제거하지 않으면 쉽게 먼지나 흙이 묻어서 깨끗하게 건조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과육을 제거한 상태에서 생두를 수조에 담궈서 일정 시간을 담구거나 기구를 사용해서 점액질을 제거합니다. 이후에 파치먼트라고 불리는 일종의 껍질을 제거해서 최종적인 상품으로써의 그린빈이 되는 것입니다. 워시드 방식은 모두 동시에 물로 씻은 다음 건조하기 때문에 한번에 가공하는 생두들의 품질이 비슷하고, 상대적으로 깔끔한 맛을 내는 장점을 가지고 있답니다.





자 여기까지 잘 따라오셨나요? 간단하잖아요. 과육을 벗기지 않고 말리면 내추럴, 과육을 벗기고 씻으면 워시드 프로세스! 자, 여기에서 멈추지 말고 아주 조금만 더 나아가 볼까요?




5. 허니 프로세스, 펄프드 내추럴 프로세스


내추럴 프로세스의 장점은 관리하기는 까다롭지만, 더 강한 단맛과 향을 가질 수도 있다고 했는데요. 한편 워시드 커피도 균일한 품질과 깔끔한 맛을 내는 장점이 있었죠? 허니 프로세스, 펄프드 내추럴 프로세스는 이 두가지 방식의 가운데에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는데요. 어느 정도 두 방법을 섞어 둔 것이랍니다. 과육은 벗기고(이 작업을 펄핑이라고 합니다.) 점액질은 씻어내지 않고 말려서, 건조하는 중에 점액질에 있는 단 성분들이 생두에 베어들게 하는 것입니다. 이 프로세스를 거친 생두들은 마치 꿀과 유사한 단맛이 첨가되는 경향이 있어서 이를 두고 허니 프로세스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커피에 꿀을 바르는 프로세스라고나 할까요?




6. 기타 관련 용어들


이외에도 몇 개의 용어들이 더 있는데요.

Semi-washed (세미워시드) : 물이 부족한 지역에서 전량을 모두 수세식으로 가공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부는 내추럴 프로세스가 섞여 있는 경우를 일컷는 표현입니다.


그 외에도 생두에서 부정적인 향미는 나지 않으면서도 더 단맛을 많이내고, 향미를 깊이있게 내기 위해서 건조 기간을 늘일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통해 다양한 세부적 프로세스가 만들어지고 있는데요. 하루는 덮개를 덮고 말렸다가, 하루는 덮개를 걷어서 말리는 작업을 통해 건조 시간을 조절하는 프로세스도 있답니다.





오늘은 생두를 가공하는 방법, 프로세스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요. 동네 커피숍에 가시면 "이 커피는 어떤 프로세스에요?"라고 물으시면서 응용해보셔야죠? 그렇다고 다양한 생두를 섞어서 사용하는 에스프레소 주문하시면서 물으시면 곤란하겠죠? 되도록이면 따지려는 태도가 아니라 '프로세스에 대해 더 알고싶다'는 태도로 질문을 하신다면 커피숍 사장님도 여러분께 기쁜 마음으로 더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주지 않으실까 싶군요.


오늘 기억하셔야 할 내용을 가장 짧게 요약하면, '과육을 벗기고 말렸느냐 벗기지 않고 말렸느냐, 아니면 그 중간이냐' 겠죠? 이해하고 떠나시는거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