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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즈 존(No Kids Zone)? 원인은 부모에게 있죠 본문

커피와/이야기

노키즈 존(No Kids Zone)? 원인은 부모에게 있죠

Coffee Explorer 2014. 10. 27. 20:28

일전에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 개인 카페 오너가 올렸던 개인적 차원의 간단한 통계가 인상적이어서 스크랩을 해둔 기억이 있습니다.


미취학(으로 보이는) 아동, 아기를 데리고 오신 분들에 대한 통계

실시 장소 : 수도권 도시 중 고급 상권의 개인 카페 (54평 규모)


1. 기저귀를 대놓고 교체한 경우 : 13% (테이블, 의자에 아기 올려놓고)

2. 쓰레기(과자봉지, 물티슈 등) 놓고 간 경우 62%

3. 기저귀를 버리고 간 경우 : 9% (대/소변에 대한 구체적 분류는 실시X)

4. 외부 음식을 꺼내놓고 드시거나 아기를 먹인 경우 : 71% (이유식 제외)

5. 외부 음식으로 인해 테이블을 빼서 바닥을 쓸어야 했던 경우 : 48%

6. (걷는) 아이가 신발 신은 채로 소파, 테이블에 올라간 경우 : 41%


물론 이것은 한 명의 카페 오너가 개인적 차원에서 기록한 것이기 때문에, 이 결과를 숫자를 사회적 통계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면이 많습니다. 하지만 카페 오너의 입장에서는 아이를 데려오는 손님들의 어떤 모습이 불편한지를 잘 보여주는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노키즈 존을 둘러싼 이슈

너도 애 낳아봐라 vs 무개념 부모다

애들은 원래 그렇다 vs 공공예절을 가르키지 않았다

손님을 가려 받는 차별의 문제다 vs 자영업자의 자유다


다양한 이슈 중에서 자영업자의 자유와 차별의 문제를 먼저 생각해볼까요? 사실 차별의 문제라고 보기에는 다소 모호한 부분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차별은 기본적으로 인종 등 태생적인 이유로 무조건 평생 당하는 불합리하고 비합법적인 성질인데요.


노키즈 존의 경우에는 시간이 지나면서 비선호의 대상에서 자연스럽게 배제되는 것이고, 나이라는 같은 조건을 가진 모든 이들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차별이라고 말하기에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왜 자영업자는 아이를 받지 않으려 할까?


자영업자들이 노키즈존까지 고민하게 되는 이유를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글의 시작에서 볼 수 있듯이 자영업자가 손해를 입을 수 있는 직접적 차원의 문제, 그리고 카페의 분위기를 망쳐서 장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간접적 손실에 대한 우려가 있습니다.


또, 발생할지 모르는 아이의 안전사고에 대한 배상 책임에 대한 부분이 있습니다. 자영업자에게는 영업장에서 일어나는 안전 사고에 대한 법적인 책임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분쟁에서 조금 더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보험에 가입하거나 법적 책임에 대해 미리 고지하고 여기에 동의한 사람에 한해 입장을 시켜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자영업자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처지에 놓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인데요. 그러므로 자영업자가 자신의 사업을 방어적으로 운영하는 것에 대해 비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자영업자의 자유로운 선택을, 무조건 존중해야 할까?


자영업자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더라도, 노키즈존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왠지 인간적이지 않아 보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법이 보장하는 자유 안에 있는 영역에 대해서도, 우리는 가치를 주장하고 변화해야 할 방향에 관해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만일 이런 식으로 아이를 둔 부모가 갈 수 있는 곳이 점점 더 줄어든다면,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단지 개인의 자유로만 남겨두기 힘든 사회적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문제의 원인은 아이가 아니라 부모입니다


사실 아이가 문제라기보다는 아이를 제대로 교육하지 않고 내버려 두는 아이의 부모가 문제입니다. 따지고 보면 노키즈 존(No Kids Zone)이 아니라 노 이레스판서블 페어런츠 존 (No Irresponsible Parents Zone/무책임한 부모 출입 금지 지역)을 만들어야 이치에 맞습니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무책임한 부모를 골라 손님으로 받을 수 없으니, 노키즈 존을 앞으로 내세우게 된 것이죠.




이면에 있는 본질적인 문제는 급격한 사회 변화와 인간 소외


사실 이런 무책임한 부모의 태도는 잘못된 아이 사랑, 어긋난 교육이자 아동 방치의 한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면 가장 숭고해야 할 어머니의 사랑이 개인의 이기로 치환되어 버린 일, 개인의 행복을 위해서 자유 의지로 어떤 것이든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며, 타인이 이러한 것에 대해 아무런 말할 자격이 없다는 여기는 일들도 좀 더 본질적인 부분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지 않나 싶은데요.


이런 일들은 (반드시 옳다고만 할 수는 없는) 서구적 합리주의에 지나치게 빠르게 경도한 한국의 대도시 중심형 사회 속에서 급격한 공동체 붕괴 이후 나타난 인간 소외가 만들어낸 사회 현상의 일면이 아닌가 합니다. 서로에 대한 입장 차이를 이해하고 배려하기 보다는 자신 자신의 이익을 과하게 주장하며 만들어낸 가치 혼란이죠.




최고의 방법은 배려입니다


무엇보다 먼저 아이를 가진 부모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갓난아이를 돌보는 과정에서 부모 스스로 공공장소에서의 예의를 지키지 않았거나, 아이들에게 공공장소에서의 예의를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한 권 있습니다. 사회 구성원인 아이들에게 공공장소에서 지켜야 할 예의를 가르치기에 좋은 그림책인데요. '처음 만나는 공공장소'라는 책(권재원 지음/창비)입니다. 


애석하게도 이미 우리 사회는 급격하게 변해왔고, 이를 한 번에 되돌려 놓을 방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당면한 문제의 다양한 측면들, 법적인 접근과 가치의 문제의 중심을 적절히 맞춰 줄 시스템이 존재할 수 있을까요? 이런 부분은 법과 시스템으로는 답을 줄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배려가 사라지는 악순환의 시동을 과연 누가 건 것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이 시점에서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하는 하나의 방향이 있습니다. 그것은 배려입니다. 우리가 근본적으로 상대방을 더 배려하려는 노력을 할 때에만 해결이 가능한 공동체적 과제가 아닌가 합니다. 갈수록 삭막해져 가는 사회 속에서, 배려가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작은 씨앗이 되면 좋겠습니다.


글 : 커피찾는남자 (Coffee Explorer) 에디터